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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주장 |
1997년02월20일 제 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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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 실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4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한 경험이 있는 여 성이다. 지금은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얼마 전 서류 때문에 학교에 갔다가 너무나 화가 나고 답답한 마음을 참을 수 없 었다. 교무실 앞에 자랑스럽게 걸린 자격증 취득 현황표에는 주산·부기 ·타자·펜글씨·워드프로세서 등의 항목과 함께 취득한 학생수가 표시돼 있었다.
실업고 진학이 확정되고 나서부터 취업이 결정되기까지 자격증을 하나라 도 더 취득하기 위해 엄청난 기간과 돈을 투자하지만 전문기능인력과는 거리가 먼 일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번도 주판으로 계산을 한 적이 없고, 일주일에 두 시간이나 되던 교과목시간 외에 학원까지 다니면서 타 자 자격증을 취득한 나보다 컴퓨터의 한메타자연습으로 혼자 익힌 남동생 의 실력이 훨씬 나은 것을 보고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회사에서 1개월이 면 익히는 것을 워드프로세서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몇 개월씩 학원에 다니고 시험을 보기도 한다. 어렵게 자격증을 취득하지만 전문기능인이 되어 주체적인 일을 하기보단 기업체의 단순노동자·업무보조자의 위치에 서 헤어날 수 없다. 어느 기업에서는 오히려 다 무시하고 외모 위주로 여 사원을 채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현실이다.
신문에서 실업계 고등학교의 비율이 전체학생의 38%나 된다는 기사를 본 일이 있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닌데 누구 하나 관심도 없고 실업계 학교 가 있다는 것도 모르는 것 같다. 수능시험과 대학입시 등 현 교육제도의 문제점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지만 실업계 고등학교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사회의 인식을 제대로 모르고 비인간적인 입 시지옥이 싫어서, 또는 진정한 기능인이 되어 능력 위주 사회의 주인공으 로 살고 싶어서 순진하게 실업고를 선택한 학생들은 죄절감을 맛보게 되 고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대학입시 위주의 인문고교보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쓸모없는 자격증 취득 을 독려하여 기업이 단순노동자를 만드는 데 여념이 없는 실업고교의 교 육개혁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38%의 학생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진정으로 자신감 넘치는 기능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한겨레21> 이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
김지옥/ 경기도 안산시 본오3동 1120-3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