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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02월20일 제 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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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브라질에서 두차례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던 금속노동자 출신 노동운동가 룰라.)
제3세계 노동운동계에는 떠오르는 3개의 샛별이 있다. 남아공의 ‘남아프 리카노동조합회의’(COSATU), 브라질의 ‘유일노동자중심’(CUT), 그리고 한국의 민주노총이다. 이들은 모두 전투적 노동운동역사를 지닌 노동운동 조직으로 각각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아시아를 대표한다. 민주노총은 이 번 총파업 투쟁을 통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조직이며, 이들과 나란히 제3 세계 노동운동을 주도할 조직이라는 사실을 실천으로 증명하고 있다.
‘힘 겨루기’로 성장해 정치세력 부상
3개 나라와 그 조직들이 자주 비교되는 것은, 이들 나라에 공통점이 많다 는 데서 비롯한다. 먼저 오랜 기간의 제국주의 통치를 경험했다. 아직도 국내에서 생산한 잉여가치의 많은 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대외종속적 인 경제구조를 가졌다. 시련과 고난에 찬 노동운동의 경험도 있다. 독재 정권에 의해 오랫동안 정치적 자유를 억압당했다. 세계화의 이름으로 진 행되는 독점자본의 활동이 국가권력의 노동통제전략 변화와 자본의 ‘신 경영전략’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이들은 이런 현실에서 각각의 나라 역사를 통해 가장 전투적이고 자주적 인 노동운동을 실천했다. 노동계급의 이해를 가감없이 관철시킨 이들은 곧 가장 강력한 대중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남아공과 브라질은 한국 과 마찬가지로 대중적 총파업 경험과 노동법 개정과정을 겪기도 했다.
남아공과 브라질에서는 현재 이들 조직이 국내 ‘내셔널센터’(전국단위 노조조직)들 중 가장 큰 조직으로 성장했다. 남아공 COSATU는 73년 더반 의 대규모 대중파업 이후 85년 출범했다. 이들은 만델라의 아프리카민족 회의(ANC)와 동맹관계를 맺고 만델라정권 탄생의 결정적 구실을 했다. 또 이들은 노조의 조직된 힘을 토대로 흑백인종차별 철폐 등 남아공의 근본 적인 사회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이제 이 조직 출신들은 만델라 정권에 들어가 정부 관료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출신 국회의원도 50 명 안팎이다. 조합원이 2백여만명으로 조직노동자의 절반 이상을 포괄하 고 있다. 브라질 CUT는 78년 상파울로 대중파업 이후 80년대 생겨난 브라 질노동자당(PT)을 통해 정치세력화를 꾀하고 있다. 브라질노동자당은 금 속노동자 출신 노동운동가 룰라를 내세워 두번이나 대통령선거에 나서기 도 했다. 특히 두번째 선거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지기는 했지만, 이들은 선거를 통한 노동자당의 집권이라는 세계사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 “행 복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제3세계 노동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들 세 조직이 국제연대를 위해 모인 것은 지난 95년 민주노총이 출범할 때부터였다. 당시 한국을 방문한 브라질과 남아공의 대표들은 노래와 율 동 하나로 뭉쳐지는 한국 노동운동의 문화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해 3개 조직 대표들은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모여 ‘한국·브라질· 남아공 노동운동 발전을 위한 연구·정보 교류 프로그램’을 가졌다. 각 국이 처한 노동운동의 현재와 앞으로의 과제를 정리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 올해 이 프로그램은 브라질에서 계속된다.
한국의 많은 노동전문가들은 남아공 COSATU와 브라질 CUT의 앞날은 바로 민주노총의 앞날일지도 모른다고 입을 모은다. 똑같은 길을 가지는 않겠 지만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고 처한 조건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래 서 이들의 역사적 경험을 비판적으로 흡수하는 일은 민주노총으로서는 무 척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노동계급 국제연대 가능성 높아졌다
이들 세 조직은 3년 동안의 1차적인 연대 프로그램 이후에는 세계노동운 동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시도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들은 남아공을 제외하고 모두 국제자유노련(ICFTU) 내에 들어가 있다. 민주노 총은 국제자유노련 가입을 결정해 가입 신청을 했고, 현재 가입을 허락받 은 상태다. 남아공의 COSATU는 출범 이후 줄곧 세계노련(WFTU)에 가입해 있다가 사회주의권 변동 이후 대부분의 나라들과 함께 탈퇴했다. 남아공 의 국제자유노련 가입이 이뤄지면 이들은 자신들의 진보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독자블럭을 형성해 세계총자본의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에 맞 서는 연대전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노동사회연구소(소 장 김금수)의 박영삼 연구위원은 “탈냉전은 냉전시대의 노동자들에게 강 요됐던 체제간 경쟁을 더이상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노동자들의 국제연대의 가능성이 더 넓어졌다”며 “3개 조직이 블럭을 만들면 노동 운동에서의 남-남협력의 모범적인 예가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김창석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