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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인터뷰 |
1997년02월20일 제 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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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법 날치기 처리에서 촉발된 지난 1월 노동자 총파업 이후 노동현장에 서는 파업 기간중 임금지급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노동계는 파업중의 임금지급 문제를 노사 자율협상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사 용자쪽은 원칙적으로 노사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법제화할 필 요성이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앞으로 개정 노동법 재논의 과정에 서도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양쪽 주장의 논리적, 현실적 배경과 앞으로의 방침 등을 민주노총의 김유선 정책국장과 경총의 김영배 상무이사 정책본부장에게 들어본다. 편집자 |
김유선 민주노총 정책국장- “반민주·반개혁 실체 드러내는 것”
-파업 기간중 무노동무임금 적용이 어떤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는가.
=무노동무임금뿐만 아니라 노조의 핵심간부에 대한 고소, 고발에 대해서 는 사법처리 유예방침은 이뤄졌으나 취하되지 않고 있다. 분위기에 따라 서는 언제라도 구속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해고를 포함한 징계나 노조 무 력화를 겨냥하는 손해배상 청구도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입사할 때 연대 보증을 한 가까운 친척들에게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도 생긴다. 조합원들에게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부분은 아무래도 무노동무임금의 문제 다. 무노동무임금 적용은 물론이고 한발 더 나가서 무단결근 처리해서 연 월차수당 등 각종 수당을 받지 못하게 하고 있다. 무노동무임금 적용을 파업 참가 정도에 따라 등급을 매겨 차별적으로 해 노동자들 사이를 이간 질시키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무노동무임금 적용은 사무전문직보다 생산직에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자동차 대공장들에서는 전면파업을 해 휴일 빼고 18일 정도 파업했는데, 여기에 무노동무임금을 적용하면 한달 월급의 절반 이상이 날아가는 것이 다.
-사용자단체에서는 무노동무임금 적용 방침을 산하 기업에 시달했는데 사 용자들의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번 파업이 다른 때와는 달리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투쟁, 국민의 기 본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명백하게 원인제 공과 범법행위는 신한국당이 저지른 것이다. 재계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투쟁에 대해서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내세우는 사실은 그들 자신이 반민주와 반개혁의 본산이라는 실체를 드러내는 것이고, 노동자들의 생활 상의 어려움을 담보로 해 이후 파업의 참여를 차단하고 노조 조직력을 약 화시키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재계의 의도대로 된다면 이후에는 과 연 누가 국민의 생존권과 기본권,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 과감하 게 나설 수 있겠는가. 이런 훌륭한 전통과 역사적 경험은 지켜져야 한다.
-무노동무임금에 대한 노개위 공익 최종안은 “쟁의 기간중 임금지급을 요구하는 쟁의행위는 금지한다”는 것이었다. 이 조항은 당연히 노동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는데 정부의 날치기법은 “사용자는 쟁의행위에 참가하 여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 기간에 대한 임금을 지 급하여서는 아니되며…”라고 명시해 사용자로 하여금 임금지급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이 조항은 전세계 어느 나라에도 법제화되어 있지 않다. 노사간의 자율 적인 협상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별도로 노사간에 협약이나 관행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을 지급할 수 있지 만, 별도로 협약을 맺지 않은 경우에는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다른 나라도 대부분 비슷하다. 노동계도 파업 기간중에 반드시 임 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을 법제화하자고 주장한 적은 한번도 없다. 법으 로 줘라 말아라 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 노사간의 합의에 따라서 결정해야 할 성격이다. 법으로 명시해 금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지금까지의 무노동무임금에 대한 노동계의 관행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경우 파업을 끝낼 때 노사간에 대화를 통해 어떤 형태로든지 전액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정한 임금을 지급해왔다. 87년 직후에는 거 의 100%의 임금을 다 받았고, 지난해 민주노총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임 금의 절반 정도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기업주로서도 파업이 끝나고 생산에 다시 들어가는 시기에 노사간 신뢰회복과 노동자의 생활안 정 그리고 현장분위기를 일신하고 근로의욕을 높이기 위해 일정한 임금 지급은 필요한 것이다. 이제 법으로 하지 말라고 하면 생산현장의 노사관 계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경총은 애초 노개위에서 쟁의행위 기간중에는 근로계약의 효력이 정지된 다는 외국 입법의 예로 유일하게 프랑스 노동법 L.521-1조를 들었는데 외 국에도 입법의 예가 있는 것 아닌가.
=경총이 인용한 자료에 따르더라도 프랑스 법조문은 “단체행동은 근로자 의 귀책사유인 중대한 비행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근로계약을 파기하 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계약의 의무인 임금지급을 쉽게 그만 두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앞으로 노동계의 대응은.
=1차적으로는 파업 기간중 임금은 노사간 자율적인 협상으로 지급받는 것 으로 정리하고 있다. 재계도 이번 파업의 원인제공자로 범법행위를 저지 른 신한국당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지급이 되 지 않는다면 신한국당을 상대로 민주노총이 일괄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 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그와는 별도로 올해 임금인상 투쟁과정에서 임금인상 요구율에 플러스 알파를 해서 요구하고 관철해나갈 방침이다. 2 월 국회에서도 이 조항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어차피 금년 임단투 기간중 에 노동악법에 대한 불복종차원에서라도 현장에서 파업 기간중 임금지급 을 보다 더 강도높게 요구할 것이다. 국회에서 없애지 않더라도 정치권이 나 재계 스스로도 이 조항을 없애야 자기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조항으로는 산업평화나 노사관계 안정, 경쟁력 강화는 기대하 기 어렵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한국노총과는 이 조항에 대한 이견이 없는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안다.
