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
1997년04월17일 제 153호 한겨레21

서울도시가스주식회사 여완현씨

`한겨레21' 은 왜 그리 노골적인가.

여완현(35)씨는 가끔 `플레이보이'를 연상한다. 전철 안에서 150호를 읽 으며 낯이 후끈거렸단다. 문제의 기사는 특집 ‘기지촌 여성의 국적교체. ’ 외국인 댄서들이 속옷을 갈아입는 따위의 사진을 꼭 실었어야 했냐는 거다. “몇달 전에도 누드그림과 정사장면을 여과없이 실었죠? 이거 선정 적인 겁니까, 진보적인 겁니까?”

그는 서울도시가스주식회사 전산실 과장이다. “도시가스공사가 아니라 도시가스주식회사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헷갈려한다며 꼭 덧붙여준다. 가스공사가 도매업자라면 그의 회사는 소매업자. 그런 가스사업체들이 서 울에 5곳, 전국에 약 30여곳 된다. 그는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수협중앙회와 대성그룹 전산실을 거쳐, 94년 이곳에 들어왔다.

직장생활 9년째. 매너리즘에 적당히 빠질 만도 한 때다. 그는 그것이 가 장 두렵단다. 그래서 나름의 방법으로 ‘긴장’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아침 일찍 출근해 영어교재를 독파하고, 퇴근시간 뒤엔 인터넷을 업무에 적용해 보기 위해 골머리를 써보는 것. 그만의 자율학습(?)이다.

창간호부터 함께 한 `한겨레21'은 그런 생활에 또다른 ‘긴장’을 요구한 다. 정치·사회문제에 대한 꾸준한 환기. 그건 사실 스스로 원한 것이다. 대학시절 품었던 이상이 부끄럽게 쪼그라드는 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 때문이기도 하다. 근무분야가 전산쪽이라, 세상 모르고 살까 늘 걱정된다 는 것이다.

그러나 `한겨레21'에서 ‘차가운 논리’만 얻는 것은 아니다. 그는 몇주 전 149호를 보며 벅차오르는 정겨움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한다. 바로 사 진화보로 꾸몄던 ‘봄이여, 우리의 마음에도 오라.’ 그는 책을 한주일 내내 사무실 책상 위에 펼쳐놓았다. 그리고 답답할 때마다 보고 또 보며 가슴으로 느꼈다.

“완벽하고 빈틈없는 비판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사진 한장이, 거기에 실 린 자연의 메시지가 백마디 말보다 더한 감동을 줄 때가 있습니다. 그런 기사를 ‘자주’ 기대하겠습니다.”

고경태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17일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