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지도부 선출에서 열린우리당 지도부 개편, 5·31 지방선거까지
2007년 대선의 오픈게임 될 2006년 정치권 혈투, 그 4가지 화두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2006년 새해가 밝았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시작됐다. 노무현 정부가 집권 하반기로 접어든 병술년 한 해는 굵직한 정치 일정들이 줄을 잇는다. 1월 민주노동당 2기 지도부 선출, 2월 집권여당 지도체제 개편, 6월 지방선거, 여야 대선주자들의 본격적인 대권 경쟁 등…. 그야말로 격변의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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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열린우리당 지도체제 개편
바지사장 가고, 실세 사장이 온다
2006년 초반 두 달 동안 정치권을 달굴 화두는 단연 집권여당의 지도체제 개편 문제다. 친노직계 의원모임인 의정연구센터의 지지를 받는 김혁규 전 경남지사, ‘40대 기수론’을 내건 임종석·김영춘 의원 등이 당 의장에 도전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젊음”과 “재집권을 위한 평화민주 개혁세력의 총결집”을 주창하는 40대가 당 의장이 된다면 열린우리당은 새로운 기대와 열망에 휩싸일 것이다.
하지만 관심은 단연 두 대마,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대결로 모인다. 개혁파와 실용파를 대표하는 잠재적 대권주자 두 사람의 ‘빅매치’는 여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만지작거렸던 ‘만병통치약’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대중 지지율이 너무 낮아 약발은 미지수지만 재보선 완패,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끝없는 추락을 맛본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둘 가운데 누가 당을 구할 메시아인지 판단할 수밖에….
두 대마 가운데 누가 의장이 되든 열린우리당은 많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신기남-이부영-임채정-문희상-정세균 당 의장으로 지난 1년6개월 동안 이어져온 ‘바지사장 체제’를 종식하고 당이 명실상부한 실세 체제로 재편될 것이다. 2월18일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사람이 당의 실질적 소유주로 ‘5·31 지방선거’를 책임지고, 궁극적으로 2008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본격적인 자기 영업, 이른바 대권 레이스에 돌입하게 된다.

△ 정동영, 김근태 장관은 집권여당의 '실세 사장'과 대권 후보를 놓고 경쟁과 화합을 펼쳐야 하는 관계다. (사진/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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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현재 정치권 안팎의 분위기는 대중성에서 앞선 정동영 장관이 다소 우위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전주 출신으로 호남에 확실한 정치적 기반을 갖고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5월 지방선거 참패 뒤 열린우리당 공중분해’라는 악몽을 피하려면 일단 ‘호남 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호소가 먹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 장관 쪽 핵심 인사들은 “각종 조사에서 7 대 3 정도로 앞선다”고 자신했다. “당권을 잡는 게 목적이 아니라, 어떻게 당을 살리고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재집권 기반을 다지느냐가 관심사”라며 호남 밑천을 은근히 강조한다. 벌써 호남·충청권에서 이들 정당과 전략적 연합공천을 하고 수도권 단체장으로 진검승부를 하는 전략을 마련했다는 얘기도 나돈다.
정동영과 김근태, 원만하게 협력할까
하지만 정 장관의 낙승을 장담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살아 있는 생물’인 정치판에서 유권자의 마음은 갈대처럼 흔들린다. 지방선거의 벽을 넘고 2007년 정권 재창출을 이룰 묘책을 가려낼 당원들의 전략적 판단, 정파 간 연대틀에 따라 판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당내 재야파 의원 모임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의 지원 속에 참여정치실천연대, 신진보연대 등과 정서적 연대틀을 마련한 김근태 장관도 여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 장관의 핵심 참모는 “정동영계의 독식과 전횡을 견제하고 개혁 정체성 강화와 재집권 방안에 공감하는 세력들의 조직적 연대를 통해 당내 전선을 만들어낸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 쪽은 특히 정 장관의 ‘호남밑천론’을 전국정당화 포기, ‘후삼국 시대’(영남=한나라, 호남=열린우리·민주, 충청=국민중심당 분할 구도)로 퇴행하는 낡은 시대의 정치공학이라며 여당을 몰락의 길로 이끄는 독약이 될 것이라고 호소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호남 민심에 유의해야 하지만, 개혁·진보 세력을 주축으로 전국적 지지를 획득하지 못하는 지역분할적 정치 구도로는 지방선거도 대선도 이길 수 없다는 김 장관 쪽의 호소를 당원들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전당대회 결과가 좌우될 수 있는 것이다.
