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국제 > 세계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8년04월17일 제706호
“마오이스트는 최대정당 될 것”

반군 지도자에서 ‘주류 거물 정치인’으로 변신한 프라찬다 국내 언론 최초 인터뷰

▣ 카트만두(네팔)=글·사진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
penseur21@hotmail.com

네팔 제헌의회 선거

본명 푸슈파 카말 다할. 전직 교사 출신으로 올해 쉰두 살. ‘프라찬다 동지’(Comrade Prachanda)로 더 잘 알려진 그는 1996년부터 10년간 네팔 산악지대를 ‘붉게’ 물들인 네팔공산당-마오이스트(CPN-Maoist)의 총사령관이다. 2006년 4월, 주류 야당과 손잡고 절대왕정 타도를 외친 ‘제2 민중항쟁’을 성공적으로 이끈 뒤 2년, 그의 운명은 달라진 듯하다. 그는 현재 무장한 마오이스트 경호원과 군·경 무장차량 대여섯 대의 호위를 받으며 움직이는 ‘주류 거물 정치인’이다.


△ ‘열혈 게릴라에서 거물 정치인으로.’ 10년간 게릴라 투쟁을 지휘한 프라찬다 마오이스트 의장은 제헌의회 선거에서 승리하면 네팔판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구성할 뜻임을 밝혔다.

반면 제헌의회 선거를 앞두고 프라찬다처럼 네팔 주류 언론에 두들겨맞는 정치인도 없다. 지면에 등장하는 그는 귀를 파거나 손가락을 우스꽝스럽게 추켜올린 모습이 대부분이다. 그는 남아시아인들이 흔히 보이는 머리 흔들기 등의 몸짓, 손짓 혹은 다리 떠는 동작을 그칠 줄 몰랐다. 엄숙하거나 잔인한 반군 지도자의 이미지는 가공된 것이다. 실제 만나본 그는 수줍은 듯한 인상에, 수다스럽고 유머도 넘쳤다.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제헌선거를 일주일 앞둔 지난 4월3일 카트만두 남부 부다나가르의 마오이스트 본부에서 자리를 함께할 수 있었다. 그는 “이번 선거가 마오이스트 10년 전쟁이 제기한 의제에 관한 것인 만큼 승리를 자신한다”며 “하지만 어떤 결과라도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암살 음모가 있었다는 얘길 했는데.

=자체 치안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며칠 전 (카트만두) 동남부 시하라 지구 로한에서 선거운동을 할 때, 소총을 지닌 남성이 내가 있던 건물 안으로 들어오려는 걸 우리 동지 한 명이 막았다. 사복 차림이었던 그 남성은 자신이 경찰이라고 주장했지만, 설령 경찰이라도 실내에는 무장한 채 들어올 수 없게 돼 있다. 현장에 있던 무장경찰 장교는 “2년 전 무기를 탈취해 탈영한 전직 경찰 같다”고 하더라. 일단 경찰에 넘겼는데, 나중에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나를 암살하려던 ‘어떤 세력’이 파견한 것으로 보인단다.

‘어떤 세력’이 누군가?

=조사가 진행 중이니 지켜보자.

치안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마오이스트 운동원이 8명이나 살해됐는데.

=3월22일 중서부 카피바스투에서 발생한 사건과 3월26일 동부 술루쿰부에서 발생한 사건에선 네팔의회당이 우리 동지를 살해하는 데 연루됐다. 앞서 2월22일 중서부 아르가칸츠에서 벌어진 사건에는 마르크스레닌연합 쪽이 관련돼 있다. 그러나 우리 동지 2명이 중서부 롤파에서 살해된 사건은 누구의 소행인지 알 수 없다. 우린 왕실을 의심하고 있다. 이 밖에 경찰의 발포로 목숨을 잃은 동지도 있다.

마오이스트 산하 청년공산당연맹(YCL)도 각종 폭력사태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지 않나?

=일부 ‘실수’가 있었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우린 이를 인정하고 조직의 규정에 따라 처벌도 내리고 있다. 하지만 당원이나 청년동맹 활동가들이 심각한 폭력사건을 벌인 게 아닌데도 언론이 마오이스트 관련 보도를 너무나 부풀리고 있다. 의회당과 마르크스레닌연합은 선거에서 뒤지고 있지만, 앞서고 있는 우리가 폭력을 부추길 이유가 없다. 만일 우리가 충돌을 촉발하고 있다면 다른 당 사람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어야 하지 않나. 죽거나 다치는 쪽은 우리다.

