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야기
1997년04월03일 제 151호 한겨레21

술마시면 지옥간다?

종교마다 신도들에게 권장하는 덕목과 삼가야 할 일을 정한 계율이 있다. 일반 신도가 지켜야 할 10계로부터, 수도승이 지켜야할 수백 가지의 계가 있다. 그런데 많은 종교는 10계 안에 ‘음주하지 말라’는 계를 포함시키 고 있다. 음주가 살생이나 도둑질과 같이 사악하게 비친 연유는 무엇일까 ?

종교의 기본 계는 창시자의 경험을 반영하고 있다. 가령 마호메트교에서 는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는 계가 있는데, 이는 마호메트가 돼지고기 를 먹은 사람들이 식중독으로 죽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라 한다. ‘ 불음주’계가 있는 종교의 창시자는 아마 사람들이 술에 취해 사악한 일 을 저지르는 것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오늘날 불교나 기독교가 다시 창 조된다면 어떤 종류의 기본 계가 정해질까? 아마도 ‘마약흡입’등이 신 종 금기사항에 포함될 것이다.

종교의 가르침은 너무나 이상적이므로 다양한 인간들이 수용하기에는 무 리가 있다. 고귀함, 미천함, 용기와 비굴이 뒤엉켜 있는 것이 인성이며 또한 개인차가 극히 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대의 종교 지도자들은 계 율을 그 시대에 맞게 해석함으로써 이상과 현실의 조화를 꾀하였다.

기독교에서는 종파에 따라 술을 금하기도 하나, 가톨릭에서는 비교적 관 대하다. 사실 19세기까지 서양 주류사에서 기독교 수도원은 제조와 사용 의 중추적인 구실을 해왔다. 미사 때의 음료로 또는 정신적 치료제로 술 이 널리 사용되었다. 불교의 경우에도 남방불교에서는 엄격히 금하나, 대 승불교에서는 해석을 달리한다. 대승 경전에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 시고, 조금 지나면 술이 술을 마시고, 결국에는 술이 사람을 마신다’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사람이 술을 마시는 한도’내에서는 그다지 문제 삼지 않는다. 즉 술 자체를 문제삼기보다는 술을 마시는 사람의 자기조절 능력이 문제임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이종기/ 두산씨그램 생산팀장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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