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한겨레21인권위원·서울대 법대 교수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은 약 200만 명이지만, 등록되지 않은 장애인을 감안하면 실제 수는 그 두 배인 약 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볼 때 전 국민의 10% 정도가 장애인이다. 그리고 장애의 약 90%는 선천적 원인이 아니라 질환과 사고 등 후천적 원인으로 발생한다. 우리는 언제든지 장애인이 될 수 있는 ‘위험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은 차별과 억압의 대상, 기껏해야 동정의 대상이었다. 초인적 노력으로 어려움을 이겨낸 소수의 장애인이 조명을 받기도 하지만, 다수의 장애인은 가정 속에 숨겨지거나 시설에 강제로 수용돼 사회와 분리됐고 교육·고용·문화에서 배제되기 일쑤였다.
2006년 12월 유엔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국제장애인권리협약 비준안이 올해 4월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4월10일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도 제정됐다. 이 협약과 법률은 장애인을 시혜나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인권의 주체로 자리매김한다. 특히 주목할 할 것은 두 개의 규범이 장애인에 대한 ‘직접 차별’만이 아니라 ‘간접 차별’도 금지한다는 점이다. ‘간접 차별’이란 형식상으로는 장애인을 불리하게 대하지 않지만 장애를 고려하지 않는 기준을 적용해 결과적으로 장애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 두 규범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한 합리적 수준의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을 차별로 규정하고 있다. 앞으로 이 두 규범은 장애인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국내·국제적 핵심제도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비장애인 다수자는 표면적으로는 장애인의 인권을 말하지만, 장애인 시설이 인근에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반대 시위를 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장애인 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장애인을 위한 예산증가에 대해 다수자인 비장애인이 어떠한 태도를 보일지 알 수 없다. 장애인 인권을 위한 두 규범의 적극적 활용을 통해 시민의 의식과 사회 운영 원리가 바뀌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