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공포에 열광하는가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왜 공포문화가 성하는가, 왜 공포를 좋아하는가. 주위에 ‘공포 기피자’들이 열도한 가운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공포 관련 사이트’ 운영자들을 찾아가보았다(사이트는 아래 참조).
‘여름철에 더위를 피하여 서늘한 기운을 느낀다’는 납량이 공포와 한데 어우러지게 된 메커니즘은 ‘잔혹청년’이 잘 설명해준다.
“공포를 느끼면 피부에 나는 땀이 증발하면서 체온이 현저히 떨어진다. 무서울 때와 추울 때 우리 몸이 보이는 반응과 비슷하다. 또 공포 반응 중에 아주 일부 반응은 우리 뇌 속에 마약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고 한다. 그렇게 공포문화를 통해 짜릿한 쾌감이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여, 반복이 되면 일종의 중독성을 보이는 것 같다.”
이 카타르시스가 우리가 무서운 것을 기대하고 공포문화를 즐기는 이유다. ‘김민성’은 이 쾌감이 “매운 음식을 먹으며 땀을 흘리고 눈물을 흘리지만 왠지 모를 스트레스 해소가 되며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공포 체험은 놀이기구를 타는 것과 비슷하다. ‘더링’은 “롤러코스터처럼 스릴을 통해서 유사공포와 마주치는 짜릿함과 그것을 극복하면서 오는 안도감”이라고 말했는데, ‘이종호’(소설가)는 비슷하게 이렇게 설명했다. “자신이 죽지 않는다는 확신만 있다면 전쟁놀이처럼 재미있는 게임은 없다고들 하죠. 공포라는 감정 역시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처럼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게 되는 극단적인 감정의 널뛰기를 경험할 수 있다는 짜릿함이 있는 반면에, 놀이에서 벗어나면 상대적으로 현실이 안전하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어 즐거움이 배가되는 게 아닌가 싶다.”
공포문화는 컨트롤할 수 있는 긴장감이자, 아이러니하게도 극도로 안전한 곳이다. 진짜 공포는 이 공포 체험과 공포 스포츠를 통해서는 경험할 수 없는 곳, 현실에 있다. 질문지를 받은 사람들도 개인적으로 정말 공포를 느끼는 순간을 “내가 가진 일그러진 욕망을 보게 될 때(가장 무서운 건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진아), “개인적 체험에 바탕을 둔 공포”(차가운피), “죽음에 대한 공포, 예측하지 못한 순간 터지는 공포”(잔혹소녀), “자연재앙이나 지구의 불안한 미래”(이종호)라고 했다.
‘불안량 일정의 법칙’이란 게 있어서 사회가 불안해 현실에서 공포스런 상황이 많을수록 굳이 공포문화를 찾을 필요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사회가 불안할수록 ‘컨트롤할 수 있는 공포’ 속으로 더 빠지게 되는 것일까. ‘차가운피’는 사회의 스트레스가 ‘공포문화’를 키운다고 말한다. “세상도 어수선하고 힘들고 현실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에는 제약이 따르고, 그러한 억눌린 감정을 해소하는 데 공포는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영화사 프로듀서 김정영씨는 “요즘에 벌어지는 사건들이 공포영화보다 더 무섭잖아요. 그래서 공포 관련 콘텐츠를 안 보게 되네요”라고 말한다. 어쨌든 광우병, 석유값 급등, 강화도 모녀 살해 사건, 금강산 관광 중 피격 사건 등 각종 분야에서의 공포가 현실이 된 세상이다.
*질문에 답해주신 운영자의 사이트를 알려드릴 테니 공포여행의 동반자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잔혹청년’- 잔혹소녀의 공포체험(http://cafe.daum.net/nde1)
‘더링’-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http://thering.co.kr)
소설가 이종호- 유령의 공포문학(http://cafe.naver.com/64ghost)
‘진아’- 환상문학웹진 거울(http://mirror.pe.kr/main_s.php)
‘차가운피’- 공포영화(http://blog.naver.com/muham211)
김민성- 김민성의 그로테스크한 공간(http://blog.naver.com/mrbe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