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를 바꾼다
1997년04월17일 제 153호 한겨레21

서울시 ‘수도기술연구소’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산하 `‘수도기술연구소’ 구내식당의 식기반납구 앞에는 지난해 6월부터 소형 저울과 돼지저금통이 놓여 있다. 직원들이 먹고 남긴 음식쓰레기의 양을 저울로 재서 1백g당 1천원의 벌금을 물리기 위해서다. 이 아이디어를 제안한 연구소 유락준(59·부이사관) 소장은 “ 국은 으레 남겨도 된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곳 구내식당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밥과 반찬은 ‘자율배식’으로 하 고, 국은 식당 직원들이 잔뜩 퍼놓은 것을 하나씩 가져가는 식이었다. 그 러다 보니 밥과 반찬은 음식쓰레기가 상대적으로 적게 남는 반면, 국은 “먹고 싶은 만큼 담기지 않기 때문에” 남는 것이 보통이었다. 우선 국 을 자율배식으로 바꾸고, 각자 국을 푸는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배식대를 한군데 더 설치했다. 그리고 “국도 남으면 음식쓰레기”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국을 포함해 남는 음식에 대해 벌금을 물리기로 한 것이다.

‘저울과 돼지저금통’의 효력은 금방 나타났다. 직원 70여명이 날마다 2 0㎏씩 남기던 음식물 쓰레기가 일주일 뒤부터는 완전히 없어졌다. 잔반통 엔 고작 생선가시나 고기 뼈다귀 같은 먹지 못할 찌꺼기만 남게 됐다. 처 음에는 “1천5백원짜리 점심을 먹고, 벌금으로 1천원을 내야 되느냐”는 일부 직원들의 불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5~10% 정도 절약된 주·부식 비로 1달에 한번씩 해물탕과 영계백숙 등 특식이 나오자 직원들은 환호했 다.

“특히 그동안 고약한 음식쓰레기 냄새가 나는 잔반통을 매일 치워야 했 던 식당 직원들이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죠.”

강남수도사업소와 경기도청에서도 ‘견학’을 하고 간 뒤, 이 제도를 실 시하고 있다고 유 소장은 자랑한다.

이용인 기자 한겨레21

참신한 발상과 실천으로 일터를 바꾼 이야기를 찾습니다.
독자엽서를 통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17일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