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특집 > 이슈추적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6년03월23일 제602호
일본판 국기 맹세는 전쟁 맹세다

도쿄도의 히노마루·기미가요 강제와 맞서 싸우는 곤도 도오루 교사… 졸업식·입학식마다 번호표를 붙여놓고 감시하는 파시즘을 끝장내라

▣ 도쿄=황자혜 전문위원 jahyeh@hanmail.net

1999년 8월 ‘국기·국가법’이 제정된 뒤, 2003년 도쿄 도교육위원회(도교위)가 도쿄도립학교 교사들에게 강제한 이른바 ‘10·23 통달’. 도교위는 이를 근거로 ‘기미가요’ 제창이라는 ‘직무명령’에 불복한 교사를 처분하고 있다. ‘히노마루·기미가요 부당 처분 철회를 요구하는 피처분자의 모임’의 사무국장 곤도 도오루(58·가사이미나미고 교사)를 2월21일 만났다.

이시하라가 주무르는 도쿄 도교위

기미가요 제창 강요가 왜 잘못됐다는 것인가.

=우선 기미가요는 히노마루와 함께 일제 침략전쟁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을 침략했을 때 군대의 선두에서 히노마루가 펄럭였으며, 점령 때 기미가요가 울려퍼졌다. 패전 이후 전쟁에 대해 반성하고 반전·민주 교육을 하고자 했던 우리 교사들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제국주의의 상징물이다.


△ 2005년 3월 일본 도쿄의 한 중학교의 졸업식 모습. 국기. 국가 의례를 거부하는 교사들은 감봉을 감수해야 한다. (사진/ 아카하타)

다시는 우리 아이들을 전쟁터에 보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지닌 교사들은 침략전쟁의 상징물을 게양하고 부르는 것에 반대한다.

또 헌법 제19조에 규정된 ‘사상과 양심의 자유는 침해할 수 없다’는 조항은 물론 제20·21조에서 종교, 언론의 자유를 명백히 규정하고 있는데, 강제적으로 부르게 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다. 그리고 입학식과 졸업식은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치르는 것으로, 학교 ‘재량’에 맡겨야 할 문제다. 교육위원회 ‘통달’ 형식으로 강제하는 것은 교육기본법에도 위배된다. 교육기본법 제10조는 “교육은 부당한 지배에 복종하지 않고, 국민 전체를 직접적으로 책임지고 시행돼야 한다”고 돼 있는데, 이는 천황제를 근거로 하는 교육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것이다. 교육은 부당한 지배, 즉 강제적 권력이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며, 교육 내용에 대한 어떤 ‘개입’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국가에 대한 충성을 확인하는 최소한의 국민의 의무라고 볼 수도 있지 않나.

=1999년 ‘국기·국가법’이 시행될 때, 오부치 총리는 담화문에서 “국민에게 새로운 의무를 과하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언급했다. ‘국기·국가법’이 새로운 강제조항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국기 게양, 국가 제창을 강제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위법자다. ‘헌법 개악’ 논리의 연장선이며 음모다.

극우적인 행보를 보인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게 아닌가.

=이전부터 일본의 침략전쟁을 긍정하는 무리의 선두에 선 사람이 이시하라다. 그는 철두철미한, 그리고 여러 면으로 돌출된 우익 파시스트다. 또 핵무장론자, 해외파병론자, 민족차별주의자, 한국과 중국인을 ‘제3국인’이라고 부르는 배외주의자, 남녀차별주의자다. 이런 생각은 나치즘이나 이탈리아 파시스트의 생각과 같다. 그는 무엇보다도 군국주의자, 군비증강주의자다. 그는 자기 의견을 일관성 있게 관철해왔는데, 그게 바로 전쟁 전의 일본 제국주의 찬미론이며 ‘히노마루·기미가요 강제’로 구현되고 있다.

도쿄 도교위는 자율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나. 과연 이시하라의 정치적 색깔이 그대로 전달되는 구조인가.

=교육위원회는 교육장을 포함해 6명으로 구성되는데, 전원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교과서 찬성파다. 현 나카무라 교육장은 교육장이 되기 전에 교육청 근로과장으로 노무대책을 전담, 조합관리로 교사노조 탄압의 선봉이었으며, 인사부장과 위기관리 감사를 거쳤다. 교육장을 지낸 요코야마는 현재 도쿄도 부지사다.