김창석 기자
김영배 경총 상무이사 정책본부장-“노조도 ‘파업 책임’ 져야 한다”
-1월 노동법 관련 총파업 이후 파업 기간중 임금지급 문제가 노사간에 첨 예한 쟁점이 되고 있다. 경총의 입장을 정리해 달라.
=파업 기간중 임금지급 문제는 우리나라 노사관계에서 가장 시급히 개선 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근로자들이 회사 생산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파 업을 하면서 임금은 임금대로 달라는 것은 명맥히 잘못된 것이다. 파업은 노무제공을 안 함으로써 회사생산에 큰 피해가 나니 노동자의 노동을 존 중해달라는 합법적인 위력과시 행위다. 자신들의 힘을 보임으로써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인데 거기에 임금까지 지급하라고 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노 동자의 ‘자비’에 의존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는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사용자로서는 파업을 하면서 임금까지 받는다면 과연 노 동자들이 파업을 빨리 종식하겠는가 하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
-개정노동법은 ‘파업 기간중 임금지급 금지’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 는데, 세계 어느 나라도 이를 법제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노사협상에 맡기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법으로 명문화할 필요까지 있느냐는 의견이 많은 줄 안다. 물론 외국에 서도 파업 기간중 임금지급 금지를 법제화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왜냐하 면 파업 기간중 임금을 달라고 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굳이 법으로까지 규정할 필요성이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법제화하느냐 않느냐 보다, 파업 기간중에 임금을 주는 나라가 있느냐 없느냐를 보아야 한다. 또 아 예 법제화한 나라도 있다. 미국은 태프트-하틀리법에서 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최근 노동법을 개정한 오스트레일리아도 명문화했다.
-개정노동법에 이를 명문화하는 것이 노동자의 부당한 요구 때문에 부득 이한 것이란 뜻인가.
=그렇다. 이유가 안 되는 것을 억지로 요구하니 결국 법으로까지 규정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노동계가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면 우리도 무리하 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노동조합의 ‘비하인드 파워’가 너무 크 게 작용한다. 안 주면 다른 걸로 보복한다는 식이다. 그래서 사용자 중에 는 임금을 주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된 관행으로 어떤 점에서는 노사 모두 양자처벌의 대상이다. 파업 기간중 임금지급 문제가 원천적으로 노사교섭 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공정한 노사관계 정립의 핵심 조건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운동은 수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사용자에 비해 노동조합은 아직도 여러 면에서 취약한 실정이다. 장기적으로 노동조합의 성장이 노사평화의 가능성을 더 갖는 것 아닌가.
=파업은 노동조합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고뇌에 찬 행동이다. 그것은 사 용자쪽에 엄청난 타격을 주는 최후의 합법적 무기다. 그런 무기를 사용하 면서 임금을 포기하지 못하면 정당한 노동행위가 아니다. 이제 우리 노동 운동은 스스로의 힘으로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고민해야 노동운동도 책임있게 발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무조건 떼를 쓰는 유아기적 노동운동에서 자주자립하는 청년기적 노동운동으로 전환하는 데도 이 문제는 선결요건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개정 노동법 재논의 과정에서도 양보할 의사가 없다는 말인가. =거듭 말하지만, ‘파업 기간중 임금지급 문제’는 우리 노사관계 정립의 핵심사안이다. 노동3권이 있듯이 사용자에게는 노무제공을 않는 근로자에 게 임금을 주지 않을 자유와 권리가 있다. 노동계가 계속 무리하게 이를 요구하는 한 우리 주장을 관철하는데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파업 기간중 의 임금을 포기하기 싫다면 파업을 포기하라고 말하고 싶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도 같은 맥락인가.
=물론이다.
-지금 총파업 이후 개별 사업장에서는 파업에 대한 ‘보복’이 해고, 무 단결근 처리 손배소송, 노조간부 재산가압류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사용자의 행동은 서로의 감정만 격화시킬 뿐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는 현재 기업별 노조체제다. 파업도 이에 맞는 집단행동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아예 산별체제로 가든가 그렇지 않다면 노동조합 도 파업 후유증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경총의 방침인가.
=꼭 그렇게 일일이 방침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지난해 12월 경총은 이 번 파업이 불법이므로 원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지 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또다시 총파업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 .
노동계를 완전히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본다. 노동계도 전부 아니면 전무 라는 생각을 고수한다면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건강한 상식 을 갖고 공익을 먼저 생각하는 우리 사회 다수의 사람들이 어떻게 판단하 는가를 우리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고통분담의 논리도 있다. 노동계에 바라는 것은. =고통분담은 말 그대로 과실을 나누는 게 아니라 고통을 나누는 것이므로 고통스러워야 한다. 무엇이 고통인가를 고민해달라. 다만 말로만이 아니 라 실제 행동으로 보여달라. 우리경제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그 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향후 노사관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 을 것이다.
이인우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