두 사람 가운데 한쪽이 당권을 장악한 뒤 서로 어떤 관계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열린우리당의 운명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일단 2월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쪽은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2007년 대선후보까지 거머쥐려는 욕심을 부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정동영 장관 쪽과 김근태 장관 쪽이 △당 의장 권한 강화 △당 의장 등 지도부 선출 방식 △기간당원 자격요건 완화 △지방선거 출마 공직후보 선출 방식 및 기간당원-일반당원-국민 참여 비율 조정 문제 등을 놓고 신경전을 거듭한 것도 2007년 대선후보 쟁탈전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열린우리당 안에서는 누가 이기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상호 협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방선거에 참패할 경우 당이 공중분해될 수도 있기 때문에, 2월 전당대회 결과에 상관없이 두 사람이 6월 지방선거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아 결과에 공동 책임져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다.

△ 지난 9월9일 전남 광주에서 열린 김대중컨벤션센터 준공식에 참석한 여야 지도부.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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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방선거 전략, 열린우리당의 정체성과 진로, 대선 승리 방법 등에 대해 상당한 견해차를 드러내온 두 사람이 원만하게 협력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당 의장 권한을 강화, 지도부의 공천권 회복을 지지해온 정 장관 쪽은 민주당, 중부권신당 등과 ‘반한나라당 연합전선’을 형성하는 데 관심이 높다. 반면 김근태 장관 쪽은 지역구도에 기댄 낡은 선거전략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개혁세력의 처절한 자기반성과 결속을 통해 능력 있고 비전 있는 개혁세력으로 거듭나는 것만이 국민적 지지를 회복하고 당면한 선거에서 승리하는 첩경이라고 믿고 있다.
2월 전당대회가 당 지지율을 상승시키는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하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는 원칙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두 라이벌의 화해·협력은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다.
당운 건 5·31 지방선거
열린우리당 내의 3가지 시나리오
올해 정치권의 최대 변수는 역시 ‘5·31 지방선거’다. 2004년 총선 이후 첫 전국단위 선거로 그 결과가 정당의 합종연횡과 흥망성쇠는 물론 2007년 대선 판도까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당의 존립 여부를 가름할 중대사다. ‘탄핵 역풍’에 기대 2004년 원내 과반 정당이 됐지만 호남에서 민주당에 밀리고, 두 차례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에 27 대 0으로 완패한 상황에서 지방선거마저 지면 당은 분열과 혼돈의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안에서는 벌써 16개 광역단체장 선거의 성적표와 연동한 3가지 시나리오가 나돌 정도다. △서울을 포함해 광주·전북·대전·충남 등 5곳 승리=반전 기반 확보, 2007년 대선 올인 △5곳+전남·경기·인천·강원 등 9곳 승리=정국주권 회복, 민주당·중부권 신당 등 반한나라당 세력 흡수통합, 대선승리 교두보 마련 △전북 1곳 승리 또는 완패=당 분열, 호남 출신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으로 흡수통합 가시화가 그것이다.
열린우리당은 당연히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9곳을 석권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기대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영남에서 가시적 성과를 얻어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수도권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약체인 만큼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공천하고 호남 민심을 회복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전망했다. 대전·충남에서 행정중심도시 건설 특수가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도 숨기지 않는다.
여권은 당연히 강금실 전 법무장관을 영입해 서울시장에 출마시키는 등 수도권에 경쟁력 있는 거물급 후보를 공천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추미애 전 민주당 의원의 통일부 장관 기용설처럼 개각을 통해 호남에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 기대심리’를 확대하는 데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한나라당은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광역 시도지사 16명 가운데 11명을 당선시키는 압승을 거뒀다. 이회창 총재가 충남 천안 중앙연수원에서 열린 당선자 연찬회에서 '대한민국'을 연호하고 있다. (사진/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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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단체장을 장악한 전남·광주 등 호남 일부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를 연합공천하고, 충북 등 충청권 일부도 국민중심당 후보를 연합공천하는 대신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단체장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양자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서부권 벨트’ 전략도 흘러나온다. 수도권과 호남·충청 전 지역에서 지지층이 분할돼 참패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기보다, 일부 지역을 양보하더라도 수도권에서 열린우리당 광역단체장을 당선시키는 게 현명한 지방선거 전략이라는 것이다.
