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근의 도전인터뷰]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의 직격탄 “색깔론 빼면 민생 등 나머지 주장은 다 패션”…이명박 시장은 대통령 아닌 국무총리감… 대선 후보 경선에 어떤 역할이든 준비할 것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한나라당 주류 세력이 당내 소장파의 대표 격인 원희룡 최고위원에게 당을 떠나라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표가 주도하는 사학법 개정안 무효화를 위한 장외투쟁에 비판적 태도를 보이는 해당 행위를 했다는 이유다.
2005년 12월30일, <한겨레21>은 호남 폭설 피해 현장에서 6일 동안 복구지원 활동을 벌이고 돌아온 원희룡 의원을 만났다. 그는 “박 대표가 사학에 개방이사를 넣는 것은 빨갱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은 김정일도 만나고 이념적 지평이 넓다고 말하는 것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이 아니다’는 얘기로 자기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며 “박 대표의 리더십 밑바닥은 과거 회귀적·대결적·관념적 이념틀이고, 민생 등 나머지 주장은 다 패션일 뿐”이라고 정면으로 맞받았다. 그는 당내 ‘이명박 대망론’과 관련해서도 “일련의 성공신화를 통해 차별적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단순히 돈 되는 쪽으로 밀어붙이는 CEO형 리더십이 사회적 이해와 갈등을 해결하고 계층·지역 통합의 과제가 있는 대한민국에 적합한지 의문”이라며 “(지도자가) 아닐 가능성이 더 많다”고 말했다.

△ (사진/ 박승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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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표 때문에 포복절도한 사연
박근혜 대표의 사학법 장외투쟁에 대해 비판적인데, 뭐가 그리 큰 문제냐.
=나도 처음에는 여당의 일방적 처리 때문에 국회 등원 거부 투쟁에 동의했다. 그것은 거의 합의 수준에 이르고도 더 노력하지 않은 날치기에 대한 문제 제기에 동의한 것이다. 그런데 박 대표는 이를 다 무시하고 전교조의 사학 장악 음모, 국가 정체성의 문제로 성격을 규정했다. 예부터 등장한 편협하고 경직된, 시대에 맞지 않는 논리다. 박 대표는 편협한 국가 정체성 이념에 비춰 자기 틀에 안 맞으면 전부 빨갱이로 본다. 국가 정체성에 저촉될 때마다 극단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나. 이건 아니다. 전교조의 사학 장악 음모는 사실적 근거가 없다. 전교조 자체가 친북이념 주입집단이라며 불법화하겠다면 그건 논리적으로 말이 된다. 하지만 현직 교사는 재단이사로 들어갈 수도 없다. 설사 전교조 성향의 학부모가 사외이사로 추천돼도 2배수 추천제로 최소 4명 가운데 3명이 그쪽 성향이라야 한 명 들어가는 것이다. 들어가도 7명 가운데 5명은 재단의 최측근들이다. 그 사람들을 뚫고 사학을 장악한다는 게 말이 되나. 결국 사학의 저항은 ‘내 돈 갖고 내가 만든 학교에 아무도 못 들어온다’는 원천적 거부감이다. 사학이 사유재산인가. 내 아이가 원한 것도 아니고 배정을 받아 사학에 간 학부모라면 재단의 딸, 며느리, 친인척들이 미술 선생, 서무과장 하고 때때로 학부모 돈 뜯는 폐쇄적인 사학은 개방해야 한다. 또 여당의 일방 처리에 야당의 결기를 보여준다면 2주 정도 장외투쟁하고 국회에 들어와 현안을 처리해야 한다. 어떻게 여당을 완전히 항복시키나. YS, DJ가 장외투쟁할 때도 압박하면서 들어갔다. 지금처럼 끝까지 안 들어간다고 버틴 적이 없다.
박 대표는 왜 그리 강경한가.
=이념적 스펙트럼이 좁고 매우 굳어져 있다. 이념 문제를 건드리면서 나오는 걸 몇 번 봤는데, 극단적으로 과민하고 경직돼 있다. 그 표현도 너무 기분 나빠 어제 박 대표가 눈물을 흘린 모양인데….(원 의원은 이 대목에서 박 대표의 이념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다만, 자신이 느낀 박 대표의 편협성의 강도를 나타낸 주관적 표현인 만큼 기사화하지 말라고 당부했고, 기자는 받아들였다.)
