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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
1997년04월03일 제 1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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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34·정치학 박사)씨는 최근 87년부터 96년까지의 한국 사회운동을 주제로 `한국의 민주화과정과 사회운동네트워크: 1987-1996'이라는 논문 을 발표했다. 10년 동안 현장과 연계해 연구를 진행시켜왔던 그는 이 논 문에서 “한국 사회운동의 위기는 시민사회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한데서 오는 것”이며 “그 해결을 위해서는 시민주체의 새로운 운동방식이 필요 하다”고 밝혔다.
-이번 파문으로 경실련식 운동방식의 근본적인 한계를 말하는 이들이 많 다.
=경실련은 초기에 ‘민중’과 대비되는 ‘시민’을 운동의 주체로 내세우 고 합리적인 정책대안을 통해 국민적 관심을 얻었고 언론의 적극적 지원 속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경실련 운동은 시민들의 관심을 조직적 으로 수렴해 시민사회를 실질적으로 조직하는 운동으로 전개되지 못한 채 이슈 제기의 차원에 머무르고 말았다. 또 운동의 과정에서 시민들의 참여 와 조직화보다는 언론과 정부를 대상으로 한 운동으로 흘러 생활세계에 뿌리내리지 못했다. 언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경제정의에 국한되 지 않고, 모든 문제를 이슈로 제기하는 백화점식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다른 사회운동조직과 상호 보완적이고 협력적이기보다는 경쟁적이고 갈등 적인 관계도 노출했다.
-한국 시민운동이 안고 있는 공통의 한계를 지적한다면.
=시민운동의 가장 커다란 과제는 시민 없는 시민운동을 극복하는 것이다. 시민을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운동이 아니라 시민 스스로가 자신의 관심과 이해를 조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항상적으로 운동하는 시민사회의 영역으 로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운동가들의 전문성 강화와 새로운 지도력의 개 발, 조직의 재정을 스스로 조달해야 하는 이중 삼중의 부담을 안고 있다.
-사회운동네크워크를 통해 시민운동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 는데, 사회운동네크워크는 어떤 개념이며 그것의 형성은 어떻게 가능한가 .
=운동네트워크란 좁은 의미에서 운동단체들간에 이뤄지는 느슨한 협력 관 계를 의미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정치권력에 대해 이니셔티브를 행사하 고 생활세계의 다양한 지점에서 개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넓 혀 이들이 시민사회의 공론과 조직을 형성해나가도록 하기 위한 전략적 개념이다. 현재 운동단체들간의 협력은 정책협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를 뛰어넘어 시민조직화와 정책비판, 대안창출 능력 등 운동단체들간의 상보적이고 실질적인 협력의 수준으로 나가야 한다. 넓은 의미의 운동네 트워크 전략은 시민들이 의제를 형성하는 기제를 다양한 지점에서 만들어 감으로써 자신의이해를 스스로 표출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를 강 화해나가는 것이다. 정치세력화의 문제와 맞물려 있는 정치권력에 대한 이니셔티브는 선거감시 및 의정감시의 차원에서 더 나아가 문제의 제기, 정책형성과정, 집행 등 일련의 과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니셔티브를 행 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앞으로 한국 시민운동의 발전방향은.
=앞으로의 시민운동은 중앙 중심이 아니라 지역별·영역별·관심별 등 소 집단이 형성될 수 있는 현장 중심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만 실 질적인 민주화, 곧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해진다. 이슈 차원에서 끝나는 것 이 아니라 조직을 통해 의사소통이 가능한 다양한 소집단을 형성하고 이 들이 자신의 문제를 끝까지 관철시킬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지역과 일터 등 현장에서 구현해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담론의 헤게모니를 시민사회가 쥘 수 있다. 또 정치권력의 가치와는 달리 우정과 연대에 기초한 가치를 통해 인권과 사회권(Social Right)을 남한사회의 내부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초국적 시민연대를 통해 적극적으로 실현해가야 할 것이다. 자본 과 권력의 논리로 해결할 수 없는 역사적 숙제는 여전히 시민운동의 과제 로 남아 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