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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경제 |
1997년04월17일 제 1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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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수/ 서울산업대 교수·산업경영학
20세기 세계시스템의 한축을 이뤘던 옛 소련사회에서 ‘공산주의’의 역 사적 실험은 결국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억압하고 매우 비효율적인 경제 사회를 출현시킴으로써 완전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중국이나 북한을 포함한 옛 소련권의 사회에서는 사유재산의 철폐(국가소유)에 의해 만인 이 평등한 사회를 수립한다는 공공목적(혁명목표)을 내세우며 노동력의 소유(임노동)마저도 부인하였다. 국가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노 동조합은 존재했지만 국가로부터 공인된 유일한 노동자 통제기구로서의 기능만이 부여되었을 뿐, 자발적인 조직체로서의 조합의 성격은 부인되었 다. 그리고 단결권의 핵심인 노동자의 파업권이 전면적으로 금압되었던 것은 물론이다.
1953년 법보다 훨씬 후진적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새로 시행되게 된 ‘1997년 개정노동법’은 어떤 가. 안타깝게도 개정노동법은 공무원은 물론이고 사적인 민간부분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 교원·방위산업체 종사자의 파업권을 박탈하고, 필수공익 사업 종사자의 파업권을 사실상 부인하고 있는 점에서 여전히 근대성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한겨레21> 4월10일자 본란 참조).
더 심각한 것은 개정 노동법이 그 일정한 개선에도 공무원과 교원 등의 노조결성권의 전면적 부인, 노조결성의 자유에 대한 제한(복수노조 문제,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 문제), 정치활동 규제 등의 독소조항을 여전히 많 이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 규정 자체로는 1953년법보다 훨씬 후진적 이며, 그 권위주의적인 성격이 불식되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헌법상의 권리인 결사의 자유(제21조2항)나 노동3권(제33조1항)에 명백히 위배되는 조항들이다.
노동자들의 자발적 조직으로서의 노동조합을 근현대국가가 법적으로 승인 한다는 것의 의미는 그들의 단결행동(파업과 그 부수행위)에 의해 근대적 인 기초법상의 위법 또는 불법이 초래될 경우 형사적으로 또는 민사적으 로 그 책임을 면제하는 것이었다. 그 단결(노조의 조직) 자체는 원래부터 규제 대상이 아니었다. 노조의 조직 형태의 선택이 자유인 것은 물론이다 .
그럼에도 정부, 심지어 학계마저도 이러한 조항들이 내포하고 있는 사회 적인 위험성과 유해성에 대해서는 전혀 무신경한 듯하다. 우리 사회의 합 리적인 판단을 담보해야 할 임무를 부여받은 노사관계개혁위원회의 공익 위원들마저도 ‘상급단체 복수노조 허용, 기업노조 5년 유예, 대법원 확 정판결시까지의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인정’과 같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 든 안을 내놓고 말았다. 정치활동 규제의 문제 또한 정당에 의한 정치의 독점을 의도하는 것이다. ‘노노대립’이나 ‘국민경제’를 우려하는 그 들의 국가적(?) 충정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근대사회에서의 노동조합 의 이론과 역사에 대한 허심한 이해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의 갖가지 억압조치에도 오히려 전노협은 민주노총으로 비약 적으로 성장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여전히 사실상 존재해 활동하고 있는 것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