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I
1997년04월17일 제 153호 한겨레21

UFO는 새로운 종교?

(사진/"UFO를 부른다." 프랑스의 UFO마니아들이 바닥에 드러누워 외계인과 접촉하기 위한 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UFO(미확인비행물체)는 마침내 신의 반열에 오른 것인가?

얼마전 타계한 세계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과학이 몰아낸 신의 자 리를 비행접시가 메우는” UFO의 유사종교화 현상을 우려한 바 있다.


사람의 마음속으로 날아온 UFO

헤일-봅 혜성이 지구에 근접한 직후인 지난 3월26일 창시자 애플화이트를 비롯한 ‘외계인의 친구’ 39명이 “외계인을 맞이한다”며 스스로 목숨 을 끊은 ‘천국의 문’(헤븐스게이트) 사건은 칼 세이건이 경고한 이른바 UFO 컬트(UFO 또는 외계인 숭배주의)의 극단적 사례다. 핵전쟁이나 전지 구적 환경파괴와 같은 대재앙에 대한 두려움, 과학의 진보로 점차 낡은 패러다임으로 치부되고 있는 기존 종교에 대한 무력감, 그리고 세기말적 종말론이 유포하는 심리적 불안 상태는 어떤 사람들에게 과학 또는 초과 학적인 ‘그 무엇’에 희망을 걸게하고 있다. 이들에게 UFO와 외계인의 존재는 메시아의 출현을 예고하는 전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에 따라 ‘천국의 문’ 신도들은 헤이-봅 혜성의 출현이란 ‘천사의 나팔 소리’ 를 들으며 기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이런 맹목적인 광신상태의 부당성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설사 고 도의 외계문명이 존재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자살을 통해 우리에게 오는 것이라면 고대 지구인의 원시적 희생제의와 하등 다를 것이 없다. ‘천국 의 문’은 현실에 절망한 나머지 신도 자신들이 스스로 창조해낸 ‘아름 다운 악령’의 포로였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 그들만의 잘못인가. 악령의 가장 충실한 협력자는 두말할 나위없이 인간의 소외를 극도화시키 는 현대사회의 모순과 병리이다.

외계인은 이제 우주 저편에만 있지 않다. 그들은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와 있다.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부터 외계문명 관련 서적과 인터넷 웹 사이트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한반도 상공의 숱한 UFO 목격담과 체험담 속 에서 우리는 ‘외계인과 그들의 지구인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어쩌면 한국의 어느 무당집의 신당에는 맥아더 장군이나 박정희 대통령과 나란히 외계인의 신상이 모셔져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의 성인남녀 30%, 고학력 자의 70% 이상이 UFO의 존재를 믿고 있다는 조사( 맹성렬 지 음, 넥서스 펴냄)와 10여만명으로 추정되는 외계문명 관련 서적의 독서인 구는 UFO가 이제 우리의 의식 속에서 실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적어도 현재의 한국에서는 ‘천국의 문’과 같은 극단적 UFO 광신의 조짐은 미미하다는 사실이다. 물론 전문가들은 UFO현 상에 대한 광신적 경향이 출현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그만큼 이 문제는 잠재적 폭발성을 지니고 있다는 우려이다.

그렇다면 UFO의 실체를 믿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지구는 외계인이 가꾼 정원?

UFO 체험자들은 크게 UFO나 외계인을 직접 보거나, 만났다고 주장하는 직 접접촉 그룹과 외계인과 교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간접접촉 그룹으로 분 류해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직접체험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3백만명을 넘는다는 조사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목격체험은 많지만 직접 만났다거나 외계인과 교신하고 있다는 주장은 많지 않다고 한다.