물론 여권의 희망이 현실화된다는 보장은 없다. 당장 여당과 노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바닥이다. 강금실 장관 등 거물 영입 전략도 메아리 없는 짝사랑에 가깝다. 민주당·중부권 신당과 선별 공조하는 서부권 벨트 전략도 여의치 않다. 김근태 장관 쪽과 참여정치실천연대 등 당내 개혁파 진영에서 “1997년, 2002년 두 차례 대선에서 써먹은 구시대적 영남 포위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국민적 역풍만 불러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이명박 등 유력한 대선주자들과 영남이라는 확실한 텃밭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다. 40%를 넘나드는 정당 지지도 등을 감안할 때 별 이변이 없는 한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압승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내부 경선 승리=당선’이라는 낙관론이 퍼지면서 서울시장 등 일부 지역은 예비후보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이 호남을 제외한 전역을 석권하면 2007년 대선 판짜기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게 된다. 그러나 수도권 광역단체장 가운데 한두 곳을 빼앗길 경우 책임 공방과 함께 내분이 불가피하다. 파장은 물론 대선 본선 경쟁력을 의심받고 이명박 서울시장의 상승세로 위상이 약화된 박근혜 대표 교체론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의 몇몇 전략가들이 높은 당 지지율에 안주해 현재 출마 희망자 가운데 후보를 확정해서는 안 된다며 ‘거물 영입론’을 제기하는 것은 이런 경계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 청계천을 흥행에 성공시킨 이명박 서울시장은 박근혜 대세론을 꺾고 이명박 대세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2005년 9월20일 이 시장의 초청을 받은 박 대표가 청계천 복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박승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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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수도권 싹쓸이는 내 운명”
민주당의 운명도 전적으로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 한화갑 대표는 ‘환상의 2006년’을 꿈꾼다. 5·31 지방선거에서 ‘호남 석권, 수도권 선전’의 위업을 달성해 지방선거 이후 닥칠 정계 개편의 중심축이 되고, 2007년 대선에서 독자 집권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밑그림을 그린 것이다. 현재 광주시장·전남지사를 확보한 민주당이 전북지사까지 석권하고 수도권에서 선전한다는 것은 곧 열린우리당의 참패와 분열을 의미한다. ‘침몰하는 타이타닉’ 열린우리당호 옆에 민주호를 띄워놓고 익사 직전의 여당 의원들을 구제해 확대 신장개업하겠다는 영업전략인 셈이다.
물론 민주당에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의 호남 민심 공략이 약발을 받고, 민주당과 통합이 정권 재창출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돼 호남 유권자들이 열린우리당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는 민주당은 열린우리당에 흡수통합되는 비운을 겪을 수 있다.
한나라당 대선 경쟁 본격화
이명박, 공격적 이슈는 이제 끝?
박근혜, 이명박. 2005년을 시작할 때 박근혜 대표는 분명 이명박 서울시장의 한참 앞에 서 있었다. ‘박근혜 대세론’은 꺾일 것 같지 않았다. 상황은 달라졌다. 2005년이 끝나갈 무렵 이명박, 박근혜로 순서가 뒤바뀌었다. 2006년은 이 시장이 앞서 출발하게 된 셈이다.
2006년엔 한나라당 대권 예비주자들의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까지 유지된 ‘이-박’ 2강 구도 속에서 또다시 자리 바뀔지와 바닥에 처진 손학규 경기지사가 치고 올라올지가 관심거리다.
이-박의 2강 구도에서 가장 큰 변수는 지방선거. ‘선거 리더십’을 지녔다고 평가받을 만큼 총선과 재·보궐 선거 때마다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켜온 박근혜 대표. 그에게 ‘5·31 지방선거’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이명박 대세론을 꺾을 중요한 찬스다. 김형준 국민대 교수(정치학)는 “박근혜의 진두지휘 아래 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대표로서 지닌 프리미엄 효과가 10월 정기국회 이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한다면 현재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10%포인트 안팎의 차이로 이 시장에게 밀리고 있는 박 대표는 더욱 뒤처질 수밖에 없다. 당 안팎에서 박 대표의 대선 본선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교체론’이 폭발하는 위기 상황이 닥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고건 전 총리를 제치고 1위로 떠오른 이명박은 지지율을 관리하고 지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시장의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2005년 청계천 마케팅과 같은 공격적인 이슈는 제기할 수도, 하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기가 끝난 뒤 정치에 복귀하면서 나름대로 적응 기간을 가질 듯하다.
