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
1997년04월03일 제 151호 한겨레21

서울 구로구 평화약국 이재훈·최은애 부부

서울 구로구 고척1동에서 평화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최은애(37)씨와 그의 남편 이재훈(37)씨는 유년시절을 함께 보낸 유치원 동창이다. 고교시설 흥사단 활동을 같이 하며 눈이 맞아(?) 지금에 이르렀다. 80년 대학에 들 어간 두 사람은 민주화의 전선에 선 동지로서 고난의 길을 함께 걸었다. 이씨는 대학을 마치고 자연스럽게 노동현장의 문을 두드려 92년까지 5년 여를 택시노동자로 지냈다. 약대를 나온 최씨는 약국 개업을 접어두고 택 시노동자의 든든한 후원자 노릇을 했다.

“세상을 변화시킨다면서도 정작 스스로에 대한 변화는 게을렀지요. 스스 로에게 충실하고 긴 호흡을 갖기 위한 변화가 절실했어요.” 그래서 이씨 는 추상적 사고를 구체화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요즘 그가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것도 그런 과정의 연장선이다. “동양학을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어요. 미국은 공부하는 방법이 잘 발달된 나라잖아요. 동양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서양의 합리적인 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미국 유학을 결심한 것입니다.” 3년여를 예정하고 혼자 떠나는 유학이라 최씨의 격려와 이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새로운 도전이 남편을 새롭게 하고 더욱 단 련시킬 것입니다. 동양학 공부가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 기에 잘 되리라 믿어요.”

‘한겨레’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다. ‘한 ·약분쟁’의 와중에 일방적으로 한쪽의 손을 들어준 느낌을 지울 수 없 었지만 그것이 신뢰를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언론이 누군가의 기대를 완벽하게 채우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좌, 우의 날개가 있어야 중심을 잡듯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상황에서 한쪽을 일방적으로 편들면 쓰러지기 십상이죠.”

두 사람은 일주일 내내 ‘한겨레’를 기다린다. 매일 아침마다 `한겨레' 를, 주중에는 `씨네21'을, 주말에는 `한겨레21'을 기다리는 것이다. ‘한 겨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만큼 기대도 크다. “지구촌 시대를 산다고 하는데 `한겨레21'은 아직까지 한반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느낌입니다. 최근의 알바니아 사태를 속도감 있게 다루지 못한 것도 아쉽구요. 나아가 국제정세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안목을 `한겨레21'에서 얻고 싶어요. ”

우리시대는 아직도 분노할 게 많음에도 너무 어처구니 없는 사건에 익숙 해져 분노를 잃어가는 세태가 안타깝고 고민스럽다는 두 사람. 한달 앞으 로 다가온 이씨의 출국을 앞두고 또하나의 고민에 사로잡혔다. “`한겨레 21'의 해외구독료가 만만치 않잖아요. 어떻게든 봐야 할텐데 빠듯할 미국 생활의 가계부 때문에 미리부터 걱정입니다. 인터넷 독자로 만족해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수병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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