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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
1997년04월03일 제 1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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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부기구(Non-Governmental Orgarnization)가 아니라 새로운 정부(Ne o-Governmental Organization) 역할을 해야 한다.”
“도대체 NGO와는 대화가 안 된다. 어디 가야 합리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 람을 만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기가 너무 어렵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말은 벼랑 위에 서있는 인류가 스스로를 기 만하기 위해 만들어낸 터무니없는 개념일 뿐이다.”
“좋건 싫건 자본의 국제화에 직면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것만이 인류를 하나로 묶고 있는데, 우리 모두 이 마법의 신 앞에서 신음하고 있 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깨닫고 있지 못하다.”
“환경, 환경 하다가 정작 가난을 제거하지 못했다. 환경은 이 화급한 문 제를 망각하는데 기여했을 뿐이다.”
환경과 발전, 통합 개념 찾는다
지난 3월13일부터 19일까지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비정부기 구(NGO) 세계환경회의인 ‘리우+5’ 포럼에서 들려온 다양한 목소리의 일부이다. 이번 NGO 포럼의 주제는 “의제에서 행동으로”(From Agenda T o Action). 지난 1992년 리우에서 열렸던 ‘지구정상회담’(The Earth Su mmit)(또는 NGO쪽 용어로는 글로벌 포럼) 당시 지구촌의 약속으로 설정되 었던 ‘의제 21’(Agenda 21)의 성과를 중간 점검하고, 21세기의 새로운 실천과제를 모색하기 위한 회의이다. 이를 토대로 6월말에 있을 유엔경제 사회이사회 산하 ‘지속가능위원회’(CSD)회의에 NGO의 권고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구헌장’(Earth Chart)의 초안을 작성해 리우회 담 개최 5주년을 기념해 열릴 UN특별총회에 상정해 2000년까지 검토한 다 음, 2002년에 있을 지구환경회담에서 채택하도록 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 번 포럼과 UN의 정부쪽 기구에서는 오는 4월8일부터 열리는 장관급 회담 에서 최종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지난 1992년 냉전이 종식된 상태에서 리우에서 열린 지구정상회담은 전쟁 과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점철되어온 지구촌의 새로운 과제를 무대 위로 부상시켰다. 그리고 ‘발전을 위한 발전의 길’을 걸어온 자본주의와 사 회주의의 발전개념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을 지구촌의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으로 제시하는 동시에 ‘환경’을 이 시대의 최고 화두로 부각시킨 바 있다.
이번 회의는 지난 92년에 리우 회담을 조직했던 UNCED의 사무총장을 맡았 던 모리스 스트롱이 의장으로 있는 지구회의 주도로 조직되었고 전세계 8 0개국에서 약 5백여명이 참가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인 루지에 로, 세계은행 총재인 울펜슨, UNEP(유엔환경계획) 사무총장인 엘리자베스 다우스웰, 전 소련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를 비롯 전세계의 NGO, 각국 의 국가위원회 회원, 환경연구기구, 기업대표, 전문과학자, UN기구 종사 자, 원주민들이 모여 백가쟁명을 벌였다. 따라서 이번 회의는 각 영역별, 문제군별로 활동하는 다른 기구나 조직과 달리 ‘체계적 프로그램’을 제 출하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삼았다.
‘자본의 지구화’속의 환경
회의는 지난 92년 리우 회담을 회고하는 비디오 관람으로 시작됐다. 하지 만 곧이어 개막연설에 나선 모리스 스트롱은 “세계는 92년부터 경제성장 이 회복된 것을 즐기고 있지만 지금 인류는 재앙으로 나가는 길 위에 서 있다. 우리는 많은 편의를 가져다 주지만 이와 동시에 미래를 위해 너무 나 많은 위험을 양산해내고 있는 산업문명을 개조해야 한다”는 경고를 토했다. 브라질 환경부 장관인 구스타보 크라우스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다시 뒤돌아가는 것을 막을 만큼의 진전은 이루어졌다”라는 말로 지난 5년간의 대차대조표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월드 워치 연구소의 크리스토퍼 플래빈은 <지구환경보고서>에 실린 한 글 을 통해 “‘의제 21’의 달성은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지금 세계 인구 중 1천5백만명은 심각한 대기오염의 위험 속에 살고 있으며, 1 0억 인구는 깨끗한 물을 공급받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20억 인구는 하수 구도 없는 비위생적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 활동영역별, 주제별, 대륙별로 토론이 병행된 이번 회의에서, 각 분야 의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로 묶어준 화두는 바로 “국제화”였다. 지구촌 문제는 경제·사회·환경문제에 종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때만이 해결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거의 모든 참가자가 공감했다. 예를 들어 남쪽의 NG O들은 다국적 기업문제와 관련해 어느 때보다도 북쪽 NGO의 도움을 절실 하게 요청했으며, 정부쪽에서도 CSD회의를 비롯 각종 국제회의에서 이전 보다 훨씬 수월하게 NGO에게 문을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이러한 파 트너십과 관련해 NGO들은 기업-정부-지방정부-NGO간의 힘의 균형이 절실 히 필요하며, NGO 역시 ‘아니오’만을 연발하는 반대세력이 아니라 대안 적인 비전을 제시해야하는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는 주장에 많은 사 람들이 동의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UN 산하기구 중에선 예산이나 인력면에서 UNEP의 힘 이 가장 약한 편에 속하며, 재정수급 문제를 비롯해 논란이 적지 않은 편 이다. 지구정상회담의 성과로 생긴 조직인데도 그렇다. 인권의 경우에는 세계사법재판소가 있고, 무역 등은 세계무역기구(WTO)가 있으며, 노동은 국제노동기구(ILO) 등의 기구가 있으나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시대적 화 두로 떠오른 환경의 경우에는 돈도 없고 논란만 계속되는 UNEP만이 초라 하게 존재할 뿐이다.
