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의 놀라운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
임헌우 지음, 나남 펴냄, 1만8천원
“아주 간단해. 무엇이든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질 않아.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야.”
과유불급이라 했다. 눈에 보이는 것들도 너무 많으면 식상해지고 나아가 무감각해지기 쉽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혁명에 비견할 만한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 덕분에 우리가 단 하루에 보고 들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개인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초월한 지 이미 오래다. 그럼에도 우리는 왠지 허전하다. 어떤 면에서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상이다. 가령 우리는 예전의 황제들도 누릴 수 없던 엄청난 지식의 창고에 일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의 머릿속은 그저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온 지식들이 대부분을 차지할 뿐 공허한 느낌이다.
아이작 뉴턴에서 스티브 잡스까지
무엇이 문제일까? 무엇이 부족한 것일까? 내가 진정 원하는 것, 찾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해본 사람이라면 위에 인용된 <어린 왕자> 속 꼬마 주인공의 말이 어떤 전문가나 지식인의 말보다 예리하게 영감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임헌우가 펴낸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는 이러한 모티브에 착안해 상상력이라는 화두를 재치 있게 풀어나가는 책이다.
‘디자인은 작업이기 이전에 하나의 태도’라는 말에 열광해 디자인을 공부했다는 저자는 상상력을 주제로 글을 쓰면서 용기를 얻어 책을 펴냈다고 밝힌다. 시작은 인터넷에서, 회사 사보에서, 그리고 강의에서 상상력을 주제로 풀어나간 이야기들이었다. 그것이 지은이의 표현에 따르면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마침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아이작 뉴턴에서 스티브 잡스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창의력과 상상력에 천착해 시대의 흐름에 기여한 사람들의 삶과 아이디어가 참신한 구성과 진솔한 이야기로 담겨 있다. 더불어 가지가지의 기발한 광고들을 펼쳐놓으며 그것이 담고 있는 삶의 메시지와 그 전달 방식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읽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책이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현대인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가져야 할 독창적이고 적극적인 하나의 ‘태도’이다.
그러나 삶의 태도는 어느 누구도 가르쳐줄 수 없기에 책 속 이야기들을 통해 도달하게 되는 것은 아마도 독자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책 앞머리에서도 말하듯이 이 책은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제공해주려 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의 잠재된 상상력을 열어주는 ‘캔 오프너’가 되려고 한다. 동시대인을 위한 어떤 교훈적 지침이나 처세의 전략을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책을 참신하게 만드는 것 같다. 때문에 웅장한 교향곡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상상력의 테마에 대해 지은이가 연주하는 경쾌하고도 열정적인 변주곡으로 이 책을 대하면 좋을 것 같다.
책의 표지를 보니 낯익은 그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커다란 보아뱀이 코끼리를 통째로 삼키고 있는 스케치다. 무시무시할 수도 있는 이 그림의 안쪽을 모두 덧칠하면 모자로 보인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기억해보자. 소설 속 여섯 살 난 어린이의 상상력이 이 그림을 그려내기 전까지는 이런 모양은 단지 모자에 불과했다. 마찬가지로, 떨어지는 사과를 만유인력이라는 거대한 법칙에 연관지을 수 있었던 것도 뉴턴이라는 개인의 끊임없는 호기심과 고민의 결과였다. 모자와 보아뱀, 사과와 만유인력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을 수도 있고 단지 작은 관점의 차이만이 있을 수도 있다.
모자와 보아뱀
진정 중요한 점은 그림에서 모자를 볼지 보아뱀을 볼지는 고스란히 우리 자신의 몫으로 남아 있다는 것일 게다. 저자의 말대로 상상력을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단지 상상력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이 부담 없이 읽고 감상할 수 있는 이 책이 전하는 가장 묵직한 메시지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