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이동숙씨
1997년02월20일 제 145호 한겨레21

출소자 껴안는 별들의 안식처

사무실에 들어서면 노란 스티커가 점점이 박힌 큼지막한 한반도 지도가 눈길을 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교도소의 위치를 표시한 것이다. ‘성 모의 집’ 주인 이동숙(40)씨에겐 마땅히 돌봐야 할 사람들이 있는 곳이 다.

“벌써 12년째네요. ‘아브라함의 집’으로 출발해 지금은 ‘성모의 집’ 으로 이름을 바꿨지요. ‘출소자문제연구소’라는 이름도 있지만, 사람들 이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아 그렇게 부릅니다.”

이씨는 교도소를 나온 뒤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찾을 곳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집을 열었다고 한다. 교도소를 거친 사람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란다. 여고 2학년 때 학교를 때 려치우고, 조직원들을 모아 강도짓을 벌이다 연달아 두개의 별을 단 그다 .

“출소자들에겐 감옥 밖이 더 힘들어요. 가족들은 외면하죠, 사회도 냉담 하죠. 그래서 다시 범죄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들이 마음편하게 찾을 수 있는 집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가 출소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84년, 미혼모상담소를 운 영하던 이사행(70)씨를 만나면서부터다. “천주교 회보를 보고 찾아갔는 데 미혼모들과 함께 살고 계시더군요. 그때 문득 출소자에게도 고통을 나 눌 수 있는 안식처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이곳에 상담기록을 남긴 출소자는 8백여명에 이른다. 한번 찾아 온 사람까지 치면 몇천명은 될 거라고 한다. 이씨는 그런 경험을 모아 언 젠가 ‘범죄학연구서’를 펴내길 소망한다.

기록이 쌓여가면서, 12평짜리 사무실은 점점 줄어든다. 요즘은 갈곳 없는 출소자들이 와도 선뜻 “같이 지내자”는 말을 못하는 형편이다. “설이 되면 이곳을 거쳐간 사람들이 모여들 겁니다. 옹색한 살림이지만 간단히 떡국이라도 끓여 먹으며 그동안 지낸 얘기나 해야지요.”(문의: 02-3476- 1519)

송현순 기자/한겨레 사회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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