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희망의 사람들
1997년02월20일 제 145호 한겨레21

마르크 블롱델 인터뷰

국가 체제를 부정하는 생디칼리스트 마르크 블롱델은 생디칼리스트답게 “한국의 OECD 가입 자격논란은 노동자가 아니라 전적으로 ‘국가’의 자 격문제”라고 못박는다. 그는 또 “사회란 진보나 발전을 이루며 전개되 어야 하는 것이지 역행해서는 안 된다”면서 “노동자만의 희생을 강요하 는 사회는 독재”라고 규정했다.

-한국은 29번째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 그러 나 한국 정부는 애초 약속한 노조의 자유와 단체협상권 등을 제한해 노동 자의 대파업을 맞는 등 OECD 국가로서의 자격문제가 거론되고 있는데.

=여기서 분명히 할 점이 있다. OECD 국가로서 자격이 없는 것은 한국의 노동계가 아니라 한국이라는 국가이다. 한국의 노동자는 충분한 자격이 있다. OECD란 무엇인가? 가장 잘 사는 나라의 모임 아닌가. 그렇다면 한 국도 오늘날 가장 잘 사는 나라 중의 하나로 분류될 수 있다. 또 한가지, OECD는 민주적 사회의 모임이기도 하다. 노동계에서 민주주의라면 바로 노조의 자유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한국이 문제가 된다. 따라서 OECD 가 입국으로 문제가 있다면 한국의 노동자들이 아니라 민주화를 탄압하는 한 국의 정치인이며 그들의 국정운영 태도이다.

-한국의 노동정책에서 어떤 것이 특히 문제라고 생각하나.

=교사는 노조를 할 수 없는 것으로 아는데, 이게 정상적인 사회인가. 한 국 노동자들의 투쟁은 노조 활동의 완전한 자유, 교사 및 공무원의 단결 권, 노조가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권리 등을 확보해 민주화로 나아 가기 위한 투쟁이다. 이런 권리들이 확보된다면 한국은 OECD 국가로서 더 이상 정통성 문제나 자격 문제가 거론될 수 없다. 노조의 자유는 어떤 이 유에서도 제한될 수 없다.

-한국 총파업과 관련해 노동시장 유연화 전략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가 령 최저임금제 규정도, 유급휴가 규정도 없다. 이런 영국식 유연화 전략 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연화라는 것이 사회·경제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우 리는 언제나 우리보다 더 유연한 나라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 럽은 오랫동안 산업화를 독점해왔지만 곧 후발공업국에 의한 경쟁을 맞았 고, ‘더 유연한’ 일본에 의해 따라잡혔다. 오늘날은 중국이다. 임금수 준이 일본의 50분의 1에 불과한 중국은 노동비용이 낮기 때문에 경쟁에 유리하다. 하지만 오늘날 중요한 것은 중국도 노동자 보호장치나 복지가 필요하며, 국제규범과 노동수준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것이 이 루어지지 않을 때 그것은 유연성이 아니라 덤핑이며, 임금노동자를 파괴 하는 것일 뿐이다.

-사회에서의 노동자 문제, 혹은 사회통합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사회란 진보나 발전을 이루며 전개되어야 하는 것이지 역행해서는 안 된 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굳이 사회라는 것을 형성하며 살 이유가 없지 않은가. 물론 역행하는 사회도 있을 수 있다. 그것을 우리는 독재라 부른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어떠한 경우라도 노동자만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생철학은 무엇인가.

=나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도 아니며, 어떤 형이상학주의자도 아니다. 내 삶의 철학이 있다면 자유로운 양심과 평등, 관용, 타인의 사고에 대한 존 중이다. 나는 두 딸을 비롯해 다섯명의 자식이 있다. 그들이 모두 자신의 이념은 가지되 타인의 이념도 존중하면서 살아가도록 가르쳐왔다.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21세기의 노동운동을 전망한다면.

=특별한 것은 없을 것 같다. 20세기의 노동운동의 연장이 아니겠는가. 세 계적 차원에서 민주화가 실현되더라도 여전히 사회는 견제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재택근무 등으로 노동은 더욱 개인주의화하겠지만, 사용주와의 갈등은 존재할 것이다. 또 임금노동자의 이름으로 권리주장과 저항도 계 속될 것이다. 따라서 생디칼리슴은 앞으로도 영구히 지속될 것으로 본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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