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방지 위해 전자팔찌법 제출하고 1인 시위 나선 진수희 의원의 호소
외국은 강력한 처벌을 제도화, 아직도 가해자의 인권 침해 운운할 것인가
성폭력에 의한 11살 초등학생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성폭력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과 그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피의자의 인권 사이 어딘가에서 접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남겼다. <한겨레21>은 먼저 전자팔찌법을 발의한 진수희 의원의 기고를 받았다. 이에 대한 반론과 지지의 글을 바란다. 편집자
▣ 진수희/ 한나라당 국회의원
“아빠는 네가 어떤 모습이든지 사랑한단다.”
한 아비와 어미가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져버린 어린 딸을 가슴속에 묻는다. 이것은 영화 속의 한 장면이 아니다. 이것은 소설 속의 얘기도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삶의 진실이다. 우리는 고통스럽지만 삶의 진실을 피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 해결책을 찾으려 했고, 그래서 일명 ‘전자팔찌법’을 발의했다.
치료·교화는 법률로 규정하면 돼
지난해 전자팔찌법을 준비하며 성폭력 피해 아동의 어머니들을 만났던 일이 기억난다. 어머니들은 아이를 보면서 평생 한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엄마”라는 죄책감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아이가 이상 행동을 보일 때면, 저 아이가 정상인으로 클 수 있을까,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하고 한숨이 절로 난다고 했다.
그 어머니들과 한참을 울었다. 그 마음 전부 헤아릴 수 없었지만, 나 또한 딸을 둔 엄마 입장이기에 딸자식이 곱게 자라기를 바라는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난 2월21일 나는 전자팔찌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1인 피켓시위를 국회본관 회의장 앞에서 벌였다. 그리고 기자회견을 자청한 자리에서 눈물이 터져나오는 것을 참기 힘들었다. 기자회견 도중 지난해 그 어머니들의 고통스런 이야기들이 생각났다. 처참한 주검 앞에 몸을 가누지 못했던 허양의 어머니가 떠올랐다. 평생을 회한 속에 살아갈 이 어머니들을 누가 위로해줄 수 있을까? 안타깝고 또 안타까웠다.
지난해 7월 전자팔찌법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아직도 이 법은 국회 법사위원회에 묶여 있다. 7개월이 훌쩍 지나버린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어린 영혼들이 육체적·정신적으로 피해를 입고, 또 죽임을 당했다.

△ 2월21일 진수희의원이 전자 팔찌법 통과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그는 외국의 사례에 비춰볼 때 전자 팔찌 법은 오히려 인권을 너무 생각한다고 말한다. (사진/ 한겨레 김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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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차례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이 있어야 법을 제정하겠는가?” 무슨 일이 벌어져야 호들갑을 떤다. 어제까지 “신중해야 하고 인권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던 분들이 오늘은 텔레비전에 나와 강력한 법 제정을 말한다. 정부와 여당이 함께 모여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고 한다. 더욱 황당한 것은 어린 소녀의 몸과 정신을 훼손하는 악질 흉악범을 두고 ‘인권’이라는 말이 언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말을 해도 될는지 모르겠다.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하고 평생을 정신적 불구로, 정신적 사망 상태로 사는 것, 그것은 육체적 죽음보다 더 끔찍한 고통이다. 평생을 사람을 불신하고 살아야 한다. 평생을 자기 학대 속에 살아가야 한다. 이런 잔인무도한 인권유린의 당사자를 ‘인권’이란 성스런 범주 속에 넣어주어야 할까?
우리가 제출한 전자팔찌법은 외국의 사례에 비춰볼 때, 오히려 인권을 너무 생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폭력 범죄로 징역형을 선고하는 경우, 재범의 가능성이 높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자를 대상으로 출소 뒤에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전자장치를 부착하도록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강간 또는 성추행 및 미수죄로 2번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 가운데 출소 뒤 5년 이내에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거나 상습성이 인정되는 경우로 한정해 최장 5년까지 전자 위치추적 장치, 즉 전자팔찌를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부착기간의 최장이 5년인 것이다.
외국의 예를 보자.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11살 이하 어린이 상대 성범죄에 대해서는 최소 25년, 최대 30년 징역형을 선고하고, 출옥 뒤 평생 전자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하는 ‘제시카 런스포드법’을 통과시켰다. 콜로라도주 등 4개 주에서는 성폭력 상습범에게 출소 직전 ‘디포프로베라’라는 거세 약물을 투여하고 있다. 텍사스주에서는 성범죄 전과자의 집 앞과 차량에 ‘성범죄 전과자’ 팻말을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 8개 주, 독일·덴마크·이탈리아·노르웨이 등에서는 거세수술의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외국과 비교해서 전자팔찌법이 가혹한가? 인권 침해 요소가 다분한가? 가해자의 인권과 피해자와 그 가족의 인권을 동일한 선상에서 말하는 것은 위선이고 모순이다. 성폭력이 주로 신체적·정신적으로 취약한 아동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악질적인 범죄라는 점, 또 피해 아동과 가족 전체가 평생 고통 속에 지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가해자 인권을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한 소리다.
성폭력 상습범들의 경우 정신적 병력을 가진 경우가 많다. 물론 이들에 대한 치료와 사회적 교화가 필수적이다. 이 부분은 그에 합당한 법률로 규정하면 된다. 그들의 인권은 이런 차원, 즉 사회적 정상인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치료하고 관찰·보호해주는 데까지라고 생각한다. 국민들 상당수는 이것조차도 과분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호받아야할 ‘인권’이 유린되는 상황 속에서, 진정으로 인권에 대해 고민해야 할 인권단체들이 성폭력범들의 인권을 걱정하는 것에 아연할 따름이다.
앞서 말했던 피해아동의 어머니들의 증언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경찰 등에서 수사를 소홀히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해자 위주의 편파적인 수사를 하고, 합의를 유도하고, 또 아이들을 상대로 가해자와 대질하게 하는 등 가혹한 조사와 현장 검증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 이웃에 사는 성추행범에게 살해된 11살 초등학생 허양의 장례식. 성범죄의 가해자는 활보하고 피해자는 도망다니는 현실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사진/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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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는 활보하고 피해자는 도망가고…
사건의 90% 이상이 무혐의, 불기소, 불구속 수사로 진행되므로 가해자는 그런 허술한 법망을 이용해 아무런 죄책감 없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고 있다. 피해를 당한 것도 부족해 가해자의 심한 공갈과 협박에 못 이겨 이사를 가고 도망을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가해자는 활보하고 피해자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또 죄가 입증됐다고 해도 법에 규정된 양형이 낮을 뿐만 아니라, 이마저도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집행유예나 이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받고 있다.
이 땅에서 아동대상의 성범죄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지속적으로 성범죄를 근절할 수 있는 모든 제도를 도입하는 데 적극 나설 것이다. 현재 전자팔찌법안을 포함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와 관련해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허양의 외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이 법도 다시 만든다고 하니까 아이의 죽음이 헛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애가 아마 이 일을 하려고 세상에 나왔던 모양이다.” 그 말씀 절대 헛되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