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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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류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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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사람 이야기’가 두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70·80 실록 민주화운동’이라는 부제가 붙은 <우리 강물이 되어>(경향신문사 펴냄)의 대표필자인 유시춘(55)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오늘의 청년들을 위한 현대사 보고서를, 영웅사가 아닌 민중사를 쓰고자 했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민주화운동지혈사’라는 표현답게 책에는 “대중이 주역으로 부상했던 격동기”를 살아낸 ‘청년들’의 핏방울과 땀냄새가 배어 있다. 전태일·김지하·지학순·리영희·조화순·김남주·김근태·조영래·박종철·문익환·임수경 등 ‘스타’들도 있지만, “이름도 명예도 없이, 꽃도 십자가도 없이 스러져간 무수한 이”들이 있다. 공동필자인 이우재(학생운동)·유시주(노동운동)·김남일(문화운동)·최민희(언론운동)의 필력에도 힘입었으나, 야사 못지않게 정사도 드라마틱한 시대였던 만큼 속도감 있게 읽힌다.
아이 둘을 둔 엄마에 국어교사로 ‘숨죽이고’ 지내던 유시춘씨는 1984년 동생 유시민(현 열린우리당 의원)씨가 ‘서울대 프락치 사건’에 연루돼 감옥으로 끌려가자 눈이 뒤집힌다. 그 뒤 그의 삶은 180도 바뀐다. 1985년 민가협 창립과 함께 총무를 맡으면서 ‘운동권의 누나이자 언니’로 ‘온갖 성명서 집필자’로 ‘수배자·구속자의 후원인이자 대변인’으로 ‘거리의 쌈닭’으로 밤낮없이 길바닥에서 “바람 든 빵”을 먹고 지냈다. 7월5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출판기념회를 앞두고 정문에서 잠깐 포즈를 잡은 그는 “밤낮없이 밥솥 걸어놓고 ‘난장 치던’ 곳에서 출판기념회를 하니 감회가 새롭다”면서 “과거에 이렇게 모였다면 당장 잡혀갔겠지”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드라마 <제5공화국>을 보다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야, 이 살인마야”라고 소리 지르고, 한 대학 입학 면접 때 ‘5·18 광주’를 제대로 아는 수험생이 열의 한명꼴이라는 말에 ‘내 탓’을 하며, 가장 낮은 곳에서 여공들을 껴안았던 조화순 목사를 떠올리면 코끝이 싸해지고, 독재정권에 빌붙어 나팔수 노릇하던 언론이 안면 싹 까고 민주주의 운운하면 아직도 구역질이 난다는 유시춘씨는 천상 시대의 감수성을 타고난 ‘작가’다.
그를 아끼는 자매들(이유명호·고은광순·오순애·최광기·한비야·유지나·김은혜 등)은 이날 민가협의 상징인 보랏빛 드레스 코드로 옷을 맞춰 입고 몰려와 ‘깜짝 공연’을 하기도 했다. 부른 노래는 “꽃 중의 꽃 유시춘 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