세계환경기구 설립에 한목소리
UNEP 사무총장 엘리자베스 다우스웰은 올해야말로 세계화의 새로운 도전 을 맞아 조직을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는 호기라고 말했다. 즉 천덕꾸러 기 UNEP을 좀더 강력하고 믿을만한 조직으로 개조하기 위한 계기라는 것 이다. “사람들은 세계화에 대해 걱정하고 있으며, WTO에 맞먹을 수 있는 권위를 가질 만큼 강력한 국제기구를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금의 U NEP보다 훨씬 더 강력한 세계환경기구의 창설을 제안하려고 하며 이번 6 월의 특별총회에서 유엔이 이 기구를 비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우스웰에 따르면 WTO가 주도하는 세계화시대의 도전들은 아주 다양한데 도 자유무역에 위배되는 경우 한 국가의 환경보호법은 무효가 될 수도 있 다. “유감이지만 WTO는 강하고, UNEP은 너무 약하다. 따라서 자유무역을 유지하기 위한 WTO의 권고안이 훨씬 작은 규모인 UNEP의 환경관련 권고안 을 압도할 수 있다”고 WWF의 찰리 클라크는 말하고 있다.
당연히 많은 기업체 대표들은 환경기구가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한 권한 을 갖는 것에 반대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 기업위원회’의 비요른 스티그손은 “절대로 환경 보호무역주의가 있어서는 안되며, 정부 들은 환경법을 이용해 보호주의적인 무역정책을 구사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관리들은 자유무역에 맞서 환경 규제를 강화 할 필요성에 대해 동의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집행관인 제임스 구스타프 스페스는 “국제적 차원에서 WTO나 그밖의 다른 기구와 효율적 으로 일해나갈 환경부문의 파트너가 필요하다. UNEP을 완전히 개조하고 확대해 새로운 기구 즉 세계환경기구를 만들어 국제환경기준을 개발하고 감시하며 국제환경보호와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연히 UNEP의 이러한 제안이 순탄하게 수용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자명하 지만, 아무튼 이 문제가 공론화되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이며, 이에 따라 미래의 환경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법과 정치를 추진하기 위해 통합 적인 법적 틀을 마련해줄 수 있는 국제협약이 추진될 가능성도 점점 커져 가고 있다.
백가쟁명이 난무했던 이번 포럼에서는 결국 CSD에 보낼 권고안을 합의하 는 데는 실패했다. 지난 5년 동안 말의 성찬을 넘어 이제 체계적-장기적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점만 확인하고 말았다. 하지만 최소한 지난 5 년의 성과를 냉정히 평가하고 앞으로 다가올 21세기를 위한 작업 프로그 램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나름의 큰 성과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환경의 ‘빅뱅’ 대비한 국가전략 있나
한국은 90년초에 농업의 빅뱅을 포함해 최근의 노동문제 빅뱅 그리고 다 시 금융계의 빅뱅까지 자본주의의 지구화에 따른 온갖 충격을 힘겹게 견 뎌내고 있다. 하지만 세계 에너지소비 6위 국가인 우리나라가 기후변화협 약의 어떤 군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고에너지 소비구조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 산업구조에 밀어닥칠 빅뱅의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따라서 경제를 살리자는 명분하에 교육과 농업, 환경을 희생시키는 근시안적인 대증처방이 아니라 21세기까지를 염두에 둔 거시적인 시야를 갖지 않는 한 우리 경제는 오히려 21세기에 대단한 홍역을 치르리라는 것을 쉽게 예 상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국가와 재벌 주도의 양적 성장중심 의 발전모델이 사방에서 격파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환경과 발전을 통합 한 새로운 21세기 발전전략을 입안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리우데자네이루=조형준/ 환경운동연합 기획조정팀 국장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