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만세
1997년04월17일 제 153호 한겨레21

대를 잇는 간암의 공격

세계 암지도에는 우리나라가 극심한 간암 다발지역으로 표시돼 있다. 우 리나라에 B형 간염바이러스 보균자가 많고, 폭음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 다. 한국인의 간암은 대부분 B형 간염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된 만성간염 또는 간경화증을 모체로 발생한다. 술은 이런 간질환 발생에 촉진제 구실 을 한다.

사람에게 간암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은 간경화증이다. 우리나라 간경 화증의 대부분은 B형 및 C형 간염바이러스가 일으킨다. 발암물질은 아플 라톡신과 술이 대표적이다. 아플라톡신은 아스페르질루스라는 곰팡이의 배설물로, 땅콩이나 옥수수 같은 곡류에 기생한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에서 크게 문제된 적이 없다. 그러나 술은 간경화증으로 진행을 촉진해 간암을 유발한다. 더욱이 발암물질의 발암성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간암발생에 B형 간염바이러스가 깊게 관여하고 있음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 우리나라 간암환자의 약 80%가 간경화증을 동반하고 있으며, 간경화증 환자의 약 30%는 결국 간암으로 사망한다. 우리나라 간경화증의 약 90%가 B형 간염바이러스의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간암의 대부분은 B형 간염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이라 하여도 과언은 아 니다.

우리나라 간암의 또다른 특징은 가족집약적 발생이다. 즉 간암은 간암이 발생한 집안에 잘 나타난다. 그 이유는 B형 간염바이러스의 모자(母子)감 염 때문으로, 어머니로부터 아기에게 B형 간염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이 다. B형 간염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생후 1년 이내에 90% 이상이 B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된다. 그리고 이 아기들이 자 라 40~50대가 되면 상당수에게서 간경화증이 생기고, 간경화증에서는 간 암이 다발한다.

다행히 최근 B형 간염 면역글로불린과 백신이 개발돼 B형 간염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기에게 생후 즉시 접종하면 모자감염을 9 5% 정도 차단할 수 있다. 최근에는 B형뿐만 아니라 C형 간염바이러스도 간경화증을 유발한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B형보다는 약간 낮지만 현재 전국민의 1~2%가 보균자일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C형은 B형과 달리 아 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미래의 간암발생은 B형이 아니라 C형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간암발생을 증상으로 알 수 있으면 간암의 조기진단에 큰 도움이 될 것이 다. 실제로 간암환자들은 각종 소화장애, 피로감, 출혈 경향 등을 호소한 다. 그러나 이런 증상은 만성간염이나 간경화증에도 흔히 나타나기 때문 에 증상만으로는 간암발생을 예측하기 어렵다. 조기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최근 암동맥을 차단하고 항암제를 주입하는 화학색전요법과 간절제술의 발달로 간암 치료율이 획기적으로 향상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직경이 3cm 미만인 소간암은 대부분 장기 생존이나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간암의 조기진단을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검사를 해야 한다. 간암은 다른 암과는 달리 위험인물의 설정이 아주 쉽기 때문에 검사 대상자를 결정하 기도 쉽다. 간경화증 환자는 1달에 1번, 만성 간염환자는 3~6개월 간격으 로 간암검사를 받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매달 간암검사를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필자는 최소 1년에 1번은 간암검사 를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특히 B형이나 C형 간염바이러스 보균자, 가족 가운데 간암환자가 있는 사람, 술과 담배를 상습하는 40세 이후의 남자는 매년 간암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홍원선
1952년생, 서울의대 졸업(의학박사), 울산의대 교수,
서울중앙병원 소화기내과 스태프, 위장관질환 전문, 대한면역학회 감사, 대한노인병학회 회장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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