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엽서	1997년04월03일 제 151호

한겨레21 149호를 말한다

“인간적인 흥부처럼 살고 싶다”

커버스토리 ‘21세기 인간상 흥부야 나와라’는 기존의 <흥부전>에 대한 생각을 통째로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흥부는 게으르고 무능한 인간의 표본으로서 자기개발도 비전도 없는 인물일 뿐이었다. 이에 비해 놀부는 자본을 지키고 굴릴 줄 아는 부의 화신으로 자리잡아 자본주의시대를 주 도하는 인물이었다. 우리는 놀부의 시대를 살며 참으로 많은 것을 잃어버 렸다. 물질 만능에 사로잡혀 소중한 정신적 가치를 무시했고, 과학기술을 맹신해 인간과 자연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기까지 했다. 공동체가 무너진 것도 놀부적 인간상의 득세와 무관하지 않다. 억압과 착취에 능숙한 놀부 에게 공동체의 미덕이 있을 리 없다. 대립을 청산하고 인간의 공동체적 가치를 내세우는 흥부적 인간상이 21세기를 주도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 다.

이혜연/ 서울 관악구 신림8동 567-20

정권교체 열망 간직한 독자후보

정치현상에 대한 양비론을 경계하는 사람들조차 여당의 이번 노동법·안 기부법 개악 날치기와 ‘보수표’에 마음 졸이며 그에 대처하는 야당의 태도에 심한 분노와 배신감을 느꼈다. 노동계는 물론이고 각계 사회단체 와 국민들은 더이상 ‘정치의 들러리가 되어서도 안되고 또 정치무관심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불이익으로 되돌아오는가를 이미 실감했다. 올해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러 가지 정권교체모델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재야 독자후보’ 지지율 수직상승은 이미 폐기처분됐 다고 생각했던 ‘독자후보론’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갈수록 보수화되어 가는 현재 제도권 정치인들을 더이상 믿어선 안 되겠다는 여론이 급속히 확산되어 가는 분위기다. 적어도 이런 열망들이 그런 정치인들을 각성케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박정용/ 부산 동래구 명륜1동 부국아파트 3동 352호

국가기강마저 무너뜨린 김현철씨

그동안 풍문으로만 떠돌던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점차 사실로 확인되고 있으며 한보사태와 관련한 2천억 리베이트설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김씨가 국정을 주무르며 온갖 이권을 챙길 수 있었던 것 은 국가기밀정보를 틀어쥐고 있었던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국가안전을 위해 수집하고 분석하여 사용해야 할 국가기밀이 정보기관의 관리시스템 부실로 개인에게 유용된 것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김씨가 간섭하거나 압력을 행사한 정부부처가 있을 것이고 그에게 고급 정보를 제공한 관련 자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정부는 정보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청와대 비 서실과 안기부 등을 확실하게 조사해 무너진 국가기강을 확립해야 할 것 이다.

장윤재/ 대구시 서구 내당4동 340 광명아파트 3-602

무엇으로 21세기 희망 만들 건가

특집 ‘한국의 미래 희망은 있다’는 세계 석학들의 의견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예측해 보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21세기를 맞이하는 가운데 우 리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우리의 미래가 희망이 있다지만 현실 정치와 경제 등을 살펴볼 때 안타깝기 그지 없다. 21세기의 희망은 ‘열려라 참깨’식의 주문으로 이루어질 리 만무 다. 국민 모두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희망을 가지고 정치적 사안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며 대통령 선거 등을 올바로 치러야 가능한 일이다. 정치적 무관심은 스스로를 더 깊은 절망으로 인도할 뿐만 아니라 나라의 장래를 어둡게 한다. 미래의 희망을 간직하며 21세기를 힘있게 맞이했으면 한다.

장윤영/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상1동 반달마을 1816-701

멘사 가입기준은 지적 허영심

흐름 ‘두되집단이 지구를 감싼다’를 읽고 안타까운 마음에 몇 가지를 말하고 싶다. 멘사의 가입 기준을 보면 이 단체의 목적이 사회봉사인지, 아니면 영재를 키우기 위함인지 알 수가 없다. 사회봉사가 그 주된 임무 이라면 IQ가 뛰어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그러한 사회봉사가 존재한다 는 말일가. 사회봉사란 자신의 의지와 마음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지 자신의 뛰어난(?)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영재를 키우고 육성 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인가. 수학문제 하나 더 빨리 정확하게 푸는 영재 들이 과연 영재일까. 세상의 복잡 다양한 사람의 능력들을 단지 몇개의 수학문제로 단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뛰어난 음악가와 뛰어난 수학자, 그들 중 누가 더 영재인가. 한가지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고 하는 그런 잘못 된 멘사의 가입기준은 지적 허영심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한다 .

안종렬/ 경상 포항시 남구 효자동 산 31 포항공과 대학교 물리학과 표면 물리실험실 9712D10·인터넷 jbsin@galaxy.postech.ac.kr

IQ테스트는 온갖 차별의 도구

멘사의 한국 진출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나로선 이해하기 어렵다. 바보를 솎아내기 위해서 고안된 IQ테스트가 성별·인종·국적·계급을 차별하는 신화로서 정착한지 오래다. 어쩌면 멘사는 그것의 극단적인 표현에 지나 지 않는다. 노동이 정당한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사회구조 속에서 인간의 능력은 창조적으로 발휘될 수 있건만 오히려 수리와 도형으로 능력을 가 늠하는 기계적 방식을 최상의 잣대로 차용하는 멘사의 등장은 결과적으로 비정상적 교육열만 부추길 것이다. 차라리 IQ 무용론을 제기하는 한편 멘 사가 공공연히 주장하는 사회생물학적 편견과 그릇된 사회·정치적 실천 을 비판하는 자세가 올바른 인식을 가져다 주지 않을까.

이찬희/ 나우누리 iaak3

“내 마음에도 봄꽃이 피었다”

창 ‘봄이여, 우리 마음에도 오라’를 보고 뭐라 딱 꼬집어 얘기할 수는 없지만 가슴속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기쁨과 설레임을 느꼈다. 세상 곳곳 의 봄소식을 전하려는 기획의도 아래, 사진과 기사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 어 감탄을 연발했다. 연일 우울한 기사를 접하는 독자의 무거운 머리, 찌 푸린 눈, 분노에 가득 차 더이상 참을 수 없는 가슴을 잠시나마 맑게 씻 어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꽃망울을 머금은 노란 꽃다발을 보며 당장이라 도 꽃집으로 달려가 꽃을 사서 집안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었다. 앞으로도 머리를 식히는 촉촉한 봄비같은 기사와 사진이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김성희/ 대구시 북구 복현1동 411-12

노령화 사회 대책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유난히도 소외된 계층이 많은 것 같다. 정치·사회·경제적 으로 소외되고, 일반적인 관심에서 소외된 계층들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노인들도 그런 계층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분들은 젊어서 이 나라와 사회를 위해 피와 땀을 흘렸고, 그 후손들이 지금 사회를 이끌 어 가고 있음을 생각할 때, 현재의 노인정책은 그야말로 ‘무대책’, ‘ 무대접’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이미지21의 전국노인대회 화보는 노인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의미있는 사진이었다. 대회에 참가한 노인들 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기사화하지 못해 조금 아쉽 기도 했다. 노인정책에 대한 심도있는 진단을 기대해 본다.

이종수/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4가 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