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시각장애인학교에서 만난 기특하고 귀여운 니마와 친구들
▣ 라싸(티베트)=사진·글 임종진 사진기고가 stepano0301@naver.com
니마는 일곱 살입니다.
처음엔 열 살이라고 계속 우기더군요. 그보다 훨씬 어린 아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는데 말입니다. 아마 꼬맹이 취급받는 게 싫었던 듯싶은데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피식 웃으며 실제 나이(?)를 말해주었습니다. 아마 이젠 친해졌다고 생각했는지 꼭 선심이라도 베푸는 양 그러더군요. 대단한 비밀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니마는 앞을 전혀 보지 못합니다. 티베트 라싸에 있는 시각장애인학교에서 만난 그에게 세상은 태어날 때부터 빛 하나 없는 어둠이었던 것이지요. 그래도 타고난 품성이 밝고 명랑한 니마는 이곳에서 제일 어린 막내이면서도 항상 분위기를 들뜨게 하는 재담꾼입니다.

△ 처음 수영장을 찾은 니마(가운데)를 비롯한 세 명의 장난꾸러기들은 연방 소리를 지르며 까르르 웃어댔다. 조금은 무섭기도 한지 수영장 한가운데까지 들어갈 용기는 내지 못하면서도 물 밖으로는 나가기 싫은지 마냥 신났다.
|
니마는 참 기특합니다.
앞을 볼 수 없기에 처음엔 주변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니마의 일상을 지켜보니 못하는 것이 없더군요. 혼자서 설거지도 잘하고 깨끗하게 닦은 그릇을 부엌 선반의 제 위치를 찾아 얹어놓는 것에도 막힘이 없습니다. 청소당번인 날이면 부지런히 빗자루질에 여념이 없고 때론 손님들의 길 안내를 자처하기도 합니다.
도움을 받기보다는 오히려 주는 것에 더 익숙한 니마를 보면서 작은 깨우침까지 덤으로 얻었습니다. 그런 내 모습을 지켜보던 보모가 살짝 웃으며 한마디 건네더라고요. 뒤로 넘어가는 얘기였습니다.
“저 녀석 사실은 여섯 살이에요.”
△오른쪽 눈으로 약하게나마 형체를 구분할 수 있는 치든(11)은 바다처럼 속 깊은 아이다. 학교를 찾은 손님들의 뒤치다꺼리를 거의 도맡아하면서 행여 불편한 게 있을까 항상 마음을 쓴다. 식당에서는 자리를 챙겨 권하고, 깜박 잊어버린 가방도 가만히 옆자리에 가져다놓으면서 방긋 웃곤 한다. 오히려 손을 잡아끌며 학교 이곳저곳을 안내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섣부른 생각이 부끄러워질 정도다.

△ 물 위로 꽃이 핀 것일까. 돌케(15)가 좋아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환한 웃음을 꽃피웠다. 온몸을 시원스레 휘감는 물의 감촉은 이렇듯 누구에게나 즐겁기만 하다.
|

△ 장난꾸러기 니마는 식사시간이 제일 행복하다.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계속 신이 나서 웃고 떠든다. 먹성도 좋아 두 그릇을 뚝딱 비우고 나서야 맨 마지막으로 식당을 나선다. 주변에 친구들이 있건 없건 그때까지도 여전히 웃고 떠든다.
|

△ 식사시간이 되면 아이들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에 서로 부딪힐 위험이 있다. 그래서 몇몇 아이들은 서로의 어깨를 잡고 줄을 지어 식당으로 향하곤 하는데, 뚜벅뚜벅 박자를 맞추면서 식당 건물의 여섯 개 돌계단을 걸림 없이 오른다.
|

△ 모두 자리를 털고 일어나 함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구름 위 파란 하늘이 장단을 맞추고 덩달아 치맛자락이 펄럭이며 바람을 일으켰다.
|

△ 오랜만에 나온 나들이에 보모도 아이들도 신이 났다. 누군가의 노랫소리에 마냥 즐겁고 곧 돌아올 자기 차례는 안중에도 없다.
|
** 티베트시각장애인학교(www.braillewithoutborders.org)는 시각장애인 독일 여성인 사브리에가 귀신이 들렸다는 이유로 방치되거나 구걸을 하러 거리로 나온 티베트 맹인 아이들을 일일이 모아 지난 1998년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 설립한 학교다. 외부의 지원으로 운영되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자립에 맞춘 교육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