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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1997년04월03일 제 1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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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처리즘의 종말을 선언할 새 기수로 부상한 영국 노동당 당수 토니 블레어. 당풍쇄신으로 영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대처리즘의 보수당이냐. 새로운 복지모델의 노동당이냐.”
지난 3월17일 존 메이저 총리가 ‘5월1일 총선’ 일정을 발표하면서 영국 총선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이번 선거에 쏠린 세계의 관심은 한마디로 영국이 다시한번 ‘새로운 정 치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까에 있다. 이런 기대는 영국 총선의 전통에 기인한 바 크다. 1945년 영국 노동당의 집권은 ‘복지국가’의 출범을 세 계에 알렸고, 1979년 집권한 보수당은 ‘노동의 권리 축소와 자본의 자유 확대’를 추구하는 대처리즘을 탄생시켰다. 정치학계가 “이번 총선이 ‘ 새로운 사회질서의 도래’를 의미할지도 모른다”고 의미부여하는 것은, 토니 블레어가 이끄는 ‘새 노동당’의 승리가 ‘제3의 복지이념’을 창 출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영국 대중지 <선> 노동당 지지 광고
‘새로운 복지모델 창출’은 당연히 노동당의 집권을 전제로 한다. 이런 희망이 정치학자들 사이에 공공연히 나도는 것은 그만큼 노동당의 집권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동당에 대한 지지도 가 52%에 이른 반면 보수당 지지는 그 절반수준인 27%에 그치고 있다. 정 치평론가들조차 “이처럼 결과가 명확히 예견되는 총선은 2차대전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한다.
선거를 앞둔 집권 보수당의 모습은 그야말로 초라하다. 보수당은 지난 3 월21일 현 의회의 회기가 공식적으로 끝날 때까지 지난 몇년간 터졌던 여 당의원과 각료들의 뇌물수수 혐의로 인한 타격에서 벗지 못하는 모습이다 . 이에 따른 저조한 지지율과 유럽통합을 둘러싼 내분 탓에 이미 당내에 서는 선거 패배 때 누가 당권경쟁에 나설 것인가에 관심을 쏟을 정도다. 이에 반해 노동당은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 이상을 확보해 제3당인 자민당 과 연합하지 않고도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지상목표다. 노동당의 이런 약 진은 보수당의 오랜 집권에 싫증을 내는 유권자의 심리에 기인한 바 크다 .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토니 블레어 당수가 노동당을 이끌면 서 추진해온 당풍쇄신·당현대화 작업이다. 또 ‘노동당=과격’이라는 이 미지를 벗으려는 토니 블레어노선의 성공이기도 하다. 이런 변신 노력으 로 노동당은 중산층을 포함한 여론의 호응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 92년 당시 존 메이저 총리의 승리에 일등공신 노릇을 했던 대중지 <선>이 이번에는 1면 머리에 “<선>은 (노동당수) 블레어를 지지한다”고 일천만 독자를 향해 공표한 것도 변화된 사회분위기를 실감케 하는 좋은 사례다.
사실 노동당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경화된 노선 때문에 경제문제에 관해서는 보수당과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재계를 너무 의식하는 게 아 니냐는 지적을 받을 정도다. 노동당은 경제부문에서 “대처의 민영화로 떼돈을 번 공기업들에 초과이득세를 부과하고 최저임금제를 실시하며 실 업문제에 더욱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유럽단 일 통화문제는 보수당에 비해 조금 더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고, 사회 보장 부문의 과다한 지출은 더이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산층 의식 국유화정책 당강령 폐지
블레어 당수가 부르짖는 교육투자는 중산층 학부모의 관심을 끌지만 보수 당 정책과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노동당과 보수당이 첨예하게 맞서는 부분은 헌정 문제다. 노동당 은 집권 때 스코틀랜드와 웨일즈의 자치문제를 주민투표에 부칠 것이라고 확언했으며 귀족제의 근간인 상원의 개혁을 통해 사회특권계급의 위세를 크게 줄일 계획이다.
토니 블레어의 이미지가 전통적인 노동당 정치인과 조금 거리가 있는 것 을 부정할 수도 없다. 옥스퍼드 출신의 변호사로 젊고 세련된 인상이 중 산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만큼 우선은 노동계층으로부터 소원해진 느낌이 있다. 당내 개혁을 통해 노동조합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상징적인 사회 주의 정강이었던 당강령 4조 ‘국유화정책’을 폐지한 것은 그 단적인 예 다.
이런 노동당의 ‘우경화’가 집권의 관건인 남부 잉글랜드의 중산층을 끌 어들이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전략이라는 데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1978~79년 ‘불만의 겨울’ 당시 거의 통치불능 상태까지 갔던 노동당 정권의 악몽을 유권자의 마음 속에서 지우기 위해서 그 정도 변신 은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노동당이 노동계와 서먹 해졌다는 세간의 평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영국노총(TUC) 관계자들이 한결 같이 “노동당 집권이 우리의 소원”이라고 노래를 부르는 것도 이 때문 이다.
노동당과 보수당의 본격적인 유세는 부활절 휴가 기간이 끝나는 4월 초에 야 시작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퍼스트 레이디 후보들의 각축전은 시작 되었다. 이제까지 영국 선거전에서 정치인의 배우자가 전면에 드러난 적 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퍼스트 레이디 후보들이 선거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만큼 선거가 토니 블레어와 존 메이저의 인기투표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당은 변호사인 토니 블레어 당수 의 부인 체리 블레어의 젊고 매력적이며 유능한 측면을 강조한다. 이에 대항해 메이저 진영도 전통적 영국 부인상을 지닌 노마 메이저의 수수한 매력을 강력한 무기로 내세우고 있는 중이다.
노동당 23년 만의 집권 예감
아무튼 영국민의 선택 여하에 따라 5월 노동절 총선에서 노동당이 승리하 고 토니 블레어 수상이 5월6일 생애 최고의 마흔네번째 생일을 자축할 수 있게 될지 판가름날 것이다. 토니 블레어 당수가 이끄는 노동당이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1974년 총선 당시 윌슨 총리의 집권 이후 23년 만에 처음이 될 것이다.
런던=권은정 통신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