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I
1997년04월17일 제 153호 한겨레21

인터뷰/ UFO현상 전문가 맹성렬씨

“UFO를 우상시하는 신비주의는 종말론과 결부된 세기말적 현상입니다. 이기적인 자기구원에만 집착하는 현대사회의 잘못된 종교 현상과 결코 무 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가면 이런 종말론적 양상은 급격 히 약화될 것으로 봅니다.”

지난 95년 UFO를 둘러싼 각종 사건분석과 UFO현상의 종교심리학적 측면을 폭넓게 조명한 책 (넥서스 펴냄, 96년 문화체육부 추천도서) 을 펴냈던 UFO현상 전문가 맹성렬(33·한국유에프오협회 연구부장)씨는 ‘천국의 문’사건을 이렇게 진단했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전자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맹씨는 최근 초 고대문명의 존재를 추적한 책 <붉은 호루스(화성)의 피라미드> 출판 준비 를 위해 잠시 귀국했다. UFO에 관한 각종 자료를 섭렵했던 맹씨는 ‘천국 의 문’ 사건과 같은 사교적 경향으로 인해 UFO현상과 외계문명에 대한 과학적 관심이 왜곡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어리석은 질문같지만, 당신은 UFO의 존재를 믿는가.

=그렇다. 처음에는 호기심 차원에서 시작했지만, 많은 사례를 접하면서 그 존재를 믿게 됐다.

-천국의 문 사건에 대해 과학자들의 우려가 크다.

=UFO를 우상시 하는 경향은 UFO의 등장과 함께 같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 다. UFO현상을 이해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과학으로서 UFO에 대한 관심 과 신비주의를 구분하는 경계선이 사실상 없다는 데 있다. 알다시피 UFO 현상은 현대과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요소를 내재하고 있다. 이런 점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쪽이 제대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데도 큰 원인이 있다. 이처럼 정확한 정보가 빈곤한 상황에서 세기말에 가까워질수록 UFO 를 유사종교화 내지 신비적인 것으로 우상시 하는 주장들이 극성을 부릴 수밖에 없다.

-UFO현상을 종교적 측면에서 설명해 달라.

=많은 사이비종교가 그렇듯 인간의 현실에 대한 좌절과 불안심리의 반영 이다. 옛날에도 당시의 과학이나 종교체계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있 었다. 예를 들어 성모 마리아의 출현 주장은 사실여부를 떠나 당대의 많 은 사람들에게는 현실 불만의 무의식적 표출이었다. UFO를 숭배하는 경향 도 비슷하다. 많은 학자들이 이미 중세의 마녀사냥이나 전투적 메시아니 즘의 또다른 모습으로 UFO현상을 분석한 바 있다. UFO가 나타나 자신을 구원할 것이라는 생각은 중세의 전투적 메시아니즘과 동일한 모티브의 반 복이다.

과거 우리나라에도 있었던 휴거파동을 생각해보라. 휴거가 실현되지 않았 다고 해서 휴거론자들이 모두 믿음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그중에 어떤 사람들은 신에 의한 공중들림 대신 외계인에 의한 들림을 믿게 될 수 있 다. 천국의 문 신도처럼 맹신적 상태 속에서는 신의 자리를 외계문명이 대치하는 것이다.

-앞으로 전망은.

=한국은 좀 다르겠지만 서구사회에서는 아마도 세기말이 가까울수록 강화 될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의 우주과학시대에는 이런 세력은 약화되고 새 로운 UFO관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외계인과 교신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리사 로이얄 같은 사람은 전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데 얼마나 믿을 수 있나.

=개인적으로는 이른바 채널링을 신뢰하지 않는다. 많은 경우 명상이나 요 가체험에서 얻은 자기최면일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외국 전문가들도 이런 부류의 간접체험자는 크게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개인적으로 외계문명의 존재를 어떻게 보나.

=외계문명이 있다, 없다는 식의 이분법으로 생각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지구역사 이전에 초고대문명이 반복적으로 존재했을 수도 있 다고 생각한다. 지구를 둘러싼 우주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초과학적인 그 무엇’이 있다는 점만은 확신한다. 1976년 미국의 화성탐사 계획인 바 이킹 탐사 때 화성의 한 지점에서 사람 얼굴모습의 사진이 촬영되었다. 이후 이것이 인공구조물이냐 아니냐는 논란이 전개됐었고, 많은 과학자들 이 진상규명을 촉구했었다. 그러나 최근 새로 발표된 화성탐사계획은 탐 사대상으로 1백50곳을 선정하면서 유독 가장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높았 던 이곳을 탐사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때문에 뭔가 화성을 둘러싼 음모가 있지 않나 하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UFO는 외계문명의 방문이 아니라 우리가 아직 잘 모르는 지구환경의 어 떤 초자연적 현상일수도 있지 않은가.

=지구의 역사는 우주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스케일은 비교조차 할 수 없다. 현대과학 3백년이 이런 우주를 모두 설명할 수 있는 패러다임이 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고대문명에 대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는데 소개해달라.

=지난해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그레이엄 헨콕의 <신의 지문>의 속 편 성격이라고 할까. 개인적으로는 헨콕이 간과한 핵심이 있다고 보고 이 를 보완해 보고 싶다.

-천국의 문과 같은 사건이 또다시 재현될 것으로 보나.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공개적인 ‘교주’는 사실 덜 위험하다. 진 짜 위험한 존재는 ‘잠재적인 광신자’일 것이다.

-현대과학은 UFO나 외계문명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나.

=현대과학은 이제 발상의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오고 있다고 본다. 21세 기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과학패러다임을 요구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따 라서 주류과학계도 현재에 안주하기보다는 발상의 비약이 필요하다고 본 다. UFO 연구는 새로운 과학 패러다임을 향한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 을 편견없이 받아들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UFO는 미래과학의 비밀을 간 직한 ‘블랙박스’라고 생각한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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