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4월03일 제 151호 한겨레21

삶을 가꾸는 나무야, 나무야

“나무는 나이를 먹을수록 아름다워지는데, 사람은 늙어갈수록 추해지는 것 같아요.”

효림식물원 최병철(52) 원장은 올해로 27년째 나무와 살고 있다. 그 긴 세월 동안 나무를 보살피며 서로만 통하는 밀어를 속삭였다. 이제는 시들 어가는 나무의 한숨과 눈물까지 느낄 수 있게 됐다. 나무를 어루만지는 그의 손길은 자식을 어루만지는 부모의 손길을 닮았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남태령 자락에 자리잡은 1천여평의 식물원은 작은 숲 이다. 솜털이 갓 돋아난 선인장과, 물방울처럼 청초한 난이 곳곳에서 자 태를 뽐낸다. 7백년 세월을 안으로 삭인 소나무 분재는 거목의 위세마저 풍긴다. 식물원에는 분재만 수만여 점이다.

그는 나무를 돈받고 팔지 않는다. 오직 나무의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그 의 나무 사랑엔 차별이 없다. 다른 곳에 있는 나무가 병들거나 기력을 잃 어간다고 하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간다. 약간의 수고비면 족하다. 그래 서 여지껏 큰돈을 만지지 못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분재를 보살핀 적이 있다. 한 점이 아직도 그의 식물 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시들시들 죽어간다. 얼마 뒤 엔 정원수도 치료해줬다. 그때의 수고비를 아직도 다 받지 못했다. 그러 나 그는 한 점 섭섭한 마음이 없다고 말한다. “사람보다 나무를 더 사랑 하기 때문”이다.

그는 솔잎으로 꺾꽂이를 한다. 국내에선 보기 힘든 기술이다. 소나무 잎 사이에 눈을 틔운 뒤, 모판에 정성들여 심어두면 뿌리가 생긴다. 그의 실 험실에는 수천개의 솔잎이 밑둥에 뿌리를 달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나무는 제게 종교적인 가르침을 줍니다. 욕심없이 살아가는 나무를 보 면, 파도치듯한 세상 속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답니다.”

강남규 기자/ 한겨레 사회1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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