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1997년02월20일 제 145호 한겨레21

위기의 정국 대권후보에게 듣는다

최근 한국사회를 뒤덮고 있는 문제 3가지. 첫째는 노동계 총파업의 원인 이 됐던 노동법의 날치기 처리다. 두번째는 ‘공작정치’의 시비가 끊이 지 않고 있는 안기부법의 날치기 처리다. 그리고 마지막은 정치권과 경제 계를 강타한 ‘한보사태 태풍’이다.

이와 관련한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입장은 명확하다. 김대중, 김종필 총재 는 ‘날치기 법안’의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또 한보사태와 관련해 서는 철저한 정경유착의 고리를 파헤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신한국당의 이른바 ‘대선 후보군’들의 목소리는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한겨레21>에서는 이번 기회에 여권 후보군을 대상으로 개별적인 설문조 사를 실시했다. 이들의 입장을 직접 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 는 신한국당 이홍구 대표를 비롯해 이회창, 이한동, 최형우, 김덕룡, 박 찬종 고문이 답변서를 보내왔다. 김윤환 고문은 외유중이어서 제외됐다. 편집자

노동법 개정과 관련한 신한국당 후보군들의 입장은 거의 비슷하다. 이 대 표만이 정확한 입장을 유보했을 뿐 대부분의 예비후보들은 복수노조의 인 정에 같은 목소리를 냈다. 반면 정리해고제와 변형근로제에 대한 입장은 정부의 입장과 같이 했다. 다만 박 고문만이 두 조항에 대해서도 재개정 을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안기부법과 관련한 입장도 비슷하다. 한결같이 안기부의 수사권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임을 주장하고 ‘문민정부’ 아래서는 ‘공작정치’가 있을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나 김덕룡 의원만이 안기부법도 원 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융통성 있는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한보사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예비후보들에 따라 다소 다른 입장을 보였다. 최형우 고문과 김덕룡 의원은 이번 사태를 한보쪽의 무리한 사업 추진쪽에 무게를 두고 분석한 반면, 이한동, 이회창, 박찬종 고문은 잘못 된 관치금융과 외압쪽에 더 무게를 뒀다. 이 대표는 진단과 처방을 유보 했다. 다음은 질문과 답변 내용이다.


질문내용

<1> 노동법과 관련해서는 노동계가 먼저 복수노조 인정과 변형근로제, 정 리해고제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향후 처리가 어떻게 되어야 된다 고 보시는지 견해를 밝혀주십시오.

<2> 이와 함께 안기부법의 경우 제7조(고무·찬양죄)와 제10조(불고지죄) 를 부활시켜 안기부의 수사권이 확대·강화됐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 단을 비롯한 종교계와 사회·학술단체에서는 안기부의 수사권 확대가 인 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보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또 야권에서는 ‘공작정치’의 폐해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선거를 눈앞에 두고 굳이 이 시점에서 안기부법을 고쳐야 하는지를 묻고 있습니 다. 견해를 밝혀주십시오.

<3> 최근 사회에 커다란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한보사태’와 관련해 과 연 외압이 없이 천문학적인 대출이 가능했다고 보십니까. 근본적인 문제 가 어떤 것이며 향후 처방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홍구 대표- 안보 불확실… 안기부법 재개정 안 된다

이홍구

<1> 노동계의 주장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영수회담에서 합의되었듯 이 국회가 열려 개정문제를 논의하게 되면 노동계가 자체의 입장을 표명 할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그와 더불어 기업을 포함한 국민 각계각층의 의견도 개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야당이 임시국회의 개회를 하루빨리 동 의하게 되면 국회로서도 다시 한번 종합적인 검토를 할 기회가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 당은 이미 밝힌 바 있듯이 국회 토의과정에서 모든 계층의 입장을 광범위하게 논의하겠다는 방침입니다.

<2> 지금 북한의 체제불안정과 권력의 불가측성을 감안할 때 한반도에서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다시는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확고한 안보태세 확립이 우리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것입니다. 대공 수사역량을 강화한 안기부법의 개정 취지는 바로 불확실한 안보상황에 능 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의 재연을 우려한 나머지 인권침해와 공작정치 운운 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습니 다. 성숙된 국민의식과 국회와 언론의 냉정한 감시기능이 있는 한 그런 우려는 기우로 끝날 것입니다.