그래도 국가 경영을 꿈꾸는 사람인데 왜 그렇게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지 모두 궁금해한다.
=실제 이렇다. 현상, 현안을 이해하는 데 이념 문제가 관련되면 몇 단계씩 점프한다. 이념 문제에 대해 극단적이고 일방적인 사명감을 갖고 있다. 자기 체험에서 나오는 이념 폭이 너무 좁다. 지난해 국가보안법 대폭 개정 내지는 대체입법을 얘기했더니 갑자기 “그러면 국군은 왜 있어야 하지요”라고 말해 포복절도한 게 대표적이다. 이번에도 “우리 아이를 붉은 이념으로 물들이는데 이게 왜 이념 공세냐”며 소장파들을 일일이 반박하고, 배심원들을 세워놓고 완전히 작살낸 것 아니냐. 이건 병이라고 생각한다. 이념은 체계적으로 강화된 편견에 불과하다. 전세계가 이념을 넘어 삶의 질,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벤치마킹하고 축적하는 시대지, 자신의 선험적 이념틀에 묶어놓고 현안을 재단하는 시대가 아니다. 더욱이 중도 이념도 아니고, 당신들이 국가 정체성을 해치고 있다고 한다. 타협하면 자신이 반역자가 되니, 결국 적대적 투쟁밖에 없다.

△ (사진/ 박승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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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 자신은 이념적 지평이 넓다고 말하는데.
=패션은 새롭고 싶은데 그 안의 내용이 과거의 편협한 이념 대결 구도로 꽉 차 있는 것이다. 사학에 개방이사를 넣은 게 빨갱이라고 말하면서 김정일도 만나고 유연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술은 마셨는데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결혼했지만 아줌마는 아니라는 얘긴데, 결국 자신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민생에 대해 고민이 많은지 모르지만 막상 그것으로 승부를 걸 생각은 없는 것이다. 정치인, 정치 세력의 아이덴티티는 결국 바닥이 드러났을 때 무엇으로 승부하고,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끌어내느냐는 것이다. 평소 좋은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연말만 되면 색깔론으로 강경 보수층에 결집을 요구하며 극단적 대결로 몰아가는 것은 결국 겉 패션과 달리 그 리더십의 저수지 밑바닥에는 과거 회귀적·대결적·관념적 이념틀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그저 패션인 것이다.
술은 마셨는데 음주운전은 아니다?
선거 리더십은 강하지만 정권 창출, 외연 확대 임무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한계에 왔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그런 얘긴가.
=아니…. 내가 굳이 그 대답을 해야 하나. 이미 더 심한 말을 했는데. 그렇게 꼭 집어서 얘기하지 말자.
최근 강경론이 이명박 시장 인기 상승과 밀접하게 연관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그런 내적인 신념이 없으면 계산만으로는 그렇게 못한다. 진짜 하늘이 무너지고, 나라가 망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이것을 밀고 가는 데는 당내 풍토도 많이 작용한다. 난상토론, 문제를 숙의하는 개방된 토론 구조가 한나라당에는 없다. 박 대표는 이런 부분을 가동하고 활성화하는 데 극단적 거부감을 갖고 있다. 또 사립학교연합회 등 나름대로 실체 있는 저항세력이 있으니 계속 가면 최소한 그쪽의 지지는 굳힐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도 있다. 2006년 7월에 정말 사학법이 시행되면 나라가 망하는 것이니 총 들고 나가야 한다. 하지만 박 대표는 국가 정체성을 지키는 자신을 지지해달라는 정치 캠페인으로 이어갈 것이다. 박 대표의 측근들도 여성의 연약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강단 있는 투사적 이미지를 각인시켰다고 자평한다. 열린우리당의 2월 전당대회에서 정동영 의장이 당선된 뒤 단독 국회가 부담스러워 사학법 재개정 논의를 제안하든가, 헌법재판소에서 일부라도 위헌 결정이 나온다면 국가 정체성을 지켜낸 지도자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수요모임 등 소장파 의원은 당의 외연 확대, 개혁 없이는 재집권도 없다며 역할을 하겠다 주장했다. 최고위원이 된 지도 1년이 훨씬 넘었다. 하지만 왕따당하고 역할은 위축되는 분위기다.
