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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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04월03일 제 1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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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승(26·물리3)씨는 과학기술원 학생 가운데선 보기 드물게 일반고를 나왔다. 보통 과학고 출신들이 2학년 때 과학기술원에 진학하는 것과는 달리, 고교 3년을 꼬박 마쳤다. 그 세월 속에는 2학년 때 과학기술원에 도전했다 떨어진 쓰라린 기억이 새겨져 있다. 그는 “공부 잘하면 으레 서울대에 가야 한다는 통념이 싫어 과학기술원을 택했다”고 한다.
-과학기술원은 어떤 곳인가.
=도전의지와 실험정신이 살아 있는 곳이다. 학생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열정으로 차있고, 교수들은 고리타분한 사고에 얽매이지 않는다. 교육여 건만 따지자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을 선택 할 때 주저없이 내가 갈 곳이라고 확신했다. 사회통념이 권하는 대로 따 라가기는 싫었다.
-학교 생활에 만족하는가.
=처음엔 산업경영학을 전공으로 골랐다. 학교에서 문과적 성격이 제일 강 한 곳이다. 학보사를 포함해 학생회 활동도 열심히 했다. 그러다보니 성 적이 좋지 않았다. 건강도 꽤 상했다. 결국 군대를 갔다. 제대한 뒤엔 물 리학으로 전공을 돌렸다. 이 학교에선 전공을 옮기는 게 자유롭다. 선택 을 후회하지 않는다.
-어떤 학생들은 학업에 중압감을 느낀다고 한다.
=교수들이 학문적으로 대단하다. 우월감을 갖고 있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때로 그런 우월감이 학생들에게 부담을 준다. 자신의 기준을 학 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숙제나 시험도 만만찮다. 그러나 그런 부담감 의 강도는 학생들에 따라 다르다. 일률적으로 뭐라 말할 수 없다.
-기숙사 생활은 어떤가.
=이곳에선 모든 생활이 학교 안에서 이뤄진다. 기숙사와 강의실, 연구실 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모두 학교생활의 연장이다. 다른 학교의 학생 들처럼 가정과 학교, 그리고 여가생활이 명확하게 나눠지지 않는다. 그래 서 생활의 리듬감을 잃고 무력감에 빠지기도 한다. 학교 밖 문화라곤 술 집이나 전자오락실, 만화가게, 비디오가게를 찾는 게 고작이다. 이런 환 경에서 사는 학생들은 대체로 사회적 경험의 깊이가 얕을 수 밖에 없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03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