<3> 현재 검찰의 엄정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조만간 전모가 밝혀질 것입니다. 외압의 여부 등 대출과정의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믿습니다.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금융관행과 제도상의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할 계기 를 마련했습니다. 우리당으로서도 이미 금융제도 개선을 위한 검토작업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저와 당으로서는 하청업자 등 관련업체 와 해당지역 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정부 당국과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방안을 최우선 과제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회창 고문- 관치금융 관행이 한보사태 만들었다

이회창

<1> 노사 양쪽의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노동법 재개정이 논의된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와 근로자의 권익보호라는 원래의 근본 정신에서 크게 어긋나서는 안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예컨대 상급단체의 복수노조 3년 유예조항은 복수노조가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인정되고 있다는 점과 국제노동기준도 감안하여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정리해고제와 변형근로제의 도입은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노동환경에 맞춰 노동시장에 탄력성을 주어서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 의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정리해고제는 과거 대법원의 판례보 다 오히려 해고의 요건을 엄격화 한 것입니다. 단, 정리해고제라는 용어 자체가 법안의 근본 취지와는 달리 국민들에게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주 고, 사용자쪽의 남용소지에 대해 우려를 갖게 하는 만큼 자의적 발동을 억제시키는 장치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변형근로제는 근로자쪽이 실질 임금을 통해 일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도 록 하는 방향에서 그 개정여부가 논의되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마지막으 로 노사 양쪽에서 불안해 하고 있는 점이 있다면 이에 대한 보완장치도 논의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2> 앞으로 이에 대한 논의는 국회에서 여야 대화를 통해 어떤 문제가 제 기될 것인가에 달려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미 당론이 정해져 있는 만 큼, 그 운영상 예상되는 문제점을 보완하여 인권침해의 여지를 최대한 줄 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일각에서 안기부법이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목적에 사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또 우리 사회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을 만큼 성숙하고 투명 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도입된 영장실질심사제도도 수사권 남용에 따른 인권침해를 막아주는 실질적인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3>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이고 국회차원의 국정조사도 논의되고 있는 만 큼 수사결과를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보사태의 근본 원인의 하나는 지금까지의 잘못된 관치금융의 관행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 다. 은행에 업무, 조직, 인사 등 경영전반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동시에 경영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는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의 낡은 관행을 끊어버리는 제도적인 장치의 보 완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제가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시장메커 니즘을 통하여 경제논리로 운용되고, 또 정치는 경제에 짐이 되지 않는 풍토를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한동 고문- 한보 외압 규명해 책임 물어야

이한동

<1> 노동법은 경제활력의 회복과 근로자들의 ‘삶의 질’의 향상, 그리고 국제 수준에 적합한 법률의 제정이라는 원칙을 고려하여 여야가 진지하게 다시 논의하여 정치적으로 끝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복수노조 3년 시행유예는 재고되어야 할 것이고, 변형근로제와 정리해고제와 관련해서 는 평생직장을 중시하는 우리의 고용관행을 고려하여 고용한정, 근로자 생활안정을 위한 보완입법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2>우리의 대공 수사체제에 허점이 많다는 사실은 지난 8월의 한총련 사 태와 고정간첩 깐수사건을 계기로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그 이유는 지 난 94년과 95년 두 차례에 걸쳐 여야 합의로 안기부법을 개정하는 과정에 서 이적단체에 대한 찬양·고무죄와 이적 표현물 소지 및 불고지죄 등의 수사권을 검찰로 넘기게 됨에 따라 사실상 대공사건에 대한 전문가 조직 인 안기부의 대공 수사기능이 약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야당쪽은 개정된 안기부법이 정치와 언론·학원·종교계를 모두 안기부의 감시 및 수사범위로 끌어들이는 결과를 빚게될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굽히 지 않고 있으나 시대상황이 바뀐 지금 단계에서 설득력이 약합니다. 민주 화가 정착되고 시민의식이 성숙한 사회에서 과거와 같은 용공조작과 인권 침해는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안기부의 대공수사권을 원래대로 회복시켜 주는 대신 이의 악용이나 남용의 소지를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3> 작년 무장공비침투에 따른 안보불안과 노동법 사태로 인한 경제불안 이 야기된 상태에서 터진 한보철강 사태는 국민불안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대출과정에 외압이 있었는지를 규 명해야 합니다. 지금 단계에서 선입견을 갖고 이 문제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만약 이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한 사람이 있다면 응분의 책임을 묻고, 한점 의혹 없는 진실규명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각 부분에 남 아 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바로잡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국민이 안 심할 것입니다.