=당 안에서 소장파 왕따, 억압 풍토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의견을 제기하면 집단논리와 인신공격으로 억압한다. 이런 풍토가 외연 확대, 콘텐츠 공유를 가로막았다.
말 없는 중간층 의원들조차 설득해내지 못한 소장파의 책임도 큰 것 아닌가.
=앞으로 우리 과제고, 힘을 쏟고자 하는 분야다. 지방선거, 대선, 다음 총선 등 큰 파도가 계속 몰려오기 때문에 환경도 조성될 것이다. 대신 우리가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에서는 “튀지 마라” “입 좀 다물어라”고 압박한다. 정당은 현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공론화해 용광로처럼 녹이는 것인데, 입 다물라면 왜 정당을 만들었나. 우린 내부에서 정말 눈물겹도록 얘기하고, 안에서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싶다. 하지만 그제 의원총회에서 박 대표는 싸늘하게 노려보고, 영남 중진들은 “야, 그만하고 내려와”라며 온갖 야유를 퍼부었다. 대표가 정했으면 따라야지 뭐 더 잘났냐고 하는데, 우린 이회창 대세론, 대선, 탄핵 경험 등에서 선배들이 시키는 대로 하다가 당이 빈사 상태에 빠진 경험을 거듭했다. 두들겨맞더라도 할 말은 하겠다.
수요모임의 발전적 해체론이 나오는 등 위상도 흔들린다.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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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의원은 박근혜 대표의 리더십에 관해서 정년에서 맞받았다. "입 좀 다물어라"고 압박하는 한나라당의 소통 부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사진/ 박승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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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파의 비전, 우리가 끌고 가려는 대한민국의 모습에 대한 공유된 내용을 활발히 내놓겠다. 집단의 힘을 만들어가는 데도 주력하겠다. 책임 있게 당을 위탁하고, 정치 중심으로 신뢰를 의탁할 수 있는 세력으로 만들겠다. 부족한 우리의 세력은 국민이 채워주는 것이다. 당 내부 논리만 따라가면 당장 지도부의 사랑을 받을 수 있지만 기성 정치에 파묻혀 동화된다. 왕따보다 훨씬 최악이다. 이회창 총재 시절처럼 우리가 액세서리로 갈 것인가. 그건 국민과 당, 나를 위해서도 옳지 않다.
의원이 7월 전당대회 때 다시 지도부로 나설지, 내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지도 관심사다.
=수요모임 등 당내 준거 집단의 외연을 넓히고, 그 논의에 따를 것이다. 어떤 역할도 할 수 있고, 아무 자리로 안 하는 것도 할 수 있다. 선택은 다 열려 있다. 지방선거, 대선, 총선을 관통하는 실체 있는 콘텐츠를 집단의 힘으로 밀고 갈 수 있는 의기투합 속에서 내 역할을 배당받겠다.
다음 대선후보 경선까지 나갈 수 있다는 것이냐.
=준거 집단과 전반적인 상황이 요구한다면 어떤 역할이든 다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소장파가 과도하게 견제받는 이유를 의원의 대권 행보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난 더 큰 대의, 즉 집단에 의해 내 역할과 의미가 주어지지 않으면 원천적인 동력도 안 나오는 사람이다. 내가 생각하는 더 큰 집단은 국민이다. 한나라당은 지역, 이념, 계층, 연령까지 너무 많이 갇혀 있다. 이것을 깨려는 노력을 도와주기는커녕, 기득권 질서가 흔들리는 것을 우려해 막는다. 난 그런 세력들과 싸우는 것이지 개인의 입지를 위해 이러는 게 아니다. 정당이라면 젊은 의원들을 키워주고 상대 당과 경쟁을 붙여 밀어줘도 시원찮은데, 소장파를 누른다. 누르든 않든 다른 정당에서 젊고 개혁적·개방적 논리로 무장한 리더군이 나올 수밖에 없다. 거기서도 뒤처지면 한나라당은 갈 데가 없다. 과연 누가 효자 노릇 할지, 누가 선산을 지킬지, 밖에 나가 돈 벌어올 사람이 누군지 두고 봐야 한다. 당장 방 안에서 내 자리 좁히고 발 뻗는 데 거치적댄다고 걷어찰 게 아니라, 추위에 떨지 말라고 옷 단단히 입히고 용돈도 찔러줘야 한다. 그러지는 못할망정 걷어찬다. 집단 논리는 세월의 무게를 견뎌낼 수 없다. 순간에 와장창 부서지지는 않지만 얼음은 계속 녹고, 결국 봄날은 온다. 다가올 격변에 대비하면 된다. 난 이제 마흔한 살이다. 새해 되면 마흔두 살이다. 5년, 10년이면 못하겠냐.