△ 곤도 도오루 교사는 히노마루. 기미가요 강제가 헌법 개악 논리의 연장선이라고 말한다. (사진/ 황지혜)

이시하라의 지배 아래 있는 도교위는 학급 경영의 최대 과제가 “히노마루·기미가요의 국기, 국가를 철저히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이시하라는 전쟁을 찬미하는 새역모의 교과서 채택을 지지하면서 “한국을 식민지화해 조선인들이 기뻐했”으며, “난징학살은 없었다”고 말한다. 새역모의 멤버이기도 한 이시하라가 도쿄 도교위 위원장과 위원을 임명한다. 도교위 방침의 두 가지 큰 축이 바로 ‘히노마루·기미가요 강제’와 ‘새역모 교과서 채택’이다.

일본 학교는 근현대사 가르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도교위의 통달에 의한 직무명령은 어떻게 전달되는가.

=교장이 교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직무명령을 낸다. 거기에는 “(기미가요를) 서서 노래하라”라고 쓰여 있다. 이에 불복종하면 징계를 당한다. 입학·졸업식장의 교사 좌석에는 번호표까지 붙어 있다. 체크하기 위해서다. 도쿄 도교위 감시관들이 입학·졸업식장에 7명 정도 배치되어 교사들의 좌석 맨 뒷줄에 앉아서 감시·체크하고, 부교장(교감)이 교사들의 좌석 주변을 뱅뱅 돌아다닌다. 우리는 입학식이나 졸업식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기미가요를 강제하는 것에 반대하는 의미에서 40초 동안 앉아 있을 뿐이다. 그런데 기립을 거부하고 앉아 있는 교사한테 “일어나라고, 일어나!”라고 하면서 교사들을 마치 현장범처럼 ‘현인’(現認)이라고 하여 번호와 함께 기입해 고발한다.

2003년 도쿄 도교위 지침 이후, 행사장의 구체적인 변화라면.

=그전까지만 해도 기립을 강제하지 않았다. 음악도 녹음 테이프를 틀었다. 당일 입학·졸업식 사회자도 “헌법 19조에 따른 자유가 있으니, 여러분의 판단에 맡긴다”고 얘기했다. 내가 근무했던 후카가와고등학교에서도 400명 중 20명 정도가 일어났는데, 현재 근무하는 학교는 90% 이상이 기립한다.

군국주의적이라고 학생들에게 설명하거나 학급회의 시간에 교육하는 것도 ‘비적절한 교육’으로 취급된다. 결국 권력이 명령하니 따르라는 소리다. 이번주 3월4일 졸업식에서도, 4월7일 입학식에서도 같은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히노마루·기미가요의 강제는 도쿄도만의 상황인가. 다른 지역은 어떤가.

=가나가와, 오사카, 히로시마, 후쿠오카 등 각 현에 움직임이 있다. 점점 더 강화되는 추세다. 특히 히로시마 세라고등학교 교장의 자살은 ‘국기·국가법’ 제정 전에 일어났다. 교육위원회가 기미가요·히노마루를 강제하려 하고, 교사들이 극심하게 반대하는 틈바구니에서 괴로워하다 자살을 택한 것이다.

일본 학생들에게 (우익적) 국가주의 성향이 보이는가.

=먼저 일본의 교육 현황을 이해해야 한다. 일본 학교에서는 근현대사를 다루는 시간이 없다. 무엇보다도 일본은 메이지 유신 뒤 일본 제국주의가 벌인 아시아 침략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다. 헌법 3원칙(평화주의, 기본적 인권 존중, 국민주권주의)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정부가 되도록 교육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는 게 맞는 말일 게다. 그러니 아이들은 중국과 한국에서 반일시위가 일어나는 이유를 모른다. 식민지 역사도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

학생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라

학생들이 모를수록 국가주의에 빠지거나 동원될 위험이 있는 것 아닌가.

