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특집 > 특집1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8년06월12일 제714호
“호모포비아 아웃!”

레즈비언 토리씨가 말하는 이명박 시대에 대처하는 성소수자의 자세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토리씨

‘이명박은 찢어진 콘돔’.

성소수자가 주축인 진보신당 성정치기획단이 5월31일 촛불집회에서 배포한 손팻말의 글귀다. 이날은 촛불집회에 앞서 ‘2008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가 청계천에서 열렸다. 퀴어 퍼레이드를 마친 많은 성소수자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몰려와 촛불집회에 함께했다. 레즈비언 토리씨도 그들 가운데 있었다. 토리씨는 요즘 일주일에 서너 번씩 촛불집회에 “일찍도 나가고, 밤늦게도 나가는” ‘열성 당원’이다. 그가 같이 있기를 바라는 애인을 두고 집회로 달려가는 이유는 그곳이 지금, 여기 우리가 사는 사회의 가장 첨예한 현장이자 축소판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무지개 깃발을 들고서 집회에 나갈 생각이다. 성소수자는 그렇게 드러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존재다. 그는 “지금 촛불이 ‘안티 이명박’으로 통합은 됐다”며 “이제는 내부의 차이가 드러나고 조정되고 새로운 질서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카오스인 공간에서 차이를 드러내면 이명박 대통령 같은 이질적 존재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생긴다. 하지만 커밍아웃은 숙명이다. 그는 “설사 배제당하더라도 드러내야 한다”고 다짐했다.

다시 퀴어 퍼레이드 현장. 흥겨운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구호가 들렸다. “이명박 아웃! 호모포비아(동성애혐오증) 아웃!” 이으면 이명박 대통령은 호모포비아란 얘기? “내가 기독교 장로이기 이전에 인간은 남녀가 결합해서 서로 사는 것이 정상이죠. 그래서 동성애에는 반대 입장이지요.” ‘이명박 장로’는 2007년 발언으로 이러한 의문에 응답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성적 지향을 차별금지 항목에서 삭제한 차별금지법안을 저지하는 투쟁으로 시작된 성소수자 연대운동의 열기는 상시적 연대체 ‘무지개 행동’의 결성으로 이어졌다. 이것이 이명박 시대에 대처하는 성소수자의 자세이다.

참, 진보신당의 손팻말에 재미있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상당수 시민은 “애들도 오는데”라며 항의했다. 그렇게 촛불의 감수성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