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특집 > 기획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4년10월07일 제529호
두 ‘아르나손’이 있었기에…

수소경제를 현실화한 지열 전문가 부나기 아르나손과 국회의원 얄마 아르나손의 만남

▣ 글 · 사진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아이슬란드대학 화학교수 부나기 아르나손은 수소경제의 산파 구실을 했다. 그에게 차세대 에너지원을 묻는 것은 우문에 가깝다. 울퉁불퉁한 화산암을 떠올릴 만한 복부를 내밀고 느릿느릿 걷는 원로 교수인 그는 ‘왜 수소에너지인가’라는 대답만 있을 뿐이다. 그는 아이슬란드가 재생에너지를 밑거름 삼아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부나기 아르나손은 아이슬란드대학이 에너지 기술을 선도하는 데 앞장섰고 아이슬랜딕 뉴에너지사의 대주주인 벤처 펀드 ‘비스트오르카’(VistOrka) 조성에서 한몫했다.


“이미 아이슬란드는 세계 여러 나라에 청정 에너지에 대한 희망을 전했다. 언젠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는 화석연료에 더 이상 기대를 거는 것은 어리석다. 누구도 물로 에너지를 만드는 것을 거부할 권리가 없다.” 수소는 우주 원소의 90%나 될 정도로 무한한 자원이며 물을 분해하면 3분의 2가 수소 원자다. 부나기 아르나손은 그의 조국 아이슬란드가 자랑스러울 수밖에 없다. 땅속에서 꿈틀대는 열로 국토에 널린 빙하를 녹이면 수소를 무진장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부나기 아르나손은 수소 전문가가 아니다. 다만 지열 전문가로서 수소의 놀라운 가능성을 일찍이 발견했을 뿐이다. 그가 목소리를 높여 수소의 가능성을 말해도 귀담아듣는 사람이 없었다면 레이캬비크가 수소도시로 각광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에겐 정책적 후견인이 있었다.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교토 의정서’ 채택 뒤 에너지 집약산업으로 골머리를 앓던 아이슬란드 정부는 ‘대체에너지를 모색하기 위한 정부위원회’를 구성했다. 여기의 책임자가 국회의원 얄마 아르나손이었다.

부나기와 얄마의 만남은 지난 1997년 정부 차원에서 수소경제를 향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공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곧바로 자동차회사와 다국적 석유회사 등을 끌어들여 수소에너지의 앞날을 밝혔다. 고작 3대의 수소에너지 버스가 레이캬비크에서 운행되더라도 부나기 아르나손은 초조해하지 않는다. 앞으로 누구도 수소에너지를 피할 방법을 찾아내기 힘들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이슬란드의 자연환경은 이용하기 나름이라 여기기에 충분하다.

아이슬란드의 부나기 아르나손은 수소경제의 관문을 열었을 뿐이다. 지열을 통한 수소 생산을 염원하던 그가 수소연구자들의 질문에 대답할 일은 많지 않다. 그보다는 미래 에너지를 준비하려는 정책 결정자들에게 할 말이 있을 뿐이다. “수소경제는 실험실 연구로 완성될 수 없다. 정부 차원의 결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슬란드는 매우 용기 있는 결정을 통해 수소경제의 씨앗을 뿌렸다. 세계 각국 정부가 청정 에너지로 미래를 계획하는 데 서둘러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