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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1997년04월03일 제 1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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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난 3월20일 출범한 한민족불교중흥회 창립대회. 대선 지원단체, 혹은 총무원장 재선 기반을 닦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 등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불교의 대표종단 조계종이 심상찮다. 송월주 총무원장 체제가 종단 내 보수·개혁 양쪽과 종회 등으로부터 무차별적 공격에 직면해 있는 가 운데 대선정국과 내년도 차기 총무원장 선거를 겨냥한 ‘새판짜기’ 작업 에 돌입하는 듯한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면 초가에 처한 월주 총무원장 체제가 언제까지 유지될 지 점치는 기류가 형 성되고 있다.
이벤트성 행사나 외부활동 주력에 눈총
조계종은 지난 94년 한국불교를 새롭게 세우겠다는 불자들의 간절한 염원 을 담아 종단개혁 작업에 나선 지 3월29일로 3년째를 맞는다. 그러나 대 다수 불자들은 최근 들어 종단개혁 작업의 근본취지가 상실돼 가고 있다 고 입을 모은다. @불교방송 공금유용 및 횡령사건에 대한 종단 고위층 관 련설 @월하 종정의 사의표명에 따른 종도들의 따가운 눈총 @노동법·안기 부법 날치기 파문이 전국을 경색국면으로 몰고갈 당시 종단의 침묵 @안기 부의 총무원 인사 개입설 등 종단의 자주성과 개혁의지 상실에 대한 비난 이 월주 총무원장의 입지를 좁히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또 있다. 팔공산 선본사(갓바위)의 ‘총 무원 직영 사찰 해제’문제가 해당지역 교구본사와 종회를 중심으로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선본사는 직영사찰 지정 뒤 총무원 수입에 단 일 항목으로는 가장 큰 부분을 차지(95~96년 각 19억원, 97년 22억원 책 정)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교구본사로 환원할 경우 종단의 자금줄 이 끊긴다는 우려가 월주 총무원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종단 지출예산의 소재가 낱낱이 밝혀져 한점 의혹이 없을 때, 총 무원쪽의 ‘해제 불가’ 주장이 당위성을 얻는다는 점에서, 선본사 문제 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난국’을 돌파하려는 총무원장의 행보가 종도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 들어 탁발, 방생 등 단발적인 이벤트성 행사나 외 부활동에 주력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주시하는 종도들의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개혁종단의 명분 을 살릴 수 있는 내실정립과 내부개혁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외부의 이 미지 작업을 통해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의도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을 초청한 ‘연등축제 전야대법회’와 관변행사를 일절 하지 않기 로 선언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원법회’를 부처 님 오신날 이전에 개최할 계획을 밝혔다. 게다가 그는 지난 3월18일 창립 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초대 회장에 추대됐다. 최근 이런 일련의 움직임들이 올해 대선 정국과 차기 총무원장 선거일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한불회 창립에도 곱지 않은 시선 쏟아져
종단의 지원 아래 3월20일 돛을 올린 ‘한민족불교중흥회’(한불회)에 쏟 아지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불교정신의 참다운 구현”을 종단 차원이 아닌 사조직을 통해 이루겠다는 것이 도무지 납득되지 않다는 여론이다. 대선 지원단체, 혹은 총무원장 재선과 재선 이후인 차차기 기반을 닦기 위한 포석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한불회 창립과 관련해 “지난 92년 대선을 앞두고 선거용 조직으로 급조된 ‘민족불교진흥회’의 전철을 밟 지 않기를 바란다”는 전국불교운동연합(의장 지선)의 성명은 이런 우려 를 대변하고 있다.
몸통없이 머리(회장)만 갖춘 채 3월15일 서둘러 출범한 ‘조계종 중앙신 도회’(중신회)도 인맥을 분석해 보더라도 종도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송재건(58·중원그룹 회장)씨의 신도회장 선출이 동국 대 송석구 총장의 제안과 총무원장의 삼고초려로 이뤄졌다는 사실은 그동 안 물밑에서 회자돼 온 송월주 총무원장의 ‘여권 편향의 정치권 인맥’ 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조계종은 쾌속질주하는 종단의 겉모습과는 달리 그 이면에는 많은 암초가 도사리고 있는 형국이다. 과연 조계종이 이런 현실을 어떻게 헤쳐갈지 주 목된다.
하춘생/ 한국불교기자협회 회장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