국내에서 공개적으로 UFO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나 개인으로는 UFO 협회(회장 허영식)를 비롯해 한국 라엘리언 무브먼트, 미내사(미래를 내 다보는 사람들의 줄임말로 신과학이나 뉴에이지운동을 중심으로 미래 및 외계문명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모임), 한국정신과학회의 일부 회원, 그리 고 자동기술로 외계와 교신한다고 주장하는 국제우주의식중앙회를 비롯한 채널러(외계인과 텔레파시로 교신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총칭)들이 있다 . 특히 최근에는 민족종교인 증산도가 외계문명의 존재를 교리적으로 받 아들이는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들은 대개 UFO 현상을 증거 중심으로 해명하고자 하는 그룹과 종교적 색채를 띠는 그룹으로 나뉜다. UFO 현상을 가능한 한 논리적으로 설명하 려는 그룹으로는 UFO협회가 대표적이다. 이 단체 회원들은 대부분 UFO의 실재 가능성을 믿고 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UFO 체험의 11%정도만이 진 술의 신빙성을 인정받는 점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더 논리적 정합성을 갖 춘 사례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전문가들에 의해 ‘종교적 색채가 강한 것으로 평가’되는 모임으로는 한 국 라엘리언무브먼트(대표 최상렬)가 있다.

지구에서 4광년 떨어진 다른 태양계의 한 행성을 방문하고 왔다고 주장하 는 프랑스인 클로드 보리롱(일명 라엘)이 지난 75년 창시한 것으로 전세 계 84개국에 4만여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다. 한국은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5개 지부에 7백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고 주장한다.

라엘은 외계행성에 고도의 문명이 존재하며 지구는 이들 외계인이 가꾼 ‘정원’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언젠가 때가 되면 이들이 지구를 방문 하여 인류에게 궁극적 평화와 영생의 길을 열어주는데 인류는 그때를 대 비해 형제애와 비폭력, 평화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외계인의 실존을 나름대로 제시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외계인대사 관을 건립해 화제를 뿌리기도 했지만, 인간복제가 가능하고 또 필요한 일 이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우리는 외계인과 교신했다”

한국지부 대표 최상렬(60)씨는 전직 기독교 목사로서 “라엘리언운동은 기본적으로 외계인을 평화롭게 맞이하여 그들의 앞선 문명을 통해 인류의 행복을 추구하는 운동”이라며 신을 모시지 않고 제례의식이 없다는 점을 들어 유사종교라는 비판을 부인했다. 그러나 외계문명 접촉이나 유전자 복제를 통한 인간 재생, 또는 영생의 제시, 기독교 성경에 대한 자의적 인용과 해석, 외계행성을 방문하고 외계인으로부터 계시를 받았다는 주장 따위로 인해 UFO 전문가들과 기독교로부터 ‘사이비 종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UFO 현상과 관련한 접촉체험 주장으로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외국에서는 많이 알려진 것이 이른바 채널링(외계인과 영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행위) 이다. 일종의 우주 영매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UFO 접촉 체험 중 가장 주관적인 것으로 객관적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보지만 채널 러들은 자신들이 틀림없이 외계인과 교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 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채널러는 30∼40명선이며 이 가운데 로사 리얄 등 7∼8명은 신뢰도가 높은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는 이른바 채널링을 주장하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대표적으로 국제우 주의식중앙회의 김도현씨가 매스컴에 소개된 정도이며, 일부는 믿기 어려 운 방식으로 자신이 채널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는 신흥종교단체의 유명인사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 다. 이번 취재를 위해 접촉한 채널러는 서울에서 소규모의 무역회사를 운 영하고 있는 강영기(47)씨. 그는 기 수련을 하다가 외계인과 자동기술로 접촉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그가 제시한 알 수 없는 부호로 이뤄진 외계 인의 메시지는 핵심을 요약하면 “사랑을 팔지 말고 사랑을 실천하라는 내용을 유수한 정치 사회 종교지도자들에게 전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최근 2년 반 동안 기 수련이나 명상을 하는 도중 약 30회 정도 채널링이 이뤄졌으며,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그쪽에서 원할 때만 교신이 이뤄졌다 고 한다. 그는 최근 자신의 필체가 전혀 아닌 한글로 자동기술을 하는 단 계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매우 복잡한 전문 과학지식을 담은 내용도 있으 며, 메시지를 전하는 존재는 형상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어떤 기의 덩어 리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채널링이 어떤 무의식작용이 아닌 가 생각했지만 메시지내용이 자신의 삶이나 학교교육과 너무 동떨어진 것 이어서 메시지로 믿게 됐다고 주장한다.


