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4월03일 제 151호

‘노가다’의 뚝심으로 뭉쳤다

“목수, 타일공, 철근공, 견습공 등 공사판 인부들의 일과 경력은 조금씩 다르지만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모두 비슷합니다. 하루벌이를 위해 새 벽부터 인력시장을 찾아야 하고, 일감이 없으면 방구들 신세를 져야 합니 다.”

최근 경기성남지역 건설일용노동조합을 꾸려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태 영(43)씨는 “건설현장의 인부들은 이제 더이상 ‘노가다’라는 말로 신 세를 한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엄연한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씨 역시 한때는 노가다였다. 20여년 동안 망치와 대패를 들고 전국의 공사판을 누볐다. 김치 안주에 막소주를 들이키며 노동으로 지친 몸을 달 랬다. 일감을 찾아 떠돌며 고단한 삶을 한탄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희망이 생겼다. “노조는 4만여명 정도로 추산되는 경기성남지역 건설노 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일합니다. 출범 이후 3개월여 동안 1백여명 의 일용노동자들이 가입할 정도로 호응이 큽니다.”

이씨는 “일용노동자들도 힘을 합치면 공사판에서 인간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살던 생활에 마침표를 찍어 야 합니다. 시멘트처럼 굳게 뭉치면 공사판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씨는 요즘 어깨가 무겁다고 한다. 마치 철근더미를 올려 놓은 것 같단 다. 주변 사람들의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 는 건설업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다. “우리에겐 공사판에서 단련된 뚝심이 있습니다. 그 힘으로 노조를 튼튼하게 짓겠습 니다.” (문의: 0342-47-5422)

성남=김기성 기자/ 한겨레 사회2부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