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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
1997년04월17일 제 1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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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어도 좋다. 아직도 늦지는 않았다. 사업아이템만 그럴듯하면 창업 을 통해 불황의 무게를 온전히 떠안고 사는 월급쟁이를 탈출할 수 있다. 중소 섬유업체 이사로 근무했던 김유길(46)씨는 지난 3월18일부터 21일까 지 3박4일간 일본으로 해외 창업여행을 다녀왔다. 일본의 유통업, 서비스 업종 가운데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독특한 소자본 창업아이템을 보고 배 우기 위해서다. 그리고 열흘 뒤, 김씨는 미련없이 20년 직장생활을 청산 했다. 그는 “한달에 1백50만원씩 들어가는 아이들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가 만만치 않은 데다, 정년까지 회사에 다닌다는 보장도 없어 사표를 던 졌다”고 말한다.
그는 일본여행 중 다양한 사업아이템을 발견했다. 먼저 중·고생을 대상 으로 하는 ‘인기 연예인 캐릭터점’에 눈길이 갔다. 인기 연예인들이 밥 을 먹거나, 책을 읽는 모습 등을 담은 스냅사진을 모아놓은 곳이었다. 어 릴 적 살던 고향의 정취를 파는 가게 ‘후루사토 플라자’도 있었다. 이 곳에선 고향의 모습을 멀티텔레비전으로 상영해주고, 고향의 모든 소식을 제공하고 있었다. 도심 속의 고향인 셈이다. 갖가지 콘돔을 모아 파는
‘콘도마니아’도 색다른 맛이 있었다. 콘돔으로 만든 마스코트와 화분 등 콘돔과 관련된 모든 것을 상품화한 곳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이런 창업아이템들이 아직 우리 풍토에는 맞지 않다고 생 각했다. 고민 끝에 도쿄 한즈백화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보게 된 ‘창조산 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와 관련된 사업을 구상중이다. 초·중·고생 이 나무나 유리, 금속을 가지고 직접 자신이 원하는 조형물을 창조할 수 있도록 모든 재료를 구비해 상점을 낸 곳이다.
증권사 간부로 있는 최아무개(38)씨도 뭔가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생 각에 이번 해외 창업여행에 참여했다. 증권사 매장에서만 10년 넘게 생활 했지만 살아가는 노하우가 쌓이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전망이 안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탈리아 스파게티만을 전문적으로 파는 스낵점과 항공· 영화·열차 등 모든 분야의 티켓을 싸게 구입해 판매하는 할인티켓점이 인상에 남았다. 그는 “차근차근 창업준비를 해 나가다가 1∼2년 안에 회 사를 그만둘 생각”이라고 말한다.
해외 창업여행은 아직까지 일본에 국한돼 있지만, 앞으로 미국과 유럽으 로도 그 행선지를 넓혀나갈 전망이다.
이용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