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특집 > 특집1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8년06월12일 제714호
“안전기준 높이는 계기로…”

프랑스 파리 인권광장에서 촛불 밝힌 한은경씨

▣ 파리(프랑스)=윤석준 전문위원 semio@naver.com


△ 한은경씨 (사진/ 프랑스존닷컴 제공)

“대학생이던 1980년대 중반, ‘겁쟁이’라서 시위 현장엔 가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두 아이의 엄마로서, 정부가 먹을거리 안전 문제를 너무 가볍게 보는 데 화가 났다.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시민들이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고 너무 화가났다.”

지난 6월1일 오후 에펠탑 맞은편 트로카데로 인권광장. 고국의 촛불집회를 지지하는 150여명이 연대의 촛불을 들었다. 가족 단위로 나온 동포들이 많았고, 유학생은 물론 배낭여행객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컨설팅회사를 운영하는 재불동포 한은경(41)씨도 아들 정형식(16)군과 딸 제니(7)양의 손을 잡고 인권광장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아들이 유난히 쇠고기 수입 문제와 촛불시위에 관심을 보인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도 열심히 읽고 있다. 블로그에 글도 올렸다. ‘촛불집회는 결코 반미집회가 아니며, 안전한 고기를 먹고 싶어하는 한국인들의 당연한 요구’라고. 고등학교 1학년도 아는 국민의 뜻을 정부는 왜 모르는지 답답하다.”

한씨는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 1만 개를 누구 돈으로 샀는지’를 물으며 배후세력 운운한 것을 두고 “황당하다”고 말했다. “국민을 무시하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게다.

한씨는 “프랑스도 예전에 광우병 파동으로 시끄러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쇠고기 출생·성장·도축지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이력추적제 등을 도입했다. “한국에서도 이번 일을 식품안전기준을 높이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유다.

프랑스에서 생활한 지 벌써 17년째, 그럼에도 고국의 일에 관심을 갖는 건 “내 형제와 가족이 살고 있고, 언제든 돌아갈 땅이기 때문”이다. 그는 “재협상으로 설령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더라도, 국민의 믿음을 얻는 게 더 시급하지 않겠느냐”며 “촛불집회를 계기로 정부가 국민의 편에 서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