여야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당리당략을 떠나 즉시 국회를 열어 국정 조사권을 발동하여 철저한 조사활동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그 결과 금 융제도와 법령의 잘못이 있으면 개선하고 정부의 산업정책이나 행정집행 의 잘못이 있으면 합리적인 대안을 세워 정부에 시정을 촉구하고 악성 유 언비어도 철저히 가려냄으로써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최형우 고문- 안기부법 개정 체제수호 위한 조치

최형우

<1> 우선적으로 기업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노사간의 상호신뢰가 이루어져 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사관계의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기업인은 경영합 리화를 도모하고, 근로자는 안심하고 작업현장에서 창의성을 바탕으로 자 발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합니다.

유럽 최대의 전자·통신·기계 그룹 중 하나인 독일의 지멘스사는 이런 경영방식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이라 하겠습니다. 지멘스사는 일반 정 년인 60세까지 쫓아내지 않는 전형적인 지멘스식 인사방식을 취하고 있습 니다. 이런 노사관계에다가 과감한 경영혁신은 불황을 모르는 지멘스사를 형성하였습니다. 이런 지멘스사의 경영방침은 독일 재계의 모델이 되어 폭스바겐, 벤츠, BMW, 훽스트, 바이엘 등 독일 대기업이 배우고 있습니다 .

개정노동법은 노동시장의 유연성 도입과 경영합리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 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도입하여 근로자의 불안을 야기시키는 것도 사실입니다. 경영악화의 타개는 노동시장의 유연 성 확보만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하지 않 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정리해고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멘스사와 같이 신뢰를 바탕으로 한 노사관계로 고용불안을 최소화 하고, 대신에 근로자의 재훈련을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과 끊임없는 경영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2>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상과 양심의 자유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사상과 양심의 자유의 보장문제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념의 대립에 의해 민족이 분단되었으며 , 민족상잔의 비극을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아직까지 적화통일의 통일전략을 고수하고 있으며, 그 결과 한반도는 항시적으로 긴장이 고조 되어 있습니다. 작년 잠수함 남파사건은 북한의 통일전략이 현실화된 대 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안기부법의 개정은 북한의 이러한 행위에 대응하여 체제를 수호하 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과거에는 안기부법이 이 념과 관계없는 국내인물을 사찰하는 빌미를 제공하여 정권연장의 수단으 로 남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민주주의가 정착된 문민정부시대입니 다. 과거와 같이 정권연장의 수단으로 법이 남용되는 시대가 아닙니다. 안기부법은 체제를 수호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입 니다. 나아가 안기부법은 북한에 동조하여 체제를 전복하려는 기도를 방 지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민주주의에서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자유는 보장되어 있어도 체제를 전복하려는 자유는 부여되지 않았다고 생각됩니 다.

이런 이유로 안기부법이 개정되었습니다. 인권의 침해와 대선 시점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3> 한보사태는 경영합리화를 통한 기업의 발전보다는 외부차입에 의한 무리한 사업추진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한보와 같은 대기 업의 부도를 국가가 방치하겠는가 하는 안이한 경영방식에서 발생한 것이 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권력형 부정비리에서 나온 것이라면 성역없이 철 저히 수사를 하여 부정부패를 뿌리뽑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경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한보부도사태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초 래하였습니다. 따라서 경제에 미치는 당면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수습 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한보사태로 인해 국가가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당정은 소신을 가지고 의연하게 대처하여 정국을 수습하고 경제를 살려 나가야 하겠습니다.

외압의 의혹에 대해서는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또 여야가 국정 조사권 발동을 합의한 만큼 국민여러분께 한점 의혹없이 철저한 진상규명 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김덕룡 의원- 안기부법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

김덕룡

<1> 노동법이라는 것은 그 성격상 어느 한쪽의 견해만을 일방적으로 수용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무한경쟁시대에 부응하여 노동의 유연성을 제 고시키고 노사관계를 전진시키는 가운데 침체에 빠져 있는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는 노동법이 되어야 합니다.

복수노조 부분은 단위사업장의 복수노조 허용은 유예하되, 현실적으로 존 재하고 있는 상급단체 복수노조는 인정하는 선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 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변형근로제와 정리해고제는 노동의 유연성을 기하기 위한 핵심과 제로 이미 유럽·미주·일본 등 거의 모든 나라들이 채택하고 있는 제도 입니다. 때문에 무조건 이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 노동계의 진정한 입장 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노동자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정리해고의 요건을 강화하고, 변 형근로제가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하며, 노동자의 재취업 보장과 고용보험 제도를 확충하는 등의 보완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 고 생각합니다.