이명박은 미지수, 백지 상태
당에 더 할 말은 없나.
=집단의 논리가 철학적·전략적 원리에 의한 것이면 공유하고 역할 분담도 된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철학은 과거 지향적·분열적인 이념이다. 전략은 그냥 대세론이다. 지지도 잘 나오는 사람 상처 내지 말고 찍소리 말고 그냥 따라오라는 것이다. 이래서는 힘들다. 이미 가본 길이다. 두 번의 대선 패배 경험에서 이른바 핵심 멤버들이 보여준 태도가 어땠는지 생생히 알고 있다. 그 실패로부터 학습하고, 패인을 분석하고,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구들을 고치려는 책임감을 갖고 달라붙는 사람이 없다. 그냥 뽑아놨으니 주군만 쳐다보고 있다. 그 주군이 제대로 된 주군이 아니라고 했을 때 당은 (선거) 캠페인 조직으로 활동력도 떨어진다. 아무리 인기 있는 주자가 있어도 지금처럼 억압적인 인의 장막을 치고 외부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데 인색하고 폐쇄적이라면, 지금 열린우리당이 워낙 죽을 쑤고 있지만 실전이 다가올수록 한나라당은 결국 제자리걸음 했다는 아픈 현실에 직면할 가능성이 많다. 그런데도 박 대표는 색깔론으로 승부하며, 소장파가 나를 음해한다고 책상을 치고 눈물을 흘린다.
당 안에는 이명박 서울시장 대망론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현대, 청계천 등 일련의 성공신화를 통해 차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그의 성공은 최고경영자(CEO) 경험이다. 돈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판단하고, 돈 되는 쪽으로 일을 벌이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이해가 다양하고, 갈등이 충돌하고, 계층·지역 통합 등의 과제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단순하게 돈 되는 쪽으로 밀어붙이는 리더십이 적합한지 의문이다. 그런 CEO적 업무라면 국가적 리더십을 행사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무총리를 기용하면 된다. 기업의 CEO라는 게 사실은 독재자 아니냐. 자르고 싶으면 자르고. 이 시장 같은 CEO로 국가 운영과 국민 통합을 함께 가져갈 수 있나. 사회 대타협을 이뤄낼 수 있나. 내년 대선까지 그 대답을 얻어야 하는데, 난 의문이다. 아닐 가능성이 더 많다. 또 성공 스토리만 겪어온 이 시장은 자신과 연결된 사람을 지나치게 신뢰하는데 이것도 약점이다. 수권 정당, 수권자는 개인적 리더십과 그를 뒷받침하는 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시장은 아직 어떤 수권 집단을 갖고 있는지 드러나지 않았다. 5공 세력이냐, 영남 중진이냐, 아니면 신진 인사냐? 현재까지 백지 상태다. 노무현 대통령도 주변의 뒷받침하는 수권 세력의 잘못 때문에 함께 무너지는 것이다. 아직 미지수다.
원희룡 의원은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이명박 시장 관련 발언중 "그런 CEO적 업무라면 국가적 리더십을 행사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무총리를 기용하면 된다"는 내용에 대해 이명박 시장을 의도적으로 폄하하려는 내용이 아니라고 전해왔습니다. 그는 이 표현에 대해 "아직 지도력이 검증되지 않았고, 그가 어떤 세력을 통해 집권하려 하는지 불명확하기 때문에 이걸 밝혀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