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 |
1997년04월03일 제 151호
|
|---|
이번 NGO회의에 앞서 뉴욕에서 지난 2월24일부터 3월7일까지 열린 ‘지속 가능위원회’(CSD) 실무자급준비회의(4월7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CSD 고 위급회의를 준비하기 위한 정부간회의)에서 나온 최종보고서도 “지구 환 경은 전체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UNEP(유엔환경계획)의 ‘지구환경개관’이 분명하게 보여주듯이 지난 5 년간 지구 환경은 더욱 악화되어 왔으며, 일부 환경문제는 사회·경제적 원인에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 보고서는 따라서 ‘ 자본의 지구화’ 속에서 경제와 사회 그리고 환경을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메커니즘을 창출하는 것을 인류의 시급한 과제로 제기하고 있다.
지난 92년에 열린 UNCED에서 나온 ‘의제 21’과 ‘리우 선언’의 후속작 업을 추진하기 위해 유엔경제사회이사회 산하에 설치된 CSD는 결국 의제 나 선언을 실천할 수 있는 도구 즉 자본과 기술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를 놓고 계속 공전해온 셈이다. 특히 리우에서 약속된 ‘생물종다양성협약’ 에 관해 미국이 계속 유보적인 태도를 취한 데서 잘 알 수 있듯이 선진국 과 제3세계 국가들의 대립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만리장성처럼 보인다. ‘기후변화협약’의 경우에도 리우에서의 약속을 지키는 선진국은 영국과 독일뿐이며, 선진국의 CO2배출량을 2005년까지 1990년대 수준으로 낮추자 는 요청을 미국은 계속 2015년까지로 하자고 고집하고 있다.
NGO쪽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에너지 문제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화석연 료가 고갈되면서 에너지 공급과 사용방식 모두가 21세기의 핵심적인 의제 로 대두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일단 에너지 사용방식과 밀접하게 관 련된 기후변화협약과 관련하여 이 보고서는 올 11월 도쿄에서 있을 기후 변화협약당사국회의에서 선진국들이 2005년까지 1990년대 수준으로 온실 효과 가스를 낮추는 데 동의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OECD 가입국가이지만 환경만큼은 후진국가인 77그룹에 속한다는 우리 정부의 고집이 통하느냐 에 따라 이 문제는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체제인 한국 경제에 ‘빅뱅’과 같은 충격을 가져올 것이다.
한편 이번 실무자급회의에서 흥미있었던 사실은 대만핵폐기물의 북한 반 입문제를 둘러싸고 남북한이 한바탕 설전을 주고받은 일이다. 한국 대표 는 결국 ‘화학물질과 폐기물’ 항목에 “방사능 폐기물의 저장과 이송, 국경간 이동은 ‘리우 선언’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방사능 폐기물의 관 리를 개선하려면 국제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제적으로 동의된 안 전한 저장시설이 없는 나라나 지역에 방사능 폐기물을 저장하는 것은 반 드시 금지되어야 한다”는 조문을 삽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대부분의 77 그룹 국가들도 이 문제만큼은 한국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하지만 북한 은 곧 77그룹 의장국인 탄자니아를 통해 한국은 OECD에 가입했으니 77그 룹에서 빠져야 한다는 논리로 반격하고 나왔다. 한국 외교의 아킬레스 힘 줄을 건드린 셈이었다. 한국은 OECD에 가입하면서 공식적으로 77그룹에서 빠지기로 약속했다.
국제무대에서 한국이 처한 딜레마를 그대로 드러내 보인 것으로, 한국의 NGO들도 서서히 이런 모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