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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1997년02월20일 제 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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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보화의 빠른 진전으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환경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희망은 연구조사 결과 장밋빛 꿈으로 밝혀졌다.)
‘재택근무’를 통해 미래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환경운동 진영의 희망이 ‘허상’에 불과할 수 있다는 주장이 독일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정보고속도로,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환경프로그램입니다.”
독일 텔레콤은 그동안 이런 선전문구로 ‘재택근무’가 환경친화적일 것 이라는 희망을 전파해 왔다. 정보고속도로의 발전은 자신의 집에서 편안 한 자세로 컴퓨터 단말기를 통해 회사일을 처리하는 이른바 재택근무형태 를 가능하게 하고, 재택근무는 골치아픈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 을 준다는 말이다. 독일 텔레콤은 “일터를 벗어난” 근무형태가 보편화 할 오는 2000년도에 이르기까지 최소한 2억5천만리터의 휘발유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을 희망의 구체적 근거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독일 프라이부르크 환경연구소가 최근 ‘가상공간에서의 환경보호 ’라는 제목으로 내놓은 연구보고서는 이런 세간의 믿음을 뒤집는 구체적 인 사례연구를 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통신근무 집에서만 일할 수는 없다
시범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는 여러 나라 기업을 대상으로 재택근 무 종업원들의 구체적인 생활상을 추적해온 이 연구보고서에 담겨진 결론 은 분명하다. 컴퓨터 단말기를 통한 ‘통신근무’의 도입이 환경보호의 관점에서 볼 때, 아직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른바 ‘환경친화적인 통신근무’라는 미래상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첫째 원인은 무엇보다도 과연 ‘통신근무’를 엄밀하 게 정의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일반적인 기업의 사 무실을 대체한 ‘집 안 사무실’이란 엄밀한 의미에서 존재하지 않기 때 문이다. 실례로 독일에서만 약 3백50여명의 ‘재택근무 종업원’을 두고 있는 IBM의 경우, 조사대상 종업원들은 일주일에 평균 1.5일만을 ‘집 안 사무실’에 머물면서 ‘회사일’을 처리했다. 이들 ‘재택근무자’들은 그 나머지날에는 회사에 ‘들르거나’ 혹은 제3의 장소에서 업무를 처리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형태의 도입에 따라 이들이 집에만 머물 러 있게 됨으로써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예상을 뒤집는 결과인 셈이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이 연구보고서는 흔히 이야기되듯 독일에서 장차 재택근무인구가 3백50만명으로 늘어나는 극단적인 상황이 오더라도, 승용 차 이용은 지금보다 1% 이상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더욱이 정 치가들이나 언론의 요란스러운 전망과는 달리, 재택근무 일자리 자체가 그다지 빠른 속도로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빼놓지 않고 있다. 보고 서는 따라서 ‘정보화’의 물결이 가까운 장래에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 도깨비방망이’로 쓰일 수 있다는 믿음은 지나친 것이라는 결론지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미국 캘리포니아지역에 대한 연구에서도 쉽사리 발견 된다. 80여km나 떨어진 직장으로 하루 몇시간씩 쏟아부으며 출퇴근하던 종업원들을 재택근무체제로 전환했는데도, 이들은 실제로는 한달에 평균 7일 만을 집에 머물러 있으면서 ‘회사일’을 처리했다. 나머지날에는 그 먼거리를 달려 회사에 정식으로 출근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까지는 회사 에 직접 출근해서 처리해야만 하는 업무들이 생각보다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로 오히려 이동거리 증가
이들 사례의 경험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재택근무제의 도입에 따라 도심으로부터 탈출해서 주거환경이 뛰어난 전원지대로 주거지를 옮긴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환경문제에 그다지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는 쉽 게 발견된다. 추가적인 이동거리가 늘어나고, 승용차 이용 횟수도 그에 비례해 늘어나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출퇴근길에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거나 데려올 수도 있었고, 혹은 슈퍼마켓에 들 러 필요한 물건을 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모든 일들을 위해 매번 승용차를 이용해야 하는 확률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사실 또한 숨길 수 없다.
물론 현실적으로 아직껏 재택근무 형태가 널리 퍼져 있지 않은 시점에서 이루어진 이번 연구결과는 따라서 제한적인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 럼에도 흔히 ‘독일의 환경수도’라 불리는 프라이부르크로부터 던져진 이 연구보고서는 요란스런 정보화의 외침 속에서도 냉정하고 구체적으로 환경문제를 되새겨볼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 독일 내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브레멘=최우성 통신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