지방선거를 끝낸 뒤 6~7월이면 전당대회가 기다린다. 대선후보를 최종 결정할 때까지 ‘관리형 대표’를 뽑게 된다면 박근혜가 대표로서, 이명박이 시장으로서 누렸던 거품이 빠지고 지지율이 재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고건 전 총리나 여당 대선주자들의 당 복귀에 따른 지지율 변화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 민주노동당은 소수정당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제4당으로 추락했다. 12월2일 의원단 및 시도당위원장 비상 연석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김혜경 전 대표가 노회찬 의원을 안으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 김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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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뒤처진 손학규 지사의 지지율 상승 여부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손 지사는 “손학규가 빠진 당내 경선은 재미가 없을 것”이라며 자신의 존재와 상품가치를 내세우며 도약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 이전 지사로서 쓸 수 있는 카드가 있을 때 반전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로 이뤄진 순서가 2006년 말이 되면 또 어떻게 바뀔까. 아직 그 누구도 장담할 순 없다. 10년간 절치부심해온 보수세력의 정권 탈환을 위해 누가 적임자가 될지 결정하는 시간은 아직 1년도 넘게 남아 있다.
1월 말 민주노동당 지도부 선출
조승수- 천영세의 대결 이뤄질까
2005년 한 해 동안 ‘거대한 소수’ 전략의 파산, 극심한 당 내분, 재보선 참패, 지도부 총사퇴로 혼돈의 세월을 보낸 민주노동당의 2006년은 여전히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동당이 국민적 지지를 회복하려면 1월 말에 치러질 2기 지도부 선출 전당원투표를 흥행시키고, 5월 지방선거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는 두 가지 시험대를 성공적으로 넘어서야 한다. 하지만 어느 것도 녹록잖다.
일단 평등파를 대표한 조승수 전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공언한 상황. 기초의원-기초단체장-국회의원으로 성장한 진보의 표상이자, ‘40대 기수’로 민주노동당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맞설 자주파는 아직 고민 중이다. 최규엽 전 홍보위원장 출마론이 나돌고 있지만, 전임 지도부라는 한계가 있다. 자주파 일각에서 천영세 의원이 의원직 사퇴 뒤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최종 결심 여부는 미지수다. 조-천 양자대결 구도가 형성돼도 평온한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 흥행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후보(조승수)라는 비판과 정파적 이익을 위해 의원직을 내던졌다(천영세)는 공방이 가열되면서 정파 간 갈등이 불거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5·31 지방선거는 더 큰 장벽이다. 민주노동당은 2007년 대선 기반 마련을 위해 1곳 이상의 광역단체장, 전국 평균 20% 득표, 모든 시군구 기초의원 배출이란 내부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광역단체장을 노려볼 만한 울산시에는 필승 카드가 없다. 현재 김창현 전 총장, 이갑용 울산동구청장 출마론이 나오고 있지만 승리를 자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서울시장감은 더 복잡하다. 민주노동당 핵심 당직자는 “울산시장 당선 등 지방선거 목표 달성을 위해 역량 있는 서울시장 후보가 민주노동당 바람을 재점화하는 게 필수인데, 마땅한 주자가 없다”고 말했다. 노회찬 의원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지만, 노 의원은 “공부 잘하는 우등생에게 학교를 관두라는 얘기”라며 명확히 거부 의사를 밝혔다. 결국 정종권 서울시당위원장 정도가 후보로 거론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대중성 없는 약체로 민주당 바람을 일으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자성과 함께 다시 노해찬 의원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지고 있다. 홍승하 전 대변인인 지난해 말 “노회찬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서울시장 도전”을 촉구하고 나서 논란을 빚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한편, 당 일각에서 35살 동갑내기로 ‘국민승리21’ 시절부터 당과 함께 성장해온 김종철 전 최고위원과 박용진 대변인이 서울시장 경선에 나서는 대안도 거론된다. 30대 주자들이 시위 합법화, 동성애 허용 등 진보적 지평을 넓히는 선의의 선명성 경쟁을 벌이며 당과 국민에게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물론 약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래저래 민주노동당의 2006년은 고단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