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송한 서울에서 살렵니다
종이 울리고 꽃이 피고 새들의 노래, 웃는 그 얼굴도 있는 서울.
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심고 을지로에는 밤나무를 심어보는 서울.
아아 서울, 우리의 서울, 럭키 서울, 듣다 보면 어수선한 서울.
광화문과 독립문이 옮겨다니고, 시청 건물은 포장만 남겨놓는, 서울.
그래도 남대문로는 근대 경성의 꽃이자, 서울의 마지막 지조였습니다.
거리를 걸으면 모던보이들이 나팔바지 입고 흥얼거릴 것만 같았습니다.
여기에 최신식 빌딩이 섰습니다. 이름은 ‘포스트타워’, 별명은 ‘마징가 건물’.
윗부분이 갈라진 게 꼭 마징가Z 두상 같기도 하고 핫바지 같기도 합니다.
남대문로는 이제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로봇까지 두루 갖추게 됐습니다.
비빔밥 같은 도시. 휴, 어쩌겠습니까. 아리송한 서울에서 살렵니다.
<한겨레21> 677호는 공간의 역사를 자꾸 지워가는 서울의 기억상실증을 진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