=우익은 일본이 우수하며 중국·조선은 일본의 하위 국가라는 인식을 불어넣는다. 아울러 정보를 단순히 흘리고는(‘이라크에 대량학살무기가 있대요~’ 하면서) 미국에 무조건 따르라고 하는 상황이다.


△ 일본의 진보적인 시민단체들은 히노마루가 제국주의의 상징물이므로 게양할 수 엇고 기미가요도 부를 수 없다고 말한다. 2004년1월 이라크 파병에 앞서 출병식을 하는 모습. (사진/ EPA)

‘전쟁에 대한 저항감이 없는’ 아이들을 키워내려는 것이 히노마루·기미가요의 근본적 목적이다. 그게 아니라면 왜 애국주의 교육을 철저히 하려고 혈안이 됐겠나? 그건 학생들과 젊은이들이 그렇지 않다는 방증이다. 국가주의적 사고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역사인식이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는 게 일본 학생들의 문제다.

다른 한편에서 일본에 헌법의 개악에 찬성하는 사람이 많으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일본은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을 전제로 학교 교육을 성립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주의냐 양심이냐의 공방이다. 그러므로 학생들에게는 어떤 역사를 가르치느냐가 핵심이다. 침략전쟁의 ‘미화’와 ‘부정’ 간의 대립이라고나 할까.

히노마루·기미가요에 관한 교사로서의 소신을 말한다면.

=징계를 받은 교사들 안에서도 다양한 생각들이 있으나 일치하는 것은 어찌됐든 ‘일본국 헌법’의 진정한 의미를 살리고 실현해나가자는 것이다. 바로 전쟁 포기, 국민주권, 기본인권 존중이 그것이다. 이러한 평화, 민주, 인권 존중이 교육 내에서 학생들에게 확실히 이해될 수 있도록 하는 것, 마지막으로 교육 행정에 국가의 통제와 개입이 없는 교육의 자유를 실현하는 것이다.

나는 교단에 서면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의견과 판단을 가지며, 이를 토대로 행동하는 인간이 돼라”고 가르친다. 국가, 지역, 가족 관계를 망라해 그저 따르는 것이 장땡이 아니라고 말이다. 문부성이나 교육위원회도 교육 안에서는 개성을 존중하라고 하면서 한편으로 ‘통달’과 같은 행위를 한다.

학생들도 자신의 눈으로 보고 판단하고 잘못된 것을 가릴 줄 안다. 학생들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일상에서는 ‘헌법’이 중요하고 개인의 의견과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교사가, 한편에서는 도교위의 ‘강제’에 복종하고 따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에서는 ‘국기에 대한 맹세’가 논란이 되고 있다.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와 같은 일방적인 충성을 강요하는 문안이다. 일본의 상황에 비춰본다면.

=먼저 국기에 관해서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본은 제국주의 상징이고, 한국은 식민지에서 탈피한 새 국가의 상징이므로 180도 다르다. 그러나 역시 강제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건 개인의 인권 문제다.

한국의 국기 맹세 강요도 비민주적

한국은 식민지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최소한의 국가적 결집을 요구하는 의식이 합리화된다는 견해도 있는데.

=물론 한국은 일본과 다른 복잡한 역사적 과정이 있다. 미국의 세계전략과 더불어 냉전체제가 38선이라는 형태로 가시화되면서 한반도의 전후 역사가 쓰인다. 남북 대립하에서 박정희 독재정권이 취한 반공정책, 그 뒤를 이은 독재정권들이 같은 논리로 무수한 민주세력을 향해 총구를 들이밀면서도 애국주의를 부르짖었다. 1973년에 교사가 된 나는 1980년 교사의 신분으로 한국의 ‘광주’를 텔레비전으로 목격했으며, 새 민주정부의 수립 과정을 지켜봤다. 광주항쟁에서 발화해 다시 태어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진정한 민주국가로 새롭게 태어났다면, 과거의 독재를 청산하는 이 시점에서 국기와 국가를 정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물론 국민의 노래와 상징인 깃발을 바꾸는 것까지는 힘들다고 해도, (한국의 국기에 대한 맹세 내용을 꼼꼼히 읽어달라고 하고는) 역시 민주주의의 근원적 권리에 반하는 ‘국기에 대한 맹세’의 강요는 없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