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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1997년04월03일 제 1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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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총련은 동맹휴업의 구호를 `학원자주화'에서 `김영삼 정권 임기내 퇴진'으로 완전히 바꿨다.)
재야와 학생·시민운동단체가 과연 ‘정권 퇴진운동’에 나설 것인가.
권력의 공백에 따른 ‘무정부 상태’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사회운동단 체의 향후 진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두 가지 기류로 나 뉘어 있다. 먼저 김영삼 정권이 내세웠던 ‘문민개혁’의 장밋빛이 완전 히 사라졌기 때문에 ‘정권 퇴진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새로운 흐 름으로 등장했다. 반면 임기 전에 물러나야 한다는 ‘조기 퇴진론’은 대 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의미가 없기 때문에 재야의 독자세력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 또다른 흐름이다.
조기퇴진 구호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한 곳은 한총련을 중심으로 한 학 생운동권이다. 한총련은 3월28일과 29일 이틀 동안 ‘김영삼 정권 4년 실 정에 대한 파산 선고와 임기 내 퇴진’을 전면에 내걸고 동맹휴업을 벌일 방침이다. 한총련이 애초 내걸려고 했던 구호는 ‘정권퇴진’이 아니라 ‘학원자주화’였다. 그러나 김현철 사건으로 국민과 학생 일반의 분노가 높아지자 구호를 ‘임기내 퇴진’으로 완전히 바꿨다. 한총련의 한 핵심 간부는 “노동법 날치기 통과와 김현철 사건을 목격하며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들은 반정부의식이 무척 높아져 있다. 의식화는 텔레비전이 다 해 주기 때문에 우리는 조직하기만 하면 된다”며 학생운동권의 분위기를 전 했다. 이들은 동맹휴업 기간중 서울에서만 1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도심시위가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학생운동권은 3월 동맹휴업에 이어 4·19, 5·18, 6·10 등을 계기로 연속적인 총궐기 형식의 대중투쟁 을 계획하고 있다. 학생운동의 대중동원력과 대중투쟁의 수위는 조기 퇴 진의 현실적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학생운동권의 이런 분위기와는 달리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과 전국민 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민중운동 진영에서는 조기 퇴진 구호의 현실성에 회 의적이다. 전국연합의 한 간부의 분석은 이를 뒷받침한다. “상징성이 있 기는 하지만 현실적인 설득력이 떨어지는 구호다. 사실 그것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몇달 차이밖 에 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은 87년 6월항쟁의 성과를 고스란히 없애는 야당의 내각제 보수연합체제를 경계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한 간부도 “슬로건 차원에서 조기 퇴진을 주장할 수 있지만 현실성이 별로 없어 보 인다. 물론 청문회가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변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 다.
어쨌든 진보민주진영에서는 더이상 김영삼 정권에 대한 성격 규정으로 심 각한 논란을 겪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권 출범 당시에는 “문민개혁을 지 켜보며 도와야 한다”는 주장과 “정권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조직적인 분규를 겪을 지경이었다. 그러던 것이 쌀수입개방, 노동법 날치기 통과, 김현철 사건을 겪으며 완 전히 판가름났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김창석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