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촛불 든 채식·환경 커뮤니티 ‘그린피플’ 박소연 대표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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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피플’ 박소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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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동물의 탈을 쓰고 나타났다. 옆에서 한 명은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그리고 사람과 개가 좁은 철창 우리에 갇혔다. “우리가 육류 소비를 멈추지 않는다면 동물은 이렇게 살아야 합니다.” 5월31일 촛불집회 현장에서 ‘그린피플’ 회원들은 공장식 축산의 문제를 고발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었다. 소녀의 손에 들린 팻말은 광우병을 넘어 인류의 위기를 물었다. “지구는 아프고 동물은 병들고 우리 몸은 죽어가는데 너희들만 잘살면 다냐?”
광우병에서 시작된 촛불집회는 광우병을 넘어서고 있다. 채식·환경 커뮤니티 ‘그린피플’은 광우병 문제를 계기로 인류의 먹을거리 위기를 생각하는 초록색 촛불을 밝혔다. 그린피플 박소연 대표는 “채식동물인 소가 동물성 사료를 먹어서 생긴 광우병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결과”라며 “공장식 축산이 계속돼 지금도 어떤 질병이 생기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라도 먹을거리의 안전을 위해서 국민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다행”이라며 “먹을거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동물을 보호하고 채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가 채식을 한 지는 어언 30년. 8살 때 손발이 달린 동물이 껍질이 벗겨진 채 정육점에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이후다. 30년 동안 그는 채식을 했지만, 사회엔 육식 문화가 빠르게 퍼졌다. 돌아보면, 고기를 흔하게 먹었던 세월이 20~30년에 불과한 것이다. 그는 “집단 사육의 끔찍함은 상상을 넘는다”며 “동물을 죽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두고 죽지 못하게 약을 준다”고 말했다. 그렇게 병 주고 약 주며 사육한 동물을 먹으니, 병도 약도 그대로 먹는 꼴이란 것이다. 그는 ‘잘사는 것’에 대한 인식도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잘산다는 것은 더 좋은 환경에서 더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그러니 건강이 국익이다.” 그래서 생태계를 파괴하는 대운하 사업에도 반대한다. 그들이 동물의 고통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가운데, 촛불집회 무대에선 한 여성이 유전자 조작 옥수수의 위험성을 고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