외계문명 가능성 교리화하는 증산도

외국에서 간행되는 외계문명 관련 서적은 상당수가 바로 이 채널링을 통 한 외계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음을 내세우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에테 르 상태로 존재하는 고도의 지적 생명체가 여러 별에 존재하면서 지구의 역사와 미래에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을 들 수 있다. 이들에 따르면 외계 문명이 주로 황소자리 성운에 있다는 플레이아데스 별 및, 시리우스별자 리 또는 오리온자리에 있으며 이 별들이 인류문명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한편 최근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50만의 신도를 가진 민족종교 증산도가 외계문명의 실재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이를 증산도 교리로 설명하려는 움 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증산도는 최근 UFO현상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 증산도 창시자인 강증산의 경전에 이미 외계문명의 존재를 전하는 ‘말씀’이 담겨 있다는 주장을 체계화하고 있다.주로 증산도사상연구회의 학자와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이런 교리 해석에 따르면 “현재까지 제기된 외계문명의 존재나 외계문명과 관련된 믿음을 종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기성 종교 교리는 현재로서는 증산도 사상밖에 없다”는 것이다. 증산도의 이런 외 계문명 경도는 확실히 UFO현상의 새로운 양상이다. 민족종교와 서구에서 비롯된 초과학적 세계의 만남인 데다가, 기존 종교가 UFO현상을 적극적으 로 해명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증산도 홍보부장 안 광현씨는 “많은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분명한 것은 교리상에도 나와있듯이 외계문명이 진짜로 존재한다는 것” 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일부 UFO 체험이 종교화 경향으로 나아가는가.

UFO현상 연구가 맹성렬씨는 UFO현상의 종교심리학적 측면에 주목한다. UF O의 실존여부와 관계없이 UFO를 우상시하거나 종교화하는 경향은 중세의 전투적 메시아니즘이나 마녀사냥과 동일한 동기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특 히 종말론과 결부되면서 UFO를 구원의 대상으로 ‘격상’시키는 행위는 세기말적 현상의 반복이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중세 이후 20세기 초까지 서구사회에서 빈발했던 성모마리아를 보았다는 주장과 UFO를 보았다는 주 장은 종말-구원이라는 패턴에서 서로 일치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2차대전 이후 UFO 목격담이 등장하면서 성모마리아 현현 주장은 크게 감소하고 UFO 체험 주장이 급속히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 점 은 UFO현상을 종교심리학적 측면에서 이해하는 데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 다.

그러면 UFO는 착시현상이거나 심리적 집단 무의식의 작용에 불과한 현대 판 미신인가. 이 질문에도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기 엔 너무나 많은 UFO 실존의 ‘증거’들이 제시되고 있다. 또한 미항공우 주국(NASA)의 화성 생명체확인 발표 등 현대우주과학의 발달은 지구 밖의 생명체 존재에 대한 실제적 암시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일반사람들은 외계문명이 존재하거나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 다는 분명한 정답이 어느 쪽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UFO는 신비적 대상으로 쉽게 옮겨갈 수 있다. 맹씨는 정확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어떤 나름의 체계적 논리와 대중적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이 UFO나 외계문명을 종교적 대상으로 삼고 나올 경우 그 전파력은 막강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천국의 문도 그런 사례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아무 일없이’21세기가 열린다면…

이와는 반대로 예측해 볼 수 있는 것은 20세기가 끝나고 ‘아무 일없이’ 21세기가 열리고 나면, 즉 종말론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 이런 신비주의적 경향은 급속히 세력을 잃어갈 것이란 점이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닐 것으로 전문가들은 말한다. 초과학적 초역사적 현상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려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되지 않은 채 인류 가 여전히 핵전쟁의 공포와 반문명적인 환경파괴 그리고 약육강식의 치열 한 생존경쟁의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새로운 형태의 제2, 제3의 ‘천국의 문’이 사람들을 유혹할 것이기 때문이 다.

이인우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17일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