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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1997년02월20일 제 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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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뿐 아니라 채권에서도 한보는 미심쩍은 거래를 일삼아 왔다. 특히 전 환사채(CB)의 고의적 리턴발행과 자금난 속에서의 회사채 과다발행은 사 채거래와 관련된 한보의 2대 의혹으로 꼽힐 만하다.
한보철강이 그동안 국내에서 발행한 전환사채는 93년9월 4백억원, 94년8 월 5백억원, 95년8월 8백억원, 95년9월 4백20억원, 97년1월 3백50억원 등 5차례에 걸쳐 모두 2천4백70억원어치에 이른다. 그러나 이 가운데 은행 등 기관투자가나 일반투자자들이 사간 물량은 1백억여원에 불과하고, 거 의 대부분인 95% 이상을 한보쪽에서 되샀다(리턴).
사채를 발행하는 회사가 그 사채를 되사가는 것은, 사채가 팔리지 않아 발행회사가 어쩔 수 없이 도로 가져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한보 철강은 아예 처음부터 리턴해 갈 것을 작정하고 증권회사에 사채발행을 위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한보는 자사가 발행한 사채를 직접 되사 가는 것을 규제하고 있는 증권관련 법규를 피하기 위해 제3의 계열사나 다른 회사를 중간에 개입시키는, 일종의 ‘우회리턴’ 방식을 동원하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왜 그랬을까? 대우증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보는 리턴해 간 전환사채를 은행이나 보험회사 등에 담보로 잡히고 현금을 대출받거나, 계열사에 매 각하는 내부거래 수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두가지 의문이 생긴다. 하나는 이같은 편법거래를 통해 정태수씨 가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그 일부를 정치권 고위인사 등에게 뇌물용으로 돌려썼을 가능성이다. 전환사채 거래는 은행대출에 비해 감독당국의 감시 가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점에서, 이같은 비자금 관련의혹은 개연성이 있다. 또다른 하나의 의문은 전환사채 발행을 주선한 대우증권이 리턴발 행의 고의성을 알고 있었을 텐데도, 한보철강의 사채발행 주간사회사 구 실을 거듭해 맡은 이유와 배경이다. 대우증권쪽은 “한보철강은 오래 전 부터의 단골고객”이라며 모종의 배경이 있다는 의문을 일축했지만, 석연 치는 않다.
더욱이 이미 발행된 한보철강의 전환사채는 이 회사의 자금난이 본격화한 지난해 가을부터 잇따라 주식전환이 이루어져 의혹을 더해주고 있다. 전 환사채는 발행 6개월 뒤부터 사채권자의 주식전환 청구가 가능하고, 청구 가 있으면 사채 발행회사는 이를 주식으로 바꾸어 주도록 돼 있다. 이같 은 주식전환은 사채권자 입장에서 보통 증시상황이 좋을 때 전환사채를 현금화하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한보철강의 주가는 지난해 전환가격을 밑돌 정도로 낮았고 주가흐 름도 곤두박질하던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 지 모두 7차례에 걸쳐 2백15만주(액면가 기준 1백7억원어치), 특히 이 가 운데 80%인 1백71만주가 지난해 11월 이후에 집중적으로 주식전환됐다. 증권업계 정보통들은 이들 전환물량 가운데는 로비용 상납분이 포함돼 있 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비단 전환사채뿐 아니라 일반 보증사채나 무보증사채의 경우도 편법발행 의혹이 짙다. 한보철강은 자금난이 본격화한 지난해 여름 이래 6개월여 동안에만 9차례에 걸쳐 모두 1천3백90억여원어치의 일반사채와 보증사채 를 발행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들 9번의 사채발행 가운데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산업증권이 3차례, 한보철강과 오랜 거래관계를 맺어온 대우증 권이 6차례씩 주간사회사 구실을 맡아 사채발행을 주선했다. 한보철강의 자금난과 불투명한 경영전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이들 두 증권회 사가 사채발행을 도맡은 경위도 아직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고 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