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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02월20일 제 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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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재개정 협상과 노동계의 파업 재개 여부가 아직 유동적이지만 민 주노총의 합법화는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복수노조 유예 조항이 날치기에서 가장 큰 문제였다고 고백했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실 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변이 없는 한 3월부터 민주노총은 법 외단체에서 합법단체로 옷을 갈아 입게 된다.
민주노총이 합법화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많은 이들은 그것이 어떤 의 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상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먼저, 내셔널 센터(전국단위노조조직)가 2개가 된다. 이는, 한국노총(위원장 박인상)이 유일한 상급단체로 누렸던 독점적 지위의 상당부분이 민주노총에 옮겨지 게 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먼저 정부의 각종 정책결정 과정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정부가 정책결정을 위해 만드는 각종 노· 사·정 위원회, 예를 들면 국민연금관리위원회나 의료보험심의위원회에 직접 참여할 수가 있는 것이다. 노동자와 국민대중의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제도와 법의 개선을 통한 사 회개혁을 주요한 조직적 목표로 내세우는 민주노총의 중요한 활동이다. 거리에서 외치던 사회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부와 대등하게 논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민주노총 김유선 정책국장은 “현장에서 아무리 임금 을 높여도 전반적인 사회복지체계가 엉망이면 노동자의 삶의 질은 근본적 으로 개선되기 어렵다. 민주노총은 국가의 조세정책이나 복지정책 등을 바꾸는 일에 적극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개별사업장 단위에서 해결할 수 없는 사회개혁의 문제에 민주노총이 힘을 쏟겠다는 말이다. 한국경영 자총협회(경총)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사용자단체와 대등하게 맞서 해결할 문제들도 더욱 많아질 것이다.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 원회에 참여해 노동자의 처지를 가감없이 전달할 기회도 생긴다.
산별노조가 일반화되어 단체교섭을 상급단체에 위임하는 구조가 세워지면 매년 수천개의 기업들이 수천개의 노조들과 단체교섭을 벌이는 전근대적 인 노사관계를 끝내고 사용자조직과 산별노조들이 전국적 수준에서 이뤄 지는 단체교섭을 민주노총이 전체적으로 지도할 수도 있게 된다.
이와 함께 노동운동의 활성화와 민주노총의 조직강화도 예상된다. 법외단 체라 가입을 꺼리던 많은 중간노조(한국노총, 민주노총 어느 쪽에도 가입 하지 않았던 노조들)들과 장기간 노조활동을 중단하던 휴면노조들은 민주 노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총은 파업과정에서 민주노총에 가입 했거나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노조만도 금융노련을 탈퇴한 18개 은행노조 , LG화학노조, 택시노련, 유통조합협의회, 농협노조 등으로 조합원수로 치면 10만명 안팎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전교조 합법화가 이뤄지면 조합원수는 다시 10만명 이상이 늘어갈 것이라고 한다.
이같은 조직강화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영향력의 확대로 이어져 정치세력 화의 요구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여야 사이에 이뤄지는 보수적인 정치 에 염증을 느끼는 많은 국민들의 요구를 받을 정치적 틀을 만들자는 논의 는 이미 노동계에서도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물론 민주노총이 대중 조직으로서 이를 전담할 수는 없지만 가장 주도적인 세력으로 민주세력을 이끌어갈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