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주장 |
1997년02월20일 제 145호
|
|---|
우리는 지금 책임지는 ‘어른’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개악된 노동관계법과 안기부법의 날치기 통과로 야기된 사회적 불안에 대 해 진정으로 ‘내 탓이오’라고 밝히며 책임지는 어른이 있었다면 상황이 지금처럼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기에 기대했던 영수회담 의 결과는 실망 그 자체였다. 국가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어른’이 고작 “나는 법안 공포만 했으니 문제가 있으면 모든 논의는 국회서 하라”며 극명한 책임회피를 했다. 그러면서 재개정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어른’으로서의 자질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분명 문제가 있었음을 인지했으면서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밀어붙이다가 거대한 국민의 힘 에 부닥치니까 새로이 논의해 보라는 것은 책임회피를 넘어 국정운영 능 력이 모자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어른’만을 욕할 수만은 없다. ‘어른’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민심을 왜곡하는 주변인물들도 이번 기회에 지탄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 나라의 주인은 분명 국민이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정치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국회의원이며 대통령을 뽑아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따라서 권한의 범위는 국민 다수의 의견 범위에서 한정되는 것이지 멋대로 월권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럴 경우는 준엄한 심판이 뒤따른다는 것을 분 명히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번 난국의 해법은‘어른’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의 책임있는 행동에 달 려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유성호/ 서울시 송파구 풍납2동 미성아파트 5-1006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