<2> 오랜 권위주의 시절을 지나오면서 안기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야당이 나 사회단체의 선입견이나 입장도 이해하지 못 하는 바 아닙니다. 하지만 법이라는 것은 운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지는 것이라 고 생각합니다. 이제 이 땅에서 안기부법을 ‘공작’에 이용하거나 인권 을 침해하는 도구로 쓰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입니다.

때문에 잠수함침투사건 등에서 보듯이 우리의 안보태세 유지와 내부의 체 제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자위책의 필요성이 안기부법의 개정으로 연결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야당이나 사회단체들도 시대가 달라지고 변한 만큼 과거의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여야 영수회담에서 이 문제도 국회에서 논의하라고 한 만큼, 모든 것을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한보사태는 근본적으로 기업쪽의 무모한 중복·과잉투자와 이를 제어 하지 못한 은행쪽의 관리소홀, 그리고 관치금융에서 자율금융으로 넘어오 는 과도기적 혼선이 빚어낸 산물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감독기관의 책임도 면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또한 한보사태로 인한 충격타가 너무도 크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정계·관 계까지 의혹의 눈길이 뻗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그러한 의혹들은 철저한 수사를 통하여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고 , 정치적 음해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명예회복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주력업종제도의 개편이라든가 여신관리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며, 규제완화를 좀더 과감히 추진하여 국 가기간산업에 대해서는 투자를 조절하고 그 영업상황과 금융지원 현황 및 투자현황을 점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합니다. 또한 역설적 이긴 하지만 다시 한번 자율금융을 골간으로 한 금융개혁의 필요성을 절 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박찬종 고문- 노동법 개정 국민적 동의 따라야

박찬종

<1> ILO기준 등 국제적 수준의 노사관계 정착은 세계 일류경제를 지향하 는 우리에게 필요한 일입니다. 복수노조는 노조활동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원칙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현실적으로는 상급단 체를 먼저 인정하고 개별 사업장은 노조전임자 임금, 단체교섭권 등을 함 께 연구하면서 일정기간 유예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용조정제, 변형근로제, 대체근로제 등을 도입하려는 목적이 노동시장의 탄력성을 높여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므로 이로 인해 경제의 중요 한 한 주체인 근로자들이 불안감을 가지게 되고 근로의욕이 저하돼 생산 성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돼서는 안 됩니다.

21세기형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동법 개정은 국민적 동의 를 얻고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합니 다. 국회는 당리당략을 떠나 경제의 틀을 새로 짠다는 자세로 개정작업을 다시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공개해야 할 정보는 공개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은 몸을 던져 설득해야 합니다.

<2> 북한은 2년6개월 동안 주석이 없는 상태로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불가 능하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의 경제난은 수많은 탈북자들을 양산 하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고비용·저효율구조로 인해 심각한 문제에 봉 착해 있어 통일 준비나 탈북자 대책 등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 는 실정입니다.

강릉사태 등의 상황을 볼 때, 안보기능은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 한 기능 보완이 국가안전기획부법의 개정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은 과거 군사통치시대의 폐악 때문입니다. 문민 정부는 군사통치시대의 유물인 고문과 계엄, 인권탄압의 사슬을 끊었습니 다. 국가 경영의 기본틀이 바뀐 것입니다. 그러나 수사기능 확보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남용, 부작용의 우려는 정부가 불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3> 우리 경제난의 고질적인 원인은 금융자원의 분배가 효율적으로 이루 어지지 못한다는 데 있으며, 과거 경제개발시대 국부를 축적하기 위해 특 혜와 보호를 통해 육성된 우리 기업들이 그 체질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민들의 18평규모 주택구입 융자한도액이 1천2백만원밖에 안 되는 실정 에서 한 기업이 5조원이 넘는 돈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출받을 수 있 다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한보사태와 같은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책임경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외압 가능성도 책임경영의 부재가 기본 원인입니다. 경영성과로 경영자가 평가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의혹이 개입 할 소지가 앞으로도 계속 있을 수 있습니다.

기업의 경영이 투명해야 하고 전문경영인이 창의성과 능력을 발휘토록 하 여야 합니다. 대기업들이 주력기업을 통해 대출을 받아 계열기업에 자금 을 지원하거나 신규사업을 시작하는 관행을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우선 계열기업간의 연결재무제표를 도입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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