우리맛 기행
1997년04월17일 제 153호 한겨레21

고흥반도에서 건져올린 꼬막 무침… 살짝 데쳐야 영양가

남해안의 명물 꼬막(고막조개)은 정약전이 쓴 우리나라 최초의 수산 관련 문헌인 `자산어보'(玆山魚譜)에도 나온다. 그 내용이 간결하면서도 퍽 자 세하다.

“고막(甘)은 크기가 밤톨만하고 껍질은 조개를 닮아 둥글다. 빛깔은 하 얗고 무늬가 세로로 열을 지어 있다. 줄과 줄 사이에는 도랑이 있어 기와 지붕 같다. 고기살은 노랗고 맛이 달다. `본초강목'에는 괴합(魁蛤), 괴 륙(魁陸)이라 했고 일명 감(甘)이라 한다. 또 와옥자(瓦屋子), 와롱자(瓦 壟子)라고도 한다. 절강성 동쪽 근해에서는 논에 이것을 기르는데, 이를 감전(甘田)이라 한다. 고막조개가 바로 이것이다.”

그 내용에 따르면 우리는 그때부터 꼬막(고막)이라 불렀고, 중국에서는 이미 양식단계에 이르렀던 것을 알 수 있다.

꼬막이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이 전남 고흥반도다. 고흥반도의 관문격인 보 성군 벌교읍부터 남해바다로 이어지는 길쭉한 만은 고흥쪽이 여자만(汝自 灣), 건너편 보성쪽이 득량만(得粮灣)으로 불린다. 신기하게도, 만의 이 름이 다르듯 한쪽에선 꼬막이 무진장 나고 다른 쪽은 바지락이 주축을 이 룬다. 하지만 그 생산량과 맛은 제각각 전국 제일을 자랑한다. 그래서 예 전부터 이곳을 지나다보면 머리에 수건을 쓴 여인들이 질펀한 갯벌에 줄 지어 꼬막과 바지락을 캐는 모습이 진경을 이루었다.

이곳 사람들은 꼬막을 양식처럼 먹으며 살아왔다. 꼬막은 바지락이나 다 른 조개와 달리 늘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그래서 동란 뒤 먹을 것이 귀 하던 시절에 이곳 어린이들은 꼬막을 간식이나 도시락처럼 들고다니며 먹 었다. 그 덕인지 아이들은 오히려 건강하게 자랐고, 골격이 튼튼해 지금 도 전라도에는 고흥사람 앞에서 힘자랑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더욱 이 다행스럽게도 이처럼 소중한 먹거리가 다른 해산물들은 멸종 위기를 맞고 있는 것과는 달리 대량으로 생산돼 전국에서 나눠먹을 수 있게 됐다 .

넓고 기름진 이곳 갯벌에서 마치 육지의 논농사처럼 종패를 뿌리고, 거둬 들이는 꼬막은 거름을 주거나 농약을 치지도 않지만, 수익이 높고 생산량 도 대단하다. 바지락 농사는 이제 남자들 몫이 되었고, 여인들은 하우스 재배와 마늘농사로 돌았다. 이래저래 꼬막으로 인해 생활이 윤택해지고 있는 것이다.

꼬막은 음력으로 4~5월이 산란기다. 이때 채취한 알을 부화해 여름 동안 키운 종패를 갯벌에 골라가며 뿌려주고 2년쯤 키운다. 그러면 가을부터 봄까지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특히 양력으로 4월은 산란을 한달쯤 앞두고 일년 중 가장 기름진 때여서 맛도 일품이다. “바지락과 꼬막은 진달래와 벚꽃이 필 때부터 질때까지가 가장 맛있지라”라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요즘 고흥지방을 여행하면 포구마다 배에 가득 실려온 꼬막을 선별하는 작업장이 마치 바닷가 골재채취장 같다. 또 벌교와 고흥, 보성과 강진까 지도 음식을 시키면 상이 차려지기 전 맛돋움으로 꼬막 삶은 것을 한사발 씩 준다. 이곳 사람들은 이것을 까먹는 모습을 보고 본고장 사람인지 외 지사람인지를 구별한다.

꼬막은 본래 약간 덜 익혀야 제맛이 난다. 그러면 까기가 쉽지 않고, 까 보면 살은 노랗지만 옆에 붙은 날개는 짙은 갈색이 나면서 다소 상한 것 같다. 게다가 불그죽죽한 국물이 주루룩 흘러나오기도 한다. 벌교사람들 의 이야기로는 요것을 홀짝 들여마시면서 말끔하게 먹어치워야 하는데, 외지사람들은 그러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꼬막은 삶을수록 맛과 영양가가 줄어든다. 물을 팔팔 끓이다가 찬물을 한 바가지 붓고, 약간 식힌 다음 꼬막을 넣어 다시 끓어오를 무렵, 꼬막이 벌어지기 직전에 건져낸다. 익혀낸 꼬막을 반으로 가르고 양념을 얹어 무 쳐놓은 꼬막은 그대로 집어다 국물째 말끔하게 먹고 껍질만 내려놓아야 제대로 먹는 법이 된다.


누구에게나 좋은 ‘무기질 해산물’

고흥군청 수산과의 집계에 따르면, 연간 나오는 꼬막이 1만t을 넘는다. 참꼬막이 3천여t에 이르고, 줄무늬가 다소 가는 새꼬막이 5천여t, 피조개 가 1천t, 그 밖의 독립 운영하는 어촌계 것을 합한 수치다.

꼬막에는 양질의 단백질과 비타민, 필수 아미노산이 균형있게 들어 있고, 특히 철분과 각종 무기질이 다량 함유돼 있어 어른들에게는 조혈강장제가 되고, 어린이들의 성장발육에 효과가 크다. 저혈압에도 좋아 자주 먹으면 혈색이 좋아진다고 한다.

벌교읍의 국일식당(0694-857-0588)과 동백식당(0694-857-0415), 고흥의 고흥식당(0666-35-3128)과 평화식당(0666-32-2358)은 고흥반도 나들이길 에 들러볼 만한 한정식집들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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