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특집 > 특집1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8년06월12일 제714호
“양쪽 다 다치지 않기를…”

촛불 들지 않는 정치적 중립 ‘의료지원단’ 치과의사 김보라씨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 김보라씨

의료봉사단은 취재진을 경계했다. 이미 온라인에서 의료봉사단의 ‘배후’에 대해 추측이 난무한 터다. 환자 치료 과정에서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한 것도 구설에 올랐다. 해서 ‘의료지원’ 목걸이를 걸고 있던 이들에게 접근하자 한 명은 배를 잡고 화장실에 갔고 다른 한 명은 “한겨레라 돕고는 싶지만 우린 인터뷰 안 한다”며 고개를 돌렸다. 빗속에서 어쩔 줄 모르고 있던 기자를 도운 것은 얼굴도 모르는 ‘팀장님’의 인터뷰 허가 전화. 6월3일, 노란 우비를 입은 김보라(31)씨와의 인터뷰는 그렇게 성사됐다.

맑은 눈의 김씨는 치과의사다. 다음 아고라에서 ‘의료봉사를 나가자’라고 제안한 게시물을 보고 제안자가 남겨놓은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를 했다. 이런 방식으로 하루에도 수십 명씩 서로 얼굴도 모르는 의료봉사자들이 시청 앞에서 ‘접선’한다. 대충 다 모이면 팀을 짜고 움직이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팀장님’도 정해진다. 서로 비상연락처만 교환할 뿐, 현장에서는 그저 환자를 돌보는 일만 한다.

전경이 다치면 전경도 치료해야 하기에 정치적으로는 중립을 유지한다. 촛불도 들지 않는다. 김씨가 촛불문화제에 처음 의료지원을 나온 것이 5월30일 금요일이었다. 그날은 환자가 거의 없었다. 마음 놓고 주말에는 동생 손을 잡고 일반 참가자로 나왔더니만 부상자가 많이 발생했다. 그래서 다시 의료지원에 나섰단다.

“특별한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주로 작은 상처를 소독해주거나 탈진한 사람에게 물을 주는 등의 일을 해요. 오늘도 의료지원 준비는 하고 있지만 양쪽 다 다치는 사람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현재는 휴직 중이라 다른 의사들에 비해 시간 여유가 있다는 그는 앞으로 며칠이고 밤샘 진료를 할 태세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데 말했다. “참, 저 <한겨레21> 정기독자예요.”