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경제
1997년02월20일 제 145호 한겨레21

부가가치경영이 살길이다

서상록/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

경제분야에서 96년은 고비용 담론으로 지샌 한해였다. 노동생산성 향상을 5%포인트 이상 앞질러 간 임금상승, 경쟁상대국에 비해 2∼6배나 비싼 공 단의 땅값, 국제금리 수준에 비해 1.5 내지 2배나 비싼 금리, 제조원가의 16%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물류비용 등 우리 경제의 고비용구조는 과연 심각하였다. 이 와중에 일어난 대표적인 역리(逆理)가 임금동결, 감원, 금리인하 유도 등 물리적인 조치였다. 그러나 냉정하게 진찰한다면 고비 용은 우리 경제의 겉으로 드러난 병이다. 안에서 곪아터지고 있는 속병은 따로 있다. 우리 경제의 속병은 무엇인가? 우선 결론의 뚜껑만 연다면, 그 답은 무형적인 데 있다.


무형의 자원을 개발하자

어떤 사업을 하든 사람(Man)과 물자(Material)와 돈(Money)이란 유형의 경영자원이 기초적으로 있어야 한다. 이것이 전통적인 경영패러다임의 3M 이라는 자원이다. 그리고 이 3M의 값인 임금, 지대, 이자가 비싼 것이 바 로 식자들이 목청을 돋우어 질타한 고비용이다. 그러나 현대적인 경영에 서 이 눈에 보이는 경영자원보다 결정적인 구실을 하는 눈에 안 보이는 자원이 있다. 그것은 정보, 기술, 기업문화라는 무형의 경영자원이다. 요 즈음의 유행어로 비유하면, 사람과 물자와 돈이라는 눈에 보이는 3M은 하 드웨어이고, 정보와 기술과 기업문화라는 무형의 3대자원은 소프트웨어이 다. 우리 경제는 지금 이 무형의 3대자원이 태부족한 중병을 앓고 있다. 이것이 우리 경제의 속병이다. 고태적(古態的)인 경영정보시스템, 모방에 서 겨우 몇 발자국 나아가 있는 기술수준, 천민자본주의적인 기업문화. 이것이 우리 경제가 앓고 있는 속병이다. 그리고 이 속병을 다스려야만 우리 경제는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다.

전통적인 유형자원인 3M의 이용을 탈각하지 못하는 경영은 항상 낮은 코 스트의 달성만을 추구한다. 때문에 임금이나, 땅값이나, 금리가 비싸지면 늘상 고비용타령이다. 그러나 3대의 무형자원인 정보, 기술, 기업문화를 고양하는 경영은 같은 비용을 들여 어떻게 하면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할까 에 전념한다. 그것은 고비용을 치러내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영 이다.

우리나라의 기업경영은 지금 전환의 길목에 와 있다. 낮은 코스트를 추구 하는 ‘코스트 경영’에 계속 집착하느냐, 아니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 하는 ‘가치경영’으로 접어드느냐 하는 길목이다. 코스트경영은 쉬운 길 이다. 우리는 이 쉬운 길을 경유하여 중진국을 벗어나려는 참이다. 그러 면서 OECD에 가입하는 멤버십의 길을 터 놓았다. OECD의 멤버로서 우리 앞에 놓인 환경은 국경없는 무한경쟁이다. 이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 길 은 부가가치경영뿐이다. OECD의 가맹국으로서 우리는 이미 돌아갈 수 없 는 강을 건너고 있다. 코스트경영에 집착하면 이 강에서 익사한다. 부가 가치경영을 해야 이 강을 건널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할 때만 우리도 경제 적인 선진국의 대열에 끼일 수 있다.


성장의 과실 생산성 향상에 투자해야

97년에는 고비용타령을 그만하고, 이를 타넘는 고난의 ‘도강’(渡江)을 해내야 한다. 정부쪽에서 임금동결이라는 소득정책을 졸라대는 풍토는 하 루빨리 없어져야 한다. 경제의 목적은 복지향상이고, 복지향상은 고임금 에서 얻어진다. 그리고 높은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생산성의 향상만이 고 임금을 커버할 수 있다.

우선, 경제를 선도하는 대기업들이 그동안 모아둔 성장의 과실을 기술과 생산성 향상에 투자해야 한다. 정부는 대기업에 해줄 만큼 해주었다. 이 제는 스스로 기술과 생산성 향상에 사운을 거는 집중투자를 해야 한다. 그 투자는 무엇인가? 천민자본주의정신을 집어던지고, 오로지 정보와 기 술을 추구하는 ‘지식기업’으로 환골탈태하는 것이다. 이것이 경제력을 올바로 사용하는 길이다.

코스트경영에 의존하는 양적 성장은 한계에 부딪쳤다. 경제를 선도하는 자, 대기업이 부가가치경영에 앞장서는 지식기업이 되어야 한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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