일부 언론이 마오이스트에 부정적인 이유는 뭔가?

=부유층인 언론 소유주들 탓이다. 마오이스트는 연방공화국을 지지하고, 여성과 빈곤층, 달리트와 원주민의 권리를 옹호하고 있다. 또 자본주의적 독점 체계와 문화를 바꾸려고 한다. 따라서 거대 언론들은 마오이스트가 권력의 중심에 서면 그들 사업에 지장을 주거나 그들 자산을 국유화하면서 사업을 끝장낼 것으로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린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다. 분명히 말하지만, 우린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


△ 네팔 수도 카트만두 중심가에서 열린 마오이스트 선거 유세장에서 프라찬다 마오이스트 의장이 삼엄한 경호 속에 격정적인 연설을 하고 있다.

2년 전 민중항쟁 때만 해도 언론이 큰 힘이 됐는데.

=그때는 봉건왕정이 모든 종류의 자유를 봉쇄했다. 표현의 자유를 제약받던 언론이 항쟁과 심지어 마오이스트 운동까지 지지한 이유다. 이젠 절대왕정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고, 거대 언론은 의회당 같은 기성 정치권이나, 현상 유지파를 더 지지하고 있다. 급진적 변화에는 반대하고 온건하고 순차적인 개혁 정도를 원한다. 문제는 급진적인 변화 없이 ‘새로운 네팔’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좌파연정’은 불가능한 건가?

=최근까지도 좌파뿐 아니라 진보·공화파 세력과의 연정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선거를 일주일 앞둔 지금 시점에서 더 이상 연정을 추진하긴 어렵다. 유권자들의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 유권자들에게 좌파연정의 의미를 충분히 각인시킬 시간적 여유가 없다. 한 달 전에만 했어도….

좌파 분열로 선거에서 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네팔 국민 70%가 공산당을 지지하고 있다. 그중 70%는 우리 당에 더 호감을 갖고 있다. 이 나라는 이제 연방공화국으로 갈 것이고, 마오이스트 운동이 그에 공헌했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마오이스트 봉기가 없었다면 제헌의회 선거도, 연방공화국도 불가능했을 게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최대 정당이 될 것으로 자신한다. 다음 정부도 이끌 수 있을 게다. 좌파 분열 때문에 의회당이 반사이익을 얻어 쉽게 이길 거라고 보진 않는다. 그럼에도 분명히 말하지만, 어떤 결과도 존중할 것이다.

남부 마데시 무장단체가 인도의 힌두근본주의 정당인 바라티야 자나타당(BJP)과 연루돼 있다고 주장했는데.

=마데시 문제는 대단히 복잡하다. 우리 당도 연루돼 있다. 우리야말로 마데시를 포함해 소외되고 억압받는 계층과 인종의 자치와 연방제를 지지해온 정당이기 때문이다. 갸넨드라 국왕도 연루돼 있다. 왕실은 제헌의회 선거와 평화협상을 방해하기 위해 마데시 문제를 이용해 정국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 인도 북부 비하르 등지의 힌두근본주의 세력, 특히 BJP도 연루돼 있다. 인도 정부 역시 인도와 언어·문화적 연계성이 높은 마데시 지역 문제를 향후 ‘카드’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방해요소는 BJP와 힌두근본주의 세력이다.

10년의 게릴라 투쟁 기간에 수많은 민간인이 죽거나 다쳤다. 앞으로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할 뜻이 있나?

=그렇다. 전쟁 당시는 물론 평화협상 기간에도 의도치 않은 인명피해가 있었다. 그에 대해 거듭 사과한다. 우리가 정부를 구성하게 되면 전쟁 기간 우리 당원들에 의해 희생된 이들을 위한 ‘위원회’ 형식의 기구를 구성할 생각이다.

돌이켜보면 ‘전쟁’ 당시에도 마오이스트 게릴라는 ‘사과’에 그리 인색하지 않았다. 현재 네팔 시민사회는 마오이스트는 물론 과거 왕실의 군과 보안대가 저지른 각종 인권침해와 전쟁범죄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네팔판 ‘진실과 화해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는 게다. 네팔 시민사회의 요구가 ‘프라찬다위원회’로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