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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
1997년04월03일 제 1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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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 바둑이 일본식 공제룰을 벗어나 세계 최초로 `흑 6집 반' 공제를 채택했다.)
한국 바둑에 ‘덤 6집 반’시대가 열렸다.
그동안 바둑 승부의 형평성을 기하기 위해 먼저 두는 흑번에 5집 반을 공 제하던 규칙이 ‘6집 반 공제(덤)’로 바뀌게 된 것이다.
한국기원은 지난 3월20일 기사총회를 열고 현재의 흑 ‘5집 반 공제(덤) ’ 제도를 고쳐 4월1일부터 시작되는 제6기 SBS배 연승바둑최강전과 이어 벌어지는 제6회 진로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는 흑을 잡은 기사에게 6집 반 을 공제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기원의 이번 결정은 그동안 제한시간이 짧은 속기전에서 먼저 두는 흑번이 대체로 유리하다는 기사들의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기사총회에서 도 국내 대부분의 프로기사들이 덤 규칙의 변경에 찬성했다고 한다.
실제로 제한시간이 3~5시간씩인 일반 기전과는 달리 바둑 시작 뒤 각자 1 0분 뒤부터 초읽기에 들어가는 SBS배 등 속기전과 각자 한 시간씩 제한시 간을 두는 진로배 등의 준속기전에는 흑을 잡은 기사의 승률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써 한국 바둑은 그동안 ‘5집 반 공제’의 일본 룰을 답습해오던 관 행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룰을 처음으로 마련하게 됐다. 한국기원은 이를 “세계최강 실력의 한국 바둑이 그 주체성을 선언하는 계기가 될 것”이 라고 자평하고 있다.
바둑 전문가들은 이번 6집 반 공제 룰이 상대적으로 합리적이기 때문에 앞으로 속기전뿐 아니라 일반 타이틀전으로 확대돼, 조만간 모든 기전에 서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면 20여년 이상 사용해 온 룰을 버리고 새 룰을 채택한 ‘합리적 근거’는 무엇일까.
바둑 전문가들은 프로 바국에서는 대체로 1수를 10집 정도로 평가한다. 따라서 먼저두는 흑 한수의 유리함을 절반으로 해석해 5집을 공제하는 것 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지백적이었다. 여기에 반집을 덧붙인 것은 무승 부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면 된다. 그러나 정석, 포석 등 바둑이론이 새로 개발, 발전되면서 전문기사의 실력이 상향평준화되고, 매스컴의 발 달로 수 읽는 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TV중계 속기전이 크게 늘어나면서 먼저 두는 흑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졌고, 이에 따라 기사들 사이에서도 덤 제도의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프로 7단)는 “기존의 5집 반 공제 제도가 백이 불리한 경향이 있다면 7집 반을 공제하는 응창기배 규칙은 백이 유 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그 중간이 가장 적당하다는 것이 기사들의 의견이었다”고 말한다. 딱히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무수히 실전을 치르 는 기사들이 느끼는 감각과 최근의 속기전 승률 등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즉 덤제도가 시대에 따라 변해온 만큼 현대 바둑의 흐름을 하루빨리 반영 해 승부의 공정성을 유지하고, 기사들의 실력 향상을 꾀하기 위한 것이라 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번 한국의 룰변경에 대해 일본과 중국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정 교수는 현대 바둑의 종주국을 자부하는 일본의 경우 자존심에서라도 5 집 반 공제를 고수할 것으로 보았으나, 중국이나 요즘 한창 한국바둑 배 우기 열기가 높은 서구 바둑계는 속기전부터 6집 반 룰을 받아들일 가능 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바둑의 덤 제도는 일본이 먼저 정착시켜 세계 바둑계가 이를 따라왔으나, 지난 88년 중국인 응창기씨가 창설한 응씨배 대회는 흑 7집 반 공제 룰을 새로 만들어 일본룰에 맞서 왔다.
바둑에서 덤이 처음 생긴 것은 1939년 일본 혼인보전부터로 당시는 덤 4 집이었으나 41년 제2기 혼인보전에서 다시 4집 반으로 변경됐다. 그뒤 19 61년 일본 명인전이 ‘흑 5집 공제, 빅(무승부) 백승’ 룰이 생겼다가 19 74년 30기 혼인보전부터 현재의5집 반 공제 제도가 정착됐다.
한국은 1956년 국수전 창설 때 덤 4집 반으로 시작해 70년대 들어 일본이 5집 반 공제를 정착시키면서 이를 따랐다.
이인우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