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리딕 보우
1997년02월20일 제 145호 한겨레21

전장을 스파링 파트너 삼는다

헤비급 세계챔피언의 훈련이 고될까, 해병대의 신병훈련이 힘들까. 조금 은 엉뚱한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 곧 나오게 됐다. 전 헤비급 세계챔피언 리딕 보우(29)가 미국 해병대에 자원입대해 다음달 신병훈련소에 입소하 기 때문이다. 보우는 훈련과정을 마치면 3년간 워싱턴주의 해병대 예비군 으로 복무하게 된다.

보우에게 해병대 지원 동기를 묻는 질문이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혹시 체력이 떨어져 링을 피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은 특히 의미심장했다. 지 난해 12월 논타이틀 매치에서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리다 상대편 선수의 반칙으로 간신히 승리를 거둔 보우였기 때문이다. 보우는 이를 일축했다. “아내가 임신하지만 않았어도 이미 86년에 들어갔을 것이다. 해병대 입 대는 내 오랜 꿈이자 숙원이었다. 훈련만 마치면 바로 링에 복귀할 것이 다.”

그러나 보우가 복귀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에 들어가면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패리스섬에 있는 신병훈련소에서 3개월 간의 훈련을 마쳐야 하고, 레주네 캠프에서 역시 3개월간의 전투훈련을 받아야 한다. 적어도 6개월 동안 그는 링에 오를 수 없는 것이다.

그가 해병대 입대를 선언한 기자회견장은 한판의 권투시합을 방불케 했다 . 질문과 답변이 빚어내는 뜨거운 승부. 기자들의 질문공세는 보우의 전 신을 압박했다. 먼저 레프트 훅. “신병으로 들어가기엔 너무 노병 아니 냐.” 다시 라이트 훅. “그렇게 짧은 시간에 낙하훈련을 마칠 수 있느냐 .” 마지막 결정타. “신병 월급 가지고 살 수 있겠느냐.”

보우의 대답은 역시 전 헤비급 챔피언다운 카운터 블로였다. “물론 젊은 이들이 빨리 뛰겠지만 나보다 더 오래 뛰긴 힘들거다. 그리고 내가 왜 비 행기에서 뛰어내려야 하냐.”

이태희 기자/ 한겨레 국제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20일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