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주장
1997년04월17일 제 153호 한겨레21

일본에게 배우란 말인가

일본의 중학교는 올해 4월 신학기부터 역사교과서에 일제 당시 종군위안 부에 대한 내용을 게재해 공부하게 되었다고 한다. 7종의 교과서에 실린 내용은 비슷한데 관련내용을 살펴보면 “… 조선으로부터 약 70만명을, 중국으로부터도 약 4만명을 강제적으로 일본에 연행해 광산 등에서 일하 게 했다. 또 조선 등의 젊은 여성들을 위안부를 전쟁에 연행했다”는 내 용이다. 그동안 군 위안부의 실체조차 부인했던 극우주의자들의 망언에 쐐기를 박고 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밝은 일본 의원연맹’을 중심으로 한 정치인·경제인·언론 인·소설가 등이 참여하는 일부 극우주의자들은 군 위안부 강제연행에 대 한 증거가 없으며 더구나 군이 관여했다는 것은 허위라고 주장하며 삭제 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에 대한 이들의 요구에 <아사히신문>은 특집기사와 사설 등을 통해 군 위안부는 말 그대로 성욕의 배출구로 모집에서부터 이송, 위안소 설치 및 관리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군이 깊게 관여한 사실이 명백하다고 못박 았다. 또 93년 군대위안부의 실체를 인정하는 정부담화를 발표했던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도 “군이 모든 것을 장악하던 시절 법에 따라 살 수 있었던 사람이 얼마나 됐겠는가”라며 증거가 없다는 일부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처럼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얻고 나라와 민족의 차이를 넘어 공 생하기 위한 역사 바로세우기를 나름대로 실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는 그 정반대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개인이나 하나의 단체도 아닌 수원시가 앞장서서 친일음악가인 홍난파의 생일 1백주년을 기념하여 지난 3월30일 경기도 문화예술회관에서 ‘난파 탄생 1백년 기념음악회’를 성대하게 열었다. 지난 92년 8월 문제부는 홍 난파를 일제에 저항하다가 옥고를 치르고 민족운동단체인 흥사단의 단가 를 지은 인물로 소개하여 이달의 문화인물로 선정 발표했다가 사실왜곡임 이 밝혀져 파동을 겪기도 했다. 그는 전형적인 친일인물로 내선일체와 황 국신민임을 내세우는 매국노래를 다수 작곡한 인물이다. 또한 한 일간신 문은 창간특집 기사로 생존해 있는 대표적 친일문학가인 서정주를 다루었 다. 그가 시부문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거장이며 이를 배출한 것을 대 단한 자랑거리로 내세운 것이다. 친일매국행위를 한 자들을 시가 앞장서 서 기념행사를 열고, 민족지를 표방하는 일간지에서 추앙하는 것은 역사 를 왜곡하는 것이다.

이처럼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인 행태가 당연시되는 현실에서 백범 김구 선생을 암살한 반역자 안두희를 민족의 양심으로 처단한 박기서씨에게 실 형이 선고된 것은 실정법에 의한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 를 거꾸로 흐르게 하는 이러한 작태들에 대해 역사와 민족의 양심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명심하고 역사를 바로세우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 다.

아울러 깨어 있는 국민들도 훼손된 민족정기를 회복하여 민족사의 정통성 을 바로잡고 통일조국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일제잔재의 완전한 청산은 미 룰 수 없는 과제다.

육철희/ 서울시 마포구 창전동 2-21 아트빌